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오바마의 패배

2012.10.05 01:27

bulletproof 조회 수:3905

어제 미 대선후보 토론에서 오바마가 롬니에게 완패했더군요. '블랙 케네디'로 칭송받던 오바마가 기죽은 모습을 보이니 안타까웠어요. 근데 내용을 보면 롬니는 어쨋든 뻔한 얘기를 하면서도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잘 하네요. 의외의 재능이 있어요. 정작 변호사 출신은 오바마인데 롬니가 더 변호사같은 면모를 보인 느낌입니다. 오히려 미국에선 이런 이미지가 비호감일 수도 있을 거같은데.

오바마캠프는 지지율만 믿다가 큰 코 다친 거죠.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오바마캠프가 전략을 잘 짜고는 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찍힌다거나 만만하게 보던 과목에서 피보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죠. 아직까진 두 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 아무쪼록 만회했으면 합니다.

아무리 잘 준비해도 결국은 전략싸움에서 오바마가 불리할 수밖에 없어요. 롬니가 내세우는 건 단지 '미국다움이 무엇인가'이죠. 미국 경제 어렵고 힘든 건 알겠는데 어쨋든 정부지출 강화와 복지를 위한 증세는 '미국식 해법'이 아니라고 못박는 겁니다. 세계 최강대국 국민들이 자신들 체제의 패배를 쉽게 인정하긴 어려울테니 어떻게 보면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입니다.

따지고 보면 공화당의 전략은 참 일관적이에요. 깅리치의 선거혁명 당시에도 슬로건은 '미국과의 계약' - 즉, 우리 조상들은 미국을 건국할 때 절대 큰정부를 구상하지 않았다 - 이고 오바마를 비판하는 만평에서는 그를 미국이 아닌 EU 대통령으로 묘사하기도 했죠. 이에 대한 정공법은 제 예상컨대 눈에는 눈, 코에는 코라고 역시 역사에서 정당성을 얻는 거아닐까 싶어요.

토마스 제퍼슨. 민주당 입장에서 제퍼슨만큼 자신들의 프로파간다에 역사적 정통성을 부여하는 인물이 없죠. 버지니아 종교개혁법(인류 역사상 최초의 정교분리 선언!)을 작성했고 계몽주의적 정치관을 가졌던 사람이 건국의 아버지 중에 포함되어 있으니 나름 든든하지 않겠습니까. 텍사스에선 역사교과서에서 제퍼슨을 삭제하자는 움직임까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사실 이양반도 반연방주의자라 큰정부를 지지하는 데 이용해먹긴 힘들듯. 결국은 FDR과 JFK의 이름을 빌려 미국민들을 감동시키는 수밖에 없으려나요. 어쨋든 다음 토론에선 오바마의 선전을 기원해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02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6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748
111512 그냥 애엄마로 사는것에 지친걸까? [20] 쇠부엉이 2015.11.19 3907
111511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여자의 진심을 알려거든. [28] 최광철 2016.08.22 3907
111510 대통령 경호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 [16] amenic 2013.01.25 3907
111509 어린이 학대. [9] DJUNA 2012.09.16 3907
111508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겪은 갖가지 진행 미숙 사고 [27] oldies 2011.10.11 3907
111507 가게 주인(혹은 알바생)이 절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15] Serena 2011.07.15 3907
111506 임시직 직원이 나이 속인 것이 그렇게 큰 일인가요? [14] 도야지 2011.05.31 3907
111505 실비아 크리스텔이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5] 무비스타 2012.10.18 3907
111504 제 생각에 토익점수는 그냥 성실성의 척도 같아요. [24] 기린그린그림 2011.04.11 3907
111503 [바낭] 와, 강승윤... [9] 청춘의 문장 2010.10.14 3907
111502 자존감이 높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14] lynchout 2010.09.01 3907
111501 [바낭] 입사 1년만에 원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11] 7번국도 2010.08.24 3907
111500 [심야바낭] 어디 파스타 같은걸 끼얹나? [16] 불별 2010.08.18 3907
111499 언제 폭발할까요? [18] 사팍 2012.12.23 3906
111498 대세는 소개팅 [13] A cloud in pants 2013.08.06 3906
111497 한국에는 진정 연기도 잘 하고 연출도 잘 하는 인재는 없는걸까요 [20] 감자쥬스 2012.10.28 3906
111496 미드 새로운 시즌, 4분기 일드 [27] Mott 2012.10.02 3906
111495 김용민 "노인시위 못하게 시청역 엘리베이터 없애야" [24] 철과와인 2012.04.04 3906
111494 [펌] 옴니아2사용자, "갤럭시S 2로 바꿔줘도 싫다"..왜? [14] being 2011.04.13 3906
111493 장녀의 무게 : 우리집 남자들은 어린 아이 같아요. 철딱서니 없는.... [3] Assam 2010.07.13 390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