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바낭

2012.10.12 15:19

에아렌딜 조회 수:1320

1.

전 참 의존적인 성격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한편으로는 참 배타적인 성격이기도 합니다.

이렇게나 상반되는 일면이 공존하고 있는 성격이란 게 괴이하긴 합니다만, 뭐 타고나길 이러니 별 수가 없지요. 

가끔 저도 저 자신에게 괴리를 일으키곤 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타인에게 의존하고 있다, 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누군가에게서 칭찬을 받거나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입니다.

특히 어머니나 아버지 뻘 되는 누군가에게 상냥한 미소로 응대받았을 때.... 마음이 뭉클하곤 합니다.

아,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 나는 아직 있어도 괜찮은 인간이야....

이런 뻘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마도 제가 어릴 적 부모님의 관심을 못 받고 커서 그렇겠거니 하고 짐작하곤 합니다만.... 


하지만 이게 과연 정상적인,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도 좋을 법한 현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여기 와서 많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아마도 이런 정신현상(?)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긴 다 나이많은 분들이 근무하시거든요. 

다들 어른이시다보니 딸이나 손주뻘 되는 제가 뻘짓을 해도 관대하게 봐주시는 게 조금은 있는 것 같고.

저는 괜히 어린 시절 채워지지 못했던 애정을 충족받는 것 같이 뻘한 짓만 하고 있고....

그러다 왜 나는 좀 더 예쁨받지 못하나 하는 우울함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나도 저런 부모님 아래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하다가 또 자학의 우물에 빠집니다.


어머니뻘, 아버지뻘 되는 사람들에게 예쁨받고 싶어하는 증상... 괜찮은 걸까요.

심리학에 이런 용어가 있을까요?



2.

세상 모두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죠.

그런데도 왜 전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증오에 이토록 민감한지 몰라요.


한세상 살다보면 다 잊혀질려나요.

아주 오래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향한 증오에도 무뎌질까요.




3. 

날씨가 참 좋아요.

길가에는 억새풀이 돋아나 있답니다.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해요.

아침 저녁으론 좀 춥지만요.


얼마 전에는 마을 버스를 타고 마을로 내려갔어요.

버스 기사 아저씨가 무척 유쾌하더군요.

제가 버스 이용법을 몰라서(...) 우왕좌왕했더니 어디 사람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오, 한국인이군! 하더니 자신은 카라와 김태희를 좋아하신답니다. '너는 세번째야' 이래서 깔깔깔 웃었네요.

화를 내야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ㅋㅋ

제법 그럴듯한 한국어 발음으로 '사랑해요'라고도 말씀하시더군요. 푸하하핫 ㅠㅠ 아저씨 한국어 잘하시네요...


내릴 무렵엔 '나 한국인이야' 라는 농담까지 들었습니다. 자신은 사실 욘사마라고... ㅋㅋㅋ

재미있는 버스였어요.


워낙 시골이다보니 버스가 뱅뱅 돌더라고요. 보통 버스가 다닐 것 같지 않은 산길까지도....

아소는 굉장해요. 그야말로 자연 속에 살고있는 기분이죠. 나쁘게 말하면 깡촌...

정말 여기 오래 살려면 자동차가 필수겠어요 ㅠㅠ 버스가 하루에 세 대밖에 없으니까유.


다음에 또 타고 싶지만 한 번 마을로 내려가면 파김치가 되도록 걸어야 해서. ㅠㅠ 

다음 이용은 언제가 될까요.



좋은 가을날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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