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다녀왔어요. 그 유명하다는 이성당과 복성루를 꼭 가보리라 다짐을 했더랬지요.

도착하자마자 복성루, 추석 연휴 삼일 다 쉬신다길래 전날 냉큼 다녀왔습니다.



폰카로 찍었는데 색감이 요상하네요?

아무튼, 짬뽕을 먹었습니다.

듣던대로 해물 잔뜩, 돼지고기 고명, 그러나 음, 음? 좀 실망했습니다. 제 입맛엔 그닥.

국물은 살짝 텁텁한 감이 있었고, 조갯살은 뻣뻣했어요. 돼지고기도 별 존재감이 없었고;

아침부터 졸졸 굶은터라 싹 비우긴 했지만, 듣던 만큼은 아니라 풀 죽었어요.

아빠를 위해 시킨 짜장면은 정말이지 으아.. 

마감 직전에 간 터라 볶음밥을 못 먹은 게 좀 아쉽네요.


곧장 이성당 직행.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이란 말이 오히려 기대치를 낮추는데 한 몫 했습니다.



옛 시청 자리 맞은편에 있습니다.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안이 꽉 차 있었어요.


 


제일 많이 팔린다는 단팥빵과 크림빵.

빵 안에 팥이 꽉 차 있어서 한 입 물면 단맛에 몸이 소스라쳐집니다.

겉면이 맨들맨들 무척 먹음직스러워요. 짭짤한 빵껍질과 소름끼치는 단팥의 조화.

버터와 설탕과 밀가루에 환장하는 동네 친구 모씨를 위해 여러 개 사긴 했지만, 이것도 저는 좀 별로;; 너무 달아요;;

트레이에 단팥빵만 탑처럼 쌓아담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어요.

나오는 족족 팔려나가더라고요.

크림빵도 안이 터질 듯이 꽉!

요건 정말 맛있었어요. 제가 먹어본 크림빵 중에서는 최고! 

(하지만 제가 기본적으로 크림빵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게 함정.)



이건 엄마가 먹고싶대서 고른건데, 카스테란 줄 알고 먹어봤더니 영 다르네요?

쫀득한 빵 안에 건포도가 꽤 튼실하게 박혀 있습니다.

빵의 식감이 무척 좋아요! 쫄깃쫄깃 떡같으면서 부드러운.



사실 제가 좋아하는 빵류는 온니 곡물맛만 나는 빵. 이런저런 맛이 나는 건 별로예요.

사실 이성당에서도 치아바타와 바게트를 사고 싶었지만!! 그런 건 서울에 많으니까, 진짜 1945년 출범 빵집의 위엄을 알고 싶더라고요.

인기 많은 달달한 것만 고르다보니,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요 빵을 막판에 줏어넣었습니다.

온니 빵! 이예요. 

이름은 까먹었는데, 흑미빵이래요.

약간 달큼하면서도 인공적인 맛이 나긴 하지만;; 아무튼 단 맛에 썩을 것 같던 혀를 정화시켜주는 고마운 놈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제일 호평했던 빵입니다. 납작하게 구운 쑥향 빵? 안에는 견과류를 으깬 설탕소;같은게 들어있습니다.

진짜 떡같은 느낌이예요. 역시나 소름끼치는 단 맛 속에 퍼지는 고소함이 조화되는 (칭찬이야 욕이야!)


이외에 몇 가지를 더 샀지만, 저의 시식은 여기까지가 끝.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었어요ㅠ

여행가면 꼭 그곳의 유명한 빵집엘 들르게 되는데,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오래된 빵집, 지역의 랜드마크인 빵집의 맛은 도시에서 자란 제 입맛과는 거리가 멀어요. 

제가 특히 단 맛에 취약한 걸지도요. 그런 곳들은 대부분 매우매우매우매우 달더라고요.


아무튼 먹부림 여행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제가 조르고 졸라서 들른 두 군데 모두 실패에 가까웠기 때문에 부모님 역시 풀 죽으셨거든요- _-



다음날 청암산 구불길을 걸었습니다.





날씨가 굉장히 좋았어요!! 상수도원이라던데 숲은 청량하고 물은 보들보들했습니다.

딱따구리랑 청설모랑 물고기랑 산비둘기랑 이름모를 파랑새도 봤어요!

둑길에 가득한 갈대숲을 거니는 것도 좋았고, 대나무 숲의 서늘함도 좋았어요.



밤나무가 굉장히 많았어요! 가는 곳마다 밤송이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어요.

밤 한웅큼 줏었고요. 도토리도 두 개.

청설모가 도토를 한 입 가득 물고 냠냠 먹고 있는게 맛있어보이더라고요.

엄마랑 아빠랑 먹을 만큼만 줏어왔습니다. 토종밤이라 알은 잘지만 무척 달았어요!!



이런 모양의 구름과 이런 색의 하늘이 사방에!!!



그러나.. 중간 즈음 왔을 때 수풀 속 땅벌을 잘못 건드린 엄마님 덕분에...

다행히? 벌떼는 엄마를 그냥 지나쳐서 제게만 달려들었습니다 어째서? 모르겠어요. 

향수를 뿌리지도, 화장품을 바르지도, 향 좋은 린스를 쓰지도 않았었거든요. 근데 어째서 내게로!!!

처음에는 허벅지랑 팔 등에 마구 쏘기 시작하다가

풀어헤친 머리 속으로 돌진.머리카락 속에 벌들이 서로 엉켜서;; 머리카락 속에서 열댓마리가 우웅웅웅거리며 마구 쏘더라구요 으어어어어엉

정신이 없었어요. 아픈 건 둘째치고, 귓가의 엄청난 벌소리가 뇌를 뚫고 들어오듯이, 영화 속에서 보던 그런 것 있잖아요;;

머리를 마구 털어대도 벌들은 나올 줄을 모르고 머리카락에 더욱 더 엉켜가고

다른 벌들은 팔다리를 마구 쏘아대고

엄마는 놀라서 날 막 두들겨;패고;;;;; 제 머리를 막 때려서, 머리카락에 엉킨채로 죽인 벌들을 꺼냈다는..슬픈 이야기.....

열마리 정도가 죽어서 나오더군요. 머리가 얼얼한 게 정신도 없고 다리를 후덜덜

119에 전화해봤는데 산 속에라 폰도 안 터지고 쓰리지는 당연히 안 잡히고

미친듯이 한시간 반을 내려왔습니다. 하산하자마자 119에 전활 했는데

가슴 위쪽에 쏘인 것만 해도 위험하고, 머리는 혈관이 많아서 열 방 이상 쏘였으면 반드시 병원을 가야한다더라구요.

근데 그날이 추석 연휴 첫날. 제가 있는 곳은 군산에서도 깊숙한 시골마을.

결국 119 차 타고 한시간 가량 달려서 한군데 열려있는 병원엘 갔어요. 그마저도 저녁 일곱시에 닫는대서 허둥지둥.

어찌어찌해서 주사 세방 맞고 약 타왔습니다. 씻고 머리 감는데 안에서 벌 네마리가 더 나오더군요;;;;

결국 어제밤 급히 서울로 귀환해서 쉬고 있어요.

아직도 대체 뭔 일이 있었던건지 어안이 벙벙하네요.

아무리 시트콤 인생이라지만- _-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이,,

지인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저는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라고 놀랍지도 않대요(!!!!!!!)


신나고 맛난 사진으로 시작해서 뭔가 슬프고 울적하게 글이 끝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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