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는 괜히 봐가지고...

2012.09.15 03:51

멀고먼길 조회 수:3095

1. 새벽에 괜히 잠은 깨가지고, 자리끼 마셨으면 얼른 잘것이지 괜히 크롬은 켜가지고, 인터넷 들어왔으면 웹툰이나 보고 잘것이지 괜히 듀게는 와가지고, 듀게 왔으면 제목만 훑어볼것이지 괜히 댓글 수에 홀려가지고...

군대 논쟁글을 기어이 보고 말았네요. 마...이놈의 군대 관련글은 한번씩 올라올때마다 어디서든 논쟁의 대상이 되지요잉. 하지만 또 전역한지 얼마안된 사람들이나 현재 복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라도 하지 

않으면 입이 간질간질하게 마련이고...뭔가 '쿨타임 찼다! 판깔아라!'라는 느낌이랄까요.


2. 복무의 의무를 지지 않는 사람들 - 그러니까 여자라거나, 염색체 XX이거나, 혹은 woman이던가 - 이 '나'로 대변되는 군필자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ㅠ 라는 생각이 진리라고는 생

각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어떤 상황에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집단을 비하하는 맥락으로 쓰이거나, 혹은 더 나아가서 군인우월주의를 공공연히 과시하는 기제로 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창 공적/사적 

영역에서 감수성이 풍부할 연령대에 뜬금없이 마굴, 이계, 생지옥, 무간도, 무저갱!!!!! 같은 곳으로 덜컥 떨어져서 사회적 단절감과 함께 인간적 모멸감으로 범벅이 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 한번쯤

하는게 그렇게 죽을 죄는 아닌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사람은 운이 좋아서 꽤나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대우가 보장되는 병영생활을 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병영생활을 하고 있으며,

그게 그 사람들의 잘못은 아니지요잉. 해서 어떤 '순진한' 군필자들은 샤또프님의 글처럼 - 면식도 없는 샤또프님께 이런 수식어를 갖다붙이는게 죄송한데;; 전혀 나쁜 뜻으로 쓰는 어휘는 아닙니다, 아니고요잉... - '왜

사회는 우리에게 고마워 하지 않는가? 우리는 엄연히 강제징집이라는 불합리한 체제속에서 내 인생을 희생해서 국가안보를 지켰거늘!'이라는 생각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게 됩니다. - 물론 일찌감치 저처럼 포기하고 '군

대는 똥이야, 똥! 오주...발싸! 이히히힛!'을 외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 우리는 과연 이런 '순진함'을 차게 비웃거나 격렬히 꾸짖어야 할까요? 이전에 ㅈ모님의 '가고싶은 군대를 만들 수는 없는건가요?'라는 내

용의 글에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 같으니 ㅉㅉㅉ'같은 댓글이 달린걸 생각해보면 때때로 듀게는 관용으로 감싸안아야 할 지점들을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1. 그러니까 2006년 언젠가 내가 백일휴가 나갔을 때 '오빠 냄새나!'라고 했던 동기 김양아, 내가 휴가 전날 정화조 청소를 하긴 했지만 그건 내 자의가 아니었단다. 동해안 최전방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군장병들의 활발

한 배변활동을 보장하여 초계근무에 150% 정신을 집중하게 하려는 대대장님의 거룩한 플랜이었던 것이지. 그러니 너도 강한 육군, 대한 호국이의 철통같은 안보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한몸 희생하여 화생방에 준하는 작

전을 수행한 오빠에게 조금의 감사 정도는 표하라능...(하지만 안 듣겠지 OTL)


3. 하지만 잠자님의 글이 100%틀린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체로 한국의 예비역들은 겉으로 '신성한 병역의 의무라능! 어딜 감히 군대를 비하하냐능!'을 외치면서 현역병들의 생활여건이라거나 군체계개선, 혹은 

병영문화 확립과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는 놀랄만큼 무지하거나, 혹은 퇴행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2년 꼬라박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전역하고 나서도 군대에 신경써줘야 되냐!를 외치는 분들을 굳이 붙잡고 열심히 '제말을

좀 들어보시라능!'을 외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시간당 백몇십원짜리 초저가 노동력에, 개인 생활보장되지 않고, 조직운영방식이 17세기 강화도레벨을 답보하고 있는 이런 체제에서 한국의 군인들이 제 스스로 자긍심

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어엿이 존중받는 주체가 되기를 기대하느니 문재인이 손수조와 제 3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가는 것을 기대하겠습니다. 이걸 병사가 개선할 수 있나요? 못하지요잉. 간부가 개선할...수 있습니다. 본

인들이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그런데 안 그러고 있지요잉. 그러니까 예비역들이 군대 바깥에서 계속 두들겨줘야 되는 겁니다. 군대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병사 입장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알고 있는 집단이 예비역말고 또 

누가 있나요? 그런데 안 하지요잉. 그래서 아마 안될거에요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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