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저씨를 처음 봤던 건 대학교 2학년 쯤으로 기억합니다.

학생회 주최 무슨 매우 정치색 짙은 문화 행사에 초대 가수로 나왔었는데. 모여 앉아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 김현식의 '추억 만들기'를 불렀는데 느낌이 너무 비슷해서;

물론 당연히 노래는 훨씬 못 불렀습니다만. 뭔가 느낌이 비슷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양반이 김현식을 좋아해서 김현식처럼 부르고 싶어서 몸부림쳤던 시절이 있으시다고(...)

덕택에 김현식의 사촌 동생이라느니 하는 헛소문이 퍼져서 꽤 오래 갔던 기억도 있네요. 당시엔 인터넷도 없고 할 때라 연예인, 유명인들 사생활에 대해선 확인이 힘들었으니까요.


그러고 대략 1년쯤의 시간이 흐른 뒤. 친구들과 찾은 '더 클래식' 콘서트장에서 이 분을 다시 마주칩니다. 게스트로 나왔어요.

소극장이라 꽤 가까이서 봤는데. 주로 기억에 남았던 건 개그(...)였습니다.

어디 아픈가 싶을 정도로 삐쩍 마른 사람이 휘휘 걸어 나와서는 지금 자신의 컨디션이 얼마나 좋지 않으며 어째서 너희들은 이걸 감사히 여겨야 하는가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 놓는데 당시로선 보기 힘든 뻔뻔스런 개그 센스에 관객들이 감동해버렸거든요. 심지어 그 컨디션 탓에 지금 자기가 부를 노랠 자기가 부를 수가 없다며 즉석에서 후렴구를 가르치곤 '내가 신호하면 불러라!'라고 시켜 놓고 정말 그대로 했습니다. 자긴 안 불러 버렸어요 후렴구를;;


근데 노랜 좋더라구요.

그게 이 곡입니다.



(이게 이미 3집이었다는 걸 알고 충격과 공포를 느꼈습니다; '나와 같다면'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앨범이 4집이에요.)


여러가지 이유(?)로 기억에 남길래 나중에 CD를 샀었는데. 뭐 앨범도 그럭저럭 들을만 했습니다. '가난한 날이 노래가 되어', '그런 날에는', '나를 잊고 살아줘' 같은 곡들은 지금도 제목이 기억이 나구요. 위에 올린 '노래만 불렀지'는 다른 버전이 끝 곡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그 쪽이 좀 더 나았다는 기억도.


그래서 저 곡 때문에, 그리고 그 콘서트 게스트로 나와서 저지른 만행(?) 때문에 김장훈은 제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넘치는 방황 청년 같은 이미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그 때도 노랠 잘 부르진 않았...; 단지 젊음 power로 목청은 훨씬 좋았네요.)

인기는 커녕 인지도도 제로에 가까운 무명에, 그럼에도 줄기차게 콘서트는 열고.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아도 죽어라 노래는 부르고. 노래를 잘 못 함에도 불구하고 죽어라고 부르고. 하지만 인기는 없고. 앨범을 들어봤더니 예상 외로 노랜 나쁘지 않고. 뭐 이렇다 보니 멋져 보이진 않아도 애잔해 보이긴 하더라구요(...)

게다가 그 모자란 실력에도 불구하고 전 이 분 음색이 맘에 들었었습니다. 쓸쓸하고 거치면서도 좀 내성적인 듯한 느낌. 그리고 참 애쓴다(쿨럭;)는 느낌이 이 분의 캐릭터와 당시 이 분이 부르던 노래들과 그럴싸하게 어울렸거든요. 정말 이대로 영원히 스타 가수가 못 되어도 계속 기타 하나 부둥켜 안고 노래만 부를 것 같은 느낌. 뭐 그랬습니다.


결국 '나와 같다면'을 리메이크해서 인기를 끈 후론 이전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로 달라진 행보를 보이긴 했습니다만. 콘서트에 집착하고, 번 돈은 죄다 엉뚱한(?) 데다 쏟아 부으면서 계속 노래하고 콘서트 열고. 재산도 안 모으고 결혼도 안 하면서 계속 불안정한 느낌으로 살아가는 (그리고 여전히 노래를 못 하는. <-) 모습을 언론들 통해 접하노라면 언제나 저 시절의 김장훈이 떠올랐어요. 참 변함 없는 사람이구나 싶으면서도 이제 제발 좀 변했으면 싶기도 하고. 별다른 애정은 커녕 호감도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괜히 신경쓰이는 사람, 뭐 그랬습니다.


얘기가 점점 갈팡질팡하는데...;


암튼 요즘 미투데이로 이 분이 벌이는 좀 모자란 행동들. 그리고 쏟아지는 비난 여론 같은 걸 보다보니 갑자기 또 옛날 일들이 생각나서 노래도 찾아 듣고 글도 끄적거리게 되네요.

이 분이 이제 한국 나이로 46세에요. 갑자기 음악적으로 성숙해지거나 노래 실력이 일취월장해지거나 할 일은 없겠죠.

하지만 최소한, 그냥 이 분이 이제 좀 안정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편안하게 사는 모습 좀 보여줬음 좋겠어요. 제발 기부 좀 그만하고 본인 인생 좀 챙기고. -_-+


그리고 이번 일로 너무 비난받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하필 싸이가 범 지구적 유명인이자 '대한민국의 자랑' 비스무리한 캐릭터가 되는 것과 동시에 일이 터져서 일이 겉잡을 수 없이 커 지는 것 같은데. 얼른 수습 되었으면... orz



덤 1.

사실 가장 좋아했던 건 이 곡입니다.



대략 11년전. 김장훈도 차승원도 유희열도 참으로 젊네요. 

희열옹이 본인 콘서트에서 이걸 직접 부른 일이 있어서 그런지 자꾸 토이 곡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확인하고 나중에 또 헷갈리고 또 확인하고...;


덤 2.

한 땐 이 분이 승환옹과 친해서 승환옹이 티비에 데리고 나온 적도 있었어요. 아마 이 분이 무대 연출 덕후가 되어 버린 건 승환옹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요즘에도 연락하고 지내는지 모르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73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28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6413
114 두산이 올시즌 입장료를 팀별로 차등해서 받네요. [5] 쵱휴여 2013.03.20 2004
113 나이를 헛먹었다는 말의 의미는? [4] 쥬디 2013.03.19 1810
112 (연애바낭?) 요새 너무 고민이에요 [6] 사람 2013.03.18 3589
111 게시판에 정전끼(?)가 살짝 보이는 건 착각일려나요? 미국 드라마 Touch 어떤가요? chobo 2012.12.31 924
110 [바낭] 듀게인들은 확실히 솔로가 적군요. [13] 지붕위의별 2012.12.25 3956
109 MBC는 어떻게 될까요.. 멘붕이 멈추지 않아요 [3] 지붕위의별 2012.12.20 1907
108 사람이 미래라면서요(한숨) [27] 루아™ 2012.12.20 2646
107 [듀나인] 투명한 관을 타고 금붕어가 왔다갔다 하는 영화 [4] 닥호 2012.12.19 902
106 (D-2) 일이 손에 안잡힙니다.2 2012년 12월 20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14] chobo 2012.12.17 3110
105 [듀나인] 이태원에 외국음식점 맛집 좀 알려주세요. [11] 닥호 2012.12.13 2893
104 ㅂㄱㅎ 5개국어 능통설의 출처는 무엇인가요. 근거자료를 하나라도 보신 분?? [14] 허만 2012.12.09 13169
103 기분 잡치는 프라하 여행. [17] 자본주의의돼지 2012.12.04 5441
102 [듀나IN] 외국인 영어강사가 오버타임 등의 문제에 관해 상담할 곳은? [3] Q 2012.12.02 1513
101 나는 어떻게 신소율을 알게되었는가에 대한 고찰 [7] @이선 2012.11.30 2839
100 너무 슬픈 노인들의 성매매 기사 [7] skyworker 2012.11.09 4030
99 [아이돌] 넬의 노래에 성규군 보컬을 끼얹어 보았습니다 / 노지훈(기억들이나 하실지;) 데뷔곡 MV + 덤덤 [7] 로이배티 2012.11.07 3072
98 안드로이드폰을 쓰면서 '이거 완전 그지같네'라는 말을 안하는 방법? [11] soboo 2012.10.25 3810
97 남녀, 성역할과 사랑에 관하여 [16] 피로 2012.10.13 3803
» [바낭] 아주 옛날 옛적에 좋아했던 김장훈 노래 [2] 로이배티 2012.10.06 1709
95 (외국사시는 분들을 위한) 국외부재자/재외선거인 등록 방법 [1] Boyfalling 2012.09.20 108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