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 글을 보다가 생각나서 올려요.

 

최근에 우연히 유투브에서 본 다큐드라마입니다. 제목은 'Edwardian Country House'

 

일반인들이 영국 시골 대저택에 들어가 각자 주인 일가와 하인으로서 3개월 동안 생활하는 내용입니다.

 

영국에서 에드워디안 시대라 불리는 1906~1912년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일종의 사회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 드라마를 보며 신기했던 점들:

 

1. 주인과 하인의 신분 차이 못지 않게 하인들 사이의 서열도 철저하다는 점.

    junior staff들은 주인에 대해 뒷담화도 하고, 자기들끼리 욕도 하지만 집사 같은 senior staff들은 함부로 행동하질 못하더군요.

   자기들도 같이 끼면 집 전체의 서열이 무너지기 때문에.

 

2. 하인들의 일이 정말 고됩니다. 20세기초의 생활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대 문명의 이기는 일체 금지되었고

   노동법의 적용도 받지 않습니다. ^^;; 서열 가장 아래의 하녀는 자원자가 두번이나 포기하고 집에서 나가요. 하루 16시간 노동...

   원룸 청소도 벅찬데 저리 큰 집을 매일 같이 청소하고 관리하려니.. 정말 힘들겠지요.

 

3. 그런데 주인 일가도 나름의 고충은 있더랍니다. 하루 일과에 개인 시간이 없어요!

   마을의 영주로서 모든 생활이 공식 행사로 채워져 있고, 하인들의 감시 아닌 감시 속에 살아요.

   그래서 사적인 얘기, 감정 표현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부모-자식이 같이 보내는 시간이 하루 1시간 남짓...

 

4. 집에 같이 사는 주인 마님(?)의 미혼 여동생이 힘들어합니다. 하인처럼 힘든 노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 걱정도 없지만

   집에서는 주인과 하인 사이의 어중간한 서열에 속합니다. 그러다보니 현대처럼 언니와 평등한 관계에서 소통하기보단

   언니가 자신을 아랫사람 대하듯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인들은 자기들끼리의 작은 사회라도 있지만 이 여동생은

   완전히 고립되어 있더군요.

 

5. 주인 일가는 오로지 senior staff들과만 말을 할 수 있습니다. junior staff한테는 인사도 안해요. 집 복도에서 주인과 마주치면

   junior 하녀의 경우 등을 보이고 뒤돌아서서 마치 자신이 거기에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그러다보니 주인 일가는

   junior staff 대부분에 대해 일체 아는 바가 없어요.

 

6. 그러나 하인들은 주인 일가의 생활을 1분 1초 단위로 파악하고 있지요.

 

7. 조용하고 격식적인 upstairs에 비해 downstairs는 사건과 싸움과 웃음과 뒷담화로 활기찹니다.

 

8. "평등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소통이 진실할 수 있다."

    "진실이 없는 사회는 병적인 사회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에드워디안 시대의) 사회는 그리 순식간에 휩쓸려 사라진 것이다."

 

9. 생각해보니 다큐드라마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리얼리티쇼에 가깝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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