2012.09.15 03:12
몇 년 만에 키배를 했더니 체력이 떨어져서 하던 작업을 접고 '잠자'야겠습니다.
본문에 비속어를 쓰며 흥분했던 부분에 대해서 언짢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리플에서는 먼저 상대방이 상스러운 말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상스러운 말을 하지 않았으니
사과드리지 않겠습니다. 인간사 오는대로 가는 법이죠.
군대 얘기를 쓸 때, 아 좀 참을 것을 하기도 했지만, 실은 한국의 군사주의 문화가 체질적으로
너무 맞지 않고 군대의 폭력에 대한 내성이 약한 것도 있습니다. 며칠 전 순대국집에서 막 해병대를
제대한 뒷자리 청년들의 대화가 너무 끔찍하기도 했고요. 저는 군대가 싫습니다. 특히 한국
군대는 한국 사회의 악의 근원 중 최소한 3위 안에는 든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이했던 경험
중 하나는 군대 훈련소에서 처음 받는 얼차려가 중,고등학교 시절 받아왔던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어정쩡하게 모여있는 20대 초반의 까까머리의 청년들이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 복잡 다단한 얼차려의 명칭을 정확하게 이해하며 연병장을 뒹굴더군요. 아 여기가 로도스 섬이구나
이제 여기서 뛰는 수밖에는 없구나. 한국 사회의 군대문화의 원본으로서 아래로는 중고등학교로 위로는
대학과 직장 사회로 자신의 군대성(?)을 전파하는 이 공간은 어떻게든 개혁이 되어야 할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군대에 대한 한국 남자들의 트라우마는 한국의 군대 생활이 폭력적이고, 어떠한 인간적 존중도
배제한 시공간이기 때문이지요. 구타, 폭력, 외부와의 단절, 자기발전없는 세월, 계급에 따른
인격적 모욕. 끝없는 노동과 보잘 것 없는 보상. 이 모든 것들이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 저는 그것이 의문입니다. 하다못해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에서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대만은 해병대조차도 구타가 없고, 매주 외박을 나가고, 월급은 4-50만원을 받고
간부들도 사병을 노예처럼 부리지는 않습니다. 대만은 분단국가 아닌가요? 대만의 가상의 적인
중국은 대만보다 군사력이 약한가요? 대만은 한국보다 경제적 여유가 되나요?
한국 군대의 폭력성은 일본 군대의 그것을 배운 것이고, 실은 한국 남자들은 그 폭력성에 대해서
학창시절부터 익숙하게 굴복하고, 그 폭력에 휘둘리고 피해자가 되면서도 해방 아니
한국 전쟁 이후 60년 동안 군복무의 환경에 있어서 본질적인 개선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여전히 군대에서는 월 단위로 고참을 끊어서 고참 대접을 해주고, 여전히 군대에서는 군화끈에 목을 메어 자살을 하고,
여전히 군대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다 목숨을 잃습니다. 하다못해 토굴에 보관한 감자를 꺼내러 가다가
토굴이 무너져 깔려 죽은 경우도 있습니다. 감자 보관할 냉장고나 창고 하나 사주지 않는 곳이 21세기
한국 군대의 현실입니다.
한국 군대의 폭력성은 돈과 제도의 개선으로 완전히 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정도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예산과 군 조직의 효율화, 특히 사병에 집중된 복지정책과 복무 단축
및 궁극적으로 모병제로의 전환. 한국의 군역자들은 사회의 측면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서비스 집단
(고학력, 저비용)이고 개인차원에서는 매우 저효율적인(저임금, 고강도 노동, 인권열악, 반감금 생활)
강제노동자입니다. 무릇 군역의 기반은 모병제에 대비한 저비용 고효율이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사병들에 대한 복지가 매우 열악합니다. 그럴수록 국가 전체의 효율성은 올라가지요.
우리가 모병제를 못하는 이유는 까놓고 돈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면 다 됩니다. 미국 보세요.
많은 남자들이 이러한 군역의 과도한 착취를 북한과의 대치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개선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단정할 때,
저는 그것이 한편으로는 상상력의 부족, 아니 상상력의 자기검열이라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그 상상력에는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고, 그래야만 하는 곳이라는 한때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역전을 보기도
합니다. 한 국가의 제도가 개인들에게 이런 수준의 억압과 트라우마를 주고 있을 때, 개인을 단돈 몇만원의 월급으로 감금하고
착취할 때 그것을 해결하고 개선하려는 진지한 시도는 왜 항상 철없고 현실감이 없는 평화주의자(라면서 종북이냐고 묻는)의 몽상으로
치부되는지요. 그리고 그 상상력의 부재를 반대로, 현실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왜 여성들에게 (분노와 함께) 다양한
형식의 요구로 전가하는지 저는 의문입니다. 문제는 돈인데 말이죠.
여성들이 군대를 가기를 원하는 사람. 여성들이 군대 대신에 일정한 사회적 활동을 원하는 사람. 여성들이
세금을 내기를 원하는 사람. 여성들이 아무것도 안해도 좋으니 감사나 해줬으면 하는 사람.
저들은 한국에서 여성들이 군대를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대비 전투력의 비효율성임을 잘 알면서도, 그리고
동시에 군대에서의 폭력과 인권 유린의 주요 원인중 하나가 사병들에 대한 후안무치한 착취임을 알면서도
여성 군역자라는 또 다른 비효율성은 왜 도입하지 않느냐 주장합니다. 즉 이런 주장에는 군역은
하나의 착취적 국가 서비스이고, 나는 이러한 국가적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여자인 너는 하지 않으니
같이 나누어서 실제로는 더 비효율적인 국가적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겠지요. 대신 남성의 군 복무 기간은
단축될 터이니, 그 자체로 매력적이긴 합니다. 그러니 국가 전체적으로 비효율성은 증대시키더라도
내 복무기간이 단축되는 것은 좋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저는 개인에게는 매우 합리적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른 여성의 군복무를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팁은 절대로
여성들에게 군대를 가라고 압박하거나 화내지 말고, 조용히, 남성들의 힘을 은밀히 모아서 한방에 빵 터트리는 것입니다.
당황해하며 군대를 가는 여성분들의 눈물을 상상하면서...은근하고 끊기있게 승리의 그날을 기다리면서...
아마 백 년 정도 운동하면 되겠죠. 원래 그리고 그런 수준의 운동(예컨데 여성 참정권)의 역사를 보면 백 년은 별로 길지도 않지요.
한국의 여성들이 일정한 사회적 활동(보육, 간호, 공무)을 통해서 군역을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은
위의 주장과 일맥상통하지요. 대신 자신의 군복무 기간이 줄어들 가능성도, 그리고 자신이 군대를 나와서 남자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들(예컨데, 군필자를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도 사라집니다. 여성들이 세금을 더 낼리도 없고
오히려 세금이 더 들어갈 터이니 군인들의 복지정책도 더 낮아지겠죠. 군역자 개인에게 이득 될 것은 없지만,
감정적으로 나도 고생, 너도 고생의 충만감이 생기니, 이것도 꽤(?) 괜찮은 해결책입니다. 사회적 복지수준도
일정 정도 올라갈 터이고요. 그러니 이런 생각을 지닌 분들은 위의 입법 운동을 다양한 방식으로 하시면 됩니다.
팁으로는 꾸준한 헌법소원청구가 투자대비 효용이 좋겠다 하겠습니다.
여성들이 일정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분들은 저도 찬성하고,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군역이 하나의 서비스(밀리터리 서비스)라 할 때, 그 서비스의 비용을 누가 언제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가에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제공받는 서비스의 질과 그 서비스의 혜택을 누가 받는가, 그리고
그 서비스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지요. 남성 군역자들은 대체로
군복무 기간동안 임금 향상과 부수적인 노동 인권 향상(예컨데 임금 백만원의 사병들이 손으로 삽질을 하기보다는
포크레인과 같은 장비 운용이 경제적으로 이득인 상황) 및 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 감소라는 직접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대신 서비스 종사자로서의 자세를 가다듬고 항상 돈을 주는 여성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돈은 많이 주지만 남자만 군대가서 화가 나신다고요? 그러면 분노를 승화시켜 위의 입법 운동들을 열심히 하시면 되겠습니다.
여성들이 아무것도 해줄 필요도 없고, 그냥 감사나 해라. 하는 분들은. 군역자에게 비효율적인 체제 자체가
우리 남성들의 몫이고,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지요. 그런 시혜적 접근의 맹점은
자신에게는 감사 말고는 아무런 이득이 없고, 그 감사라는 것도 내가 요구한다고 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실상 군대의 착취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감사라도 받아야겠다는 분들은 주변의 여성들에게
찔러 절받기를 받으시면서 흐믓해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대대손손 아들 손주까지 착취받으며 군생활을 계속
해야겠지요. 아니라면 다시 위로 올라가세요.
군대는 받아야할 보상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폭력적으로 다루어진 열악하고 강제적 직장입니다. 강제가
싫은 분은 모병제를, 보상이 필요한 분은 세금을, 폭력이 싫은 분은 군 인권개선을 요구하면 됩니다.
국가 전체의 비효율성을 걱정하는 애국자 분께서는 여성들의 군입대를 반대하시면 되고요.
아니 군대가 정말로 싫고 평화를 추구하는 분은 그 댓가로 감옥에 가셔도 됩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한국 남성들의 경멸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실은 개인으로서는 더 많은 댓가를
(전과자 낙인과 휴가없는 1년 넘는 수형생활 vs 군대 2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개인적 신념을
국가 공동체의 효율성 측면에서 비판하는 것 아닙니까? 그 효율성 좋아하시는 분들이 여자보고 군대를 자꾸 가라하니 멘붕이 오긴 합니다만...
효율성이 문제가 아니라 군대 간 사람은 양심이 없냐고 화내시는 분들은... 군대에 들어간 양심에 충분히 동감하고 저도 그런 양심이
있어서 갔지만 저분들은 우리보고 양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자신들은 다른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들은 무슨 빨갱이나 종북이 아니라,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종교인들과 극소수의 평화주의자들이죠.
우리도 이제 양심의 자유 같은 글로벌 스탠다드는 쿨하게 인정하지요. 아니면 대체복무제라도 만들던가. UN인권위가 혀를 끌끌 차더라는...
머리도 아프고 그만 써야겠습니다. 아까의 수컷드립이 원래는 더 할 말이 많은데...어그로, 트롤이라는 소리에 가슴이
아파서 그만 잠자겠습니다.
감사는 셀프입니다 고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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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는 평등하고 이제 남자의 역차별을 이야기 할 차례라는 사이트들에서 육아보육대체복무를 진지하게 추천먹이고 있을때마다 진짜 기가 차섴ㅋㅋㅋ
남자만 군대 가는게 너무 배가 아파서 어떻게든 여자들도 개고생을 시켜야겠다는 저 의지!
남녀평등 이륙하여 역차별 없어져야 한다는 선진의 인권사상을 가졌기에 육아=여자라는 성역할 고착에 대해서는 익스큐즈하는 정도의 저 관대함!
고마움에 대해서도 빚받으러 왔다는 자세를 취하는 것도 그렇죠.
저도 사람인데 마음이야 어떻게 이해가 안가겠습니까만 여자가 무슨 엄청난 빚을 지고 있다는 사고방식자체가 너무 답답해요.
머리털나고 지금까지 여성을 비난하는 많은 군필자들을 보아왔지만 그 중 한 놈도 군대 안가는 기득권층에게 나한테 고마워하라고 으름장 놓는 놈도 못봤죠. 질 나쁘기로는 걔네가 천배는 나쁘고 어쩌면 문제해결에 핵심에 있는 세력인데도요 ㅋ
스스로 군인이라는 신분에 뿌듯함이나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사람도 본적 없어요. 다른 군인들에 대해서 아 군바리? 군생활? 그거 뭐 ㅋ 그거 다 하는거 아냐 ㅋ 그 정도 고생은 나도 했어 ㅋ 우리 부대는 더 힘들었어 임마 ㅋ 하며 공을 깎아내렸던건 군인들 아닌지. 자신의 인식에도 없는 존경과 감사를 왜 타인에게 강요하는건지 모르겠어요.
군인처우와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과 제가 군인들에 대한 연민과 고마움을 느끼는 것 등은 별개의 문제로 말이죠.
몇천년동안 투표권도 없이 남성들의 물건으로 차별받았던 여성들은 그럼 억울해서 어떻게 죽었을지. 그들의 혼을 기리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남성들은 평생 제사를 모셔야할듯.
우리나라는 군대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남녀평등 문제는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군대와 평등 문제가 엮이면 설득할 수 없는 어떤 장벽같은게 느껴지구요.
아오 그래서 전 차라리 여자들도 군대 가버렸으면 좋겠어요. 그게 안되면 대체복무 그게 안되면 세금이라도 꼭 냈으면 좋겠어요.
군인들 안쓰럽고 걱정되고 고맙고 측은하다가도 인터넷에 널려있던 저런 남성중심 사고의 글들 보면 현기증이 나요.
실제로 여성도 어느정도 국방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맞기도 하구요.
남녀 문제 핑계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 남잔 군대가잖아!"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을 때 여성차별에 대해선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네요.
여자도 군대가서 같이 찐하게 개고생한번 하고 전우애를 불태우면 '넌 여자라서'라는 소리좀 안들을 수 있는지.
아 뭐 다른건 몰라도 '여자는 군대를 안다녀와서 어쩌고'는 안들을 수는 있겠네요 ㅋ
인터넷에서 뻘글 몇개 주워읽고 괜히 좌절감에 빠져서 열불내다가 뻘소리를 좀 했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정말 속시원했어요. 님같은 분에게 전 감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