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0 01:22
1.
네 오늘 잠실야구장에 가서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이차전 경기를 보고 왔어요
여름에 직관할 때는 경기가 여섯시반에 시작해 한시간이 지나도 하늘이 환했는데
역시 가을이라 그런지 경기가 시작되는 여섯시부터 해가 거의 기울었더군요
엄청나게 많은 관중이 들어찬 야구장에 앉아
가을석양 아래 경기를 보는 것도 그 나름의 낭만이더라고요 ^^
대다수의 팬들이 그렇겠지만 저 역시 지루한 투수전을 좋아하지 않는데
- 경기내용은 시망이었지만 직관했으면 어제 경기가 더 재밌긴 했을 듯 ㅎㅎ
오늘 경기는 투수전 양상으로 경기가 아주 빠르게 전개되었어요
하지만 역시 포스트시즌 경기다보니 투수전임에도 불구하고 한회 한회 긴박감이 있었던 것 같고요
조성환이 일사만루에서 병살을 칠때는 정말 욕이 엄청나와서
한동안 끊으려고 했던 맥주를 한 캔 사고 말았지만 ㅠㅠ
용덕한이 홈런 치는 순간 느낀 짜릿함으로
그때의 스트레스를 다 보상받을 수 있었지요
몇해전 용덕한이 두산에 있을 때 포스트시즌에서 롯데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했던 걸 똑똑히 기억하던 저는
용덕한의 빠따가 시즌 중에 시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경기에서 제대로 한 건을 해줄 거라 믿었는데
정말로 친정팀을 상대로 그런 비수를 날릴 줄이야 ㅎㅎ
올초에 엘지와의 경기를 직관하던 중, 엘지에게 지고 있다가 구회에 강민호가 동점 홈런을 날리는 걸 봤을 때도
너무너무 짜릿했는데
용덕한의 홈런 역시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게 롯데야구 맞나 싶을 정도로 든든한 정대현의 마무리 ㅠㅠ
정말 영원히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본 경기였어요
경기가 끝난 후에도 아마 이게 올해의 마지막 잠실 직관경기겠구나 싶어 한참을 경기장에 앉아있다가
문득 떠오른 아일랜드민요 한곡을 마음 속으로 흥얼거린 후
그렇게 많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다 빠져나간 경기장을
천천히
걸어나왔지요
2.
그 여름 마지막 장미 그 여름 마지막 경기
어찌할 수 없는 세월이 흘러가네요 ^^
3.
오늘 야구장에 가기 전 잠시 동네 카페에서 좋아하는 선배를 만났는데
얼마 전에 나온 자신의 첫 단편집을 한권 주시더군요
선배가 그 책을 내기위해 보낸 젊음이 어떤 모습인지 어렴풋이 알기에
그 책을 받는 순간 뭔가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제 선배는 정말로 청춘을 지나 담담하고 원숙한 새로운 계절로 접어든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실은 선배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선배가 작가가 되기 전부터 선배가 보낸 무연한 시간들을 어렴풋이 지켜봤던 기억과
또 저의 하릴없이 하늘이 노랗기만 했던 청춘을
밤낮 없이 선배에게 위로받으며 버텨왔던 시간들이 떠올라
저 또한 그 책을 받는 순간 제 속의 어떤 시절이 온전히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늘 정말 고마워요 선배 제가 선배에게 입은 신세를 어떻게 다 갚을지 있을지
- 그런 말을 하면 어서 장가가라고 하시던데 ㅠㅠ
저도 열심히 잘살아야겠어요 선배에게 부끄럽지 않게
어서 바쁜 일을 끝내놓고 하룻밤을 잡아 선배의 책을 읽어야겠어요 선배가 어서어서 다른 작품들도 많이 써줬으면 좋겠네요
4.
이십대 때는 그러그러한 불행 속에 있으면서도 참 무지하게 늘 불행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삼십대 때는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들 속에서도 세상 모든 불행이 내 것이 되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면서 살고 있네요
무엇이든 만성이 되는 어떤 계절에 쓸쓸함에 대해 또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실
고민은 끝났고
고민하고 생각했던대로 열심히 사는 일만 남은 거죠
5.
얼마 전 어떤 동생에게서
남자는 머리스타일이 예쁘고 옷을 잘입어야 되는데
절대로 머리손질하는 모습을 자기에게 들키면 안되고
옷도 너무 유심히 고르지 말고 아무거나 대충 골라 입어서
멋있어야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마초스러우면서도 자기랑 이야기가 잘 통하고... 블라블라...
하아... ㅠㅠ
그말을 듣는 순간, 순간적으로 뭔가 치밀어올랐지만 ㅎㅎ
그 동생이
'오빠, 너무 열받지마 내가 그래서 결혼 포기했잖아...' 라고 말을 할 때
욱하는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뭔가 연민의 정이 ㅠㅠ
여성분들도 여자는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말이 듣기 싫겠지만
가끔은 남자들 역시 '남자가 말이야...'라는 말을 엄청 듣기 싫을 때가 있답니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 속에 있는 취향과 감성대로 살게 그냥 좀 냅둡시다...
왜 자꾸 다들 재미없게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상상력 결핍을 부추기는 사회는 우리 조카들에게는 대물림되지 않았으면... ^^;;;
6.
오늘은 평일이지만 지금도 저처럼 안주무시고 계신 분들이 있으시겠죠?
평일이라 얼마나 댓글이 달릴진 모르겠지만 짬나시는 분들은 어디서 무얼하고 계신지 좀 알려주세요
전에는 스웨덴에 계신 분들도 댓글을 달아주셨던데 외국에서 지금 아침을 맞이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시겠죠? ^^
지금 맘이 따뜻하신 분은 그 따뜻함이 어디서 온 것이며 지금 맘이 쓸쓸하신 분은
그 쓸쓸함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고 댓글을 달아주신다면 그것도 감사하겠네요 ㅎㅎ
가을은 짧고
또 아름다워요
시월엔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 가을이 가는 일분일초가 아쉬워서 쉽사리 잠들 수가 없네요
오늘도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이 원래 좀 오글거립니다 죄송 ㅠㅠ
다들 좋은 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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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남자 다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코디지만, 나 이거 잡히는대로 입고 나왔어, 하는 느낌을 주는 게 참으로 어렵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