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무실 제 자리에서 가까운 곳에 저랑 업무상 전혀 상관 없고 통로에서 인사만 하는 정도인 임원 한 분 자리가 있습니다.  그 분이 오늘 부하직원 한 명을 혼내는데 제목과 같은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직원 분은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남자분이었고, 그 임원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오히려 별 주저함 없이 쉽게 빗대어 저런 말을 하신 것 같아요. 그냥 "그런 마인드로는 평생 아무 것도 못합니다"에 중점을 두고 한 귀로 흘려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절 겨냥한 말도 아니었지만, 이제 노처녀라고 구박하거나, 선보라고 닥달하거나,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는 농담조차 어느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하는 나이에 달한 싱글인 전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 어쩔 줄 모르겠더군요.

 

물론 제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하실 수도 있어요. 어쩌면 아무도 별 신경 안 썼을지도 모르죠. 살다 보면 생각만큼 남일에들 관심 없다는 거 느끼잖아요. 아니면 뭐, 누군가는 제 눈치를 봤을 수도 있지만 그 순간 뿐이었을 테고...

 

하지만 전 저런 말이 쩌렁쩌렁 울리고 난 후부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있는 지금까지 정말 힘드네요. 아, 저런 생각들을 하고 사는구나..회사를 제외한 제 생활 반경 전역에는 저보다 나이 많은 싱글들이 워낙 많아 평소에는 의식도 않고 지내는데, 무방비상태에서 가끔 오늘처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면, 당장의 당혹감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이 이런 상황에 처할까..싶어 급격히 우울해지네요.

 

회사 분위기가 여러모로 보수적이거나 권위적이지도 않은 외국계인데다가 저 말을 하신 분은 미국에서 대학까지 나온 40대 중후반의 교포이신지라 더더욱 착잡합니다 (이 역시 편견에 기인하겠지만...).

 

전에도 게시판에서 노처녀, 노총각 하자품? 같은 주제로 글이 올라왔던 걸 본 기억이 있는데요. 하자품이라고 생각하든 말든 자유지만, 제발 입은 함부로 놀리지 않아줬으면 좋겠네요. 차라리 내게 한 이야기였으면 뭐라고든 대응하고 넘어갔겠지만, 이런 간접적인 펀치가 더 힘들군요. 저와 같은 상황의 친한 언니에게 카톡으로 이야기하고 위안을 받고 서로 "더 강해져야 한다" 뭐 이런 다짐을 하긴 했지만 완전히 추스려지지 않아서 주절주절 늘어놓아봤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54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09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146
119388 그러고보니 올해가 여명의 눈동자 방영 20주년 되는 해이네요. [44] 감자쥬스 2011.12.01 4918
119387 아이폰 5가 안 팔리긴 하나보네요. [14] 깨져있는 시민 2013.01.13 4918
119386 마린블루스 작가의 연재만화인데... [9] 01410 2010.09.03 4918
119385 여왕님의 복귀전인데?? [16] svetlanov 2012.12.08 4917
» "그런 마인드로는 평생 결혼도 못 하고, 애도 못 낳고 아무 것도 못합니다." [15] qqn 2012.09.18 4917
119383 "김문수 지사입니다.누구십니까?" "뚜~뚜" [35] ohyes 2011.12.28 4917
119382 송중기와 조선사극궁합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14] babsbunny 2011.10.08 4917
119381 성희롱이 일상화된 나라 [19] 데레데레 2012.01.28 4917
119380 정글의 법칙 '아마존' 편을 보고. [15] 자본주의의돼지 2013.01.08 4917
119379 박지만과 나꼼수 그리고 김어준의 파파이스와 두바이 [4] 왜냐하면 2014.08.16 4916
119378 세계에서 미인이 가장 많은 나라는 [6] 가끔영화 2014.02.01 4916
119377 아저씨가 영어로 뭘까 [7] 가끔영화 2013.03.18 4916
119376 바낭) 인테리어, 정리정돈 이런건 정말 타고난 센스가 있어야 잘 할수 있나봐요. [20] 사양 2012.08.06 4916
119375 ‘에어컨 복지’를 많이 해줬으면 좋겠어요 [7] military look 2012.08.05 4916
119374 나는 꼼수다 13회차까지 들으며 느낀 점 [19] mockingbird 2011.08.06 4916
119373 [바낭] 차인표가 신애라에게 쓴 편지 [17] 재클린 2010.09.14 4916
119372 잔심부름, 한국인의 식민지 근성~~~~ [29] 앗이런 2013.04.12 4915
119371 [건프라] PG 더블오 해 넘겨서 계속 조립;; 지긋지긋;; [8] Mk-2 2011.01.04 4915
119370 김혜수 옛날영화 사진 [6] 가끔영화 2011.05.24 4915
119369 뜨거운 감자, 혹은 김C의 음악. [24] 로이배티 2010.08.04 49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