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6 01:41
이번엔 검을 뽑아 자세를 잡고 다시 반격에 나섰다. 이제 겨우 반 걸음 차이도 안 나는 거리에서 빠르게 검을 돌려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신속히 들어올려 휘둘렀다. 분명 제대로 들어갔을 거라 생각했다. 확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말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시 방심하고 말았다.
놈은 검을 뽑기는커녕 다시 나의 품으로 파고들어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남은 한 손으로 자신의 옷 안에서 단도를 꺼내 휘둘렀다.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이내 확실히 알았다.
검을 들고 있던 내 오른손이 사라졌다는 걸.
등 뒤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내 손목에서 피가 솟구쳐 나왔다.
아픔 이전에 위기감이 먼저 찾아왔다. 앞엔 아직 적이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목숨이 위태로운 적이. 몸을 숙여 적을 어깨로 밀쳤다. 그 순간 확실히 보았다. 놈이 방심하는 것을. 한순간의 기회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았다. 놈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남은 왼손으로 집었다. 아니, 그러기 전에 놈이 검을 뽑았다. 그리고 난 집을 뽑았다. 그 상태로 놈의 허리를 강하게 집 끝으로 찔렀다. 놈이 크게 기침을 하며 옆으로 물러섰다. 또 한 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집을 크게 휘둘렀다. 강렬하게, 아주 강렬하게 놈의 얼굴에 직격했다. 자세가 무너지고 옆으로 쓰러져버렸다. 바닥에 피가 섞인 침이 튀었다. 놈이 날 올려다 노려봤다. 나도 똑같이 노려봤다. 검집으로 상대를 겨누며.
상대가 안 된다고? 무모하다고? 하지만 난 벌써 두 번이나 기회를 잡았고 성공했다. 벌써 다음 수를 여섯 개 정도는 생각해뒀다. 상황은 아까 처음으로 대치하던 때로 돌아갔다. 다른 건 이번엔 방심하지 않을 거라는 거. 그 단 하나의 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