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한 말을 믿어 주었는데, 우연히 그것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거짓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었지만, 상대방이 아니라고 말하니 고스란히 믿어주었습니다.

여느 인간관계와는 달리, 신뢰가 중시되고 어지간한 일 아니면 서로 믿음주고 믿어주는 것이 미덕인 관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하루 정도 지나서 우연한 기회에 그 해명이 거짓임을 가리키는 몇 가지 증거를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그 증거란 것이 그 말이 거짓임을 100%증명할 수는 없는 것이에요. 대신 이런 정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면

백이면 구십은 야 그거 거짓말이네 뻔한 걸 속이는구나 라는 말을 들을 법한 그런 것들이죠.

또한 그 증거를 들이대려면 제가 그야말로 이 나이 먹도록(?) '셜록 홈즈' 마냥 진짜 사소한 것들을 모아

추리라도 했느냐는 비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집요해 보일 수 있는 것들이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마음 속에서 내내 꿈틀거립니다.

제가 분노하는 것은, 거짓말의 내용(거짓말 뒤에 숨기고 있는 진실) 보다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 입니다.

이것에는 저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저는 좀 어리숙하고 순진한(부정적인 의미에서) 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거짓말로 둘러댈 경우 충분히 속아줄 만한 사람이다...라고 상대방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의 콤플렉스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전에도 상대방은 사소한 것에서 제법 중한 것까지 제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말)을 했던 일들이 있습니다.

그냥 속아주고 넘어갈 만한 일들이 더 많았긴 하지만,

저는 아마도 상대방에게 '저 사람은 나를 속여넘길 수 있는 사람' 이라는 피해의식을 갖게 되어버린 듯합니다.

이번의 거짓말을 또 묵인한다면, 그 피해의식은 폭발하거나 최소한 더욱 강화될 듯하구요.

 

그렇다고 마음에 꿈틀대는 대로 상대방에게 따지고 들려니,

제가 '말을 잘 못하는 사람' 이라는 점이 걸립니다.

제가 관계에서 눌리는 입장이 되어요. 특히 상대방은 말을 더 잘하고 저보다 요령도 있습니다.

말을 꺼냈다가 또 그 요령에 휘말려들어 할말을 제대로 못하거나, 제 뜻을 잘 전달하지 못해 저만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릴까 봐 걱정입니다.

 

이러한, 내게 거짓말을 한 것 같은데 상대방은 부인하고, 아니라고 당신은 거짓말했다고 강하게 밀어붙이기엔 조금 긴가민가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들 행동하시나요?

거짓말을 해도 걍 넘어갈 수 있는 일회적이나 덜 가까운 사이 말고, 오래도록 봐야하는 가까운 사이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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