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있는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지난 여름 휴가로 다녀왔던 곳들을 쭉 둘러보다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한 달 동안 이어졌던 여행의 종착지는 불가리아였어요. 불가리아의 한 도시에서 out이었는데 다른 나라들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하는 바람에 불가리아에서는 시간을 얼마 못 보냈습니다. 수도 소피아는 그닥 인상적일 것도 없어서 반나절 동안 대강 둘러보고 여행객들에게 많은 추천을 받은 벨리코 타노보(Velico Tarnovo)라는 도시로 서둘러 갔습니다.


저녁에 도착해서 같은 방에 있는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한창 유로컵 시즌이라 축구를 보면서 맥주를 마시고 일단 첫 날을 보냈죠. 다음 날에 대강 도시를 둘러보고 돌아왔는데 방에 새로 들어온 호주 청년이 자꾸 무슨 UFO를 보러 가자고 꼬시는 겁니다. 읭 불가리아엔 뭔 UFO? 이랬는데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UFO모양의 공산주의 잔여물(?)이 있다고 하더군요. 호스텔에서 4명이상 모으면 주인 아저씨가 데리고 가 준다고 해서 둘이 열심히 인원을 모집해서 5명이 투어에 나섰습니다. 한 시간 정도 차를 타고 산을 오르니 멀리서 정말 산꼭대기 위에 UFO모양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왕 신기!!




 


가까이 가니 말농장! 말들이 주변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의 정체는 Buzludzha Monument라고 불가리아의 공산주의 시절1981년에 야심차게 세워진 건물 

 그러나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건물도 폐허가 되고 이제는 그저 말X이 가득한 어쩐지 슬픈 건물... 


 <img src="http://imageshack.us/scaled/landing/59/c36020120625135204.jpg"> 

계단 앞에 보이는 저것들이 다 말X이라능;; 한여름이라 냄새가 더욱 지독했습니다... 

어쨌든 저 건물은 잠겨있어서 일반인이 오면 못 들어 가고 호스텔 주인아자씨가 열쇠가 있어서 아자씨랑 와야지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이 매우 컴컴하고 복잡하고 위험해서 아무나 들어가면 위험해염. 바깥은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였지만 산정상에 위치한데다가 

시멘트 건물 안이라서 엄청 서늘했습니다

.  

 

 

창밖으로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게 매우 묘함

 

 

아저씨가 출발 전에 쓰레빠 말고 꼭 발이 다 덮힌 신발을 신으라고 했는데 그 이유가 바닥이 온통 유리파편 투성이라서 였어요. 

아마도 상상해 보길 내부가 엄청나게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던 거 같습니다 색색의 유리파편들이 가득했거든요. 

그리고 지하같은 경우는 손전등을 의지해서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웠고 아저씨가 저한테 준 손전등은 하필 배터리가 간당간당해서 진짜 약간 야맹증까지 있는 저는 진짜 온 신경을 곤두세우며 다녔음-_- 


안에는 레닌,스탈린,디미트로프,지코프등등의 모자이크 벽화가 일부 남아있었고 아저씨가 뭐라고 얘기해 주긴 했는데 기억은 나지 않는 선동문구들이 벽면에 가득했죠. 그리고 아저씨는 마치 건축업자처럼 계단 아래나 벽 뒷면등을 헤집어가면서 겉으론 화려해보이고 싶었지만 실은 엄청나게 조악하기 짝이 없는 건물이다라고 연신 설명했더랍니다. 


글빨이 딸려서 저 곳의 미묘하고 괴기스럽기까지한 분위기는 차마 다 전달하지 못하겠지만 여행 좀 해봤다고 나름 자부하는 입장에서 정말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신기한 곳이었어요. 컴컴한 지하바닥에서 유리조각 파편들을 잘그락 잘그락 밟으며 걸어갈때마다 공산주의의 망령이 뒤에서 따라오고 있을 듯한...그리고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지하 보일러실 파이프에 붙어있는 파리 수백만 마리까지..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도 제일 웃겼던 건 바로 이거 아저씨가 역시 공산주의자들은 변기솔도 빨간 색이라고 이거 사진 꼭 찍으라고 ㅋㅋㅋㅋ

 


불가리아에 갈 기회가 있으시다면 추천합니다. 저 원래 누구 따라 다니면서 설명듣고 이런 거 안 좋아하는데 

주인아저씨 오스트리아 분인데 어딘 지 무심한 듯 재치있고 친절하고 아주 좋은 분이셨어요. 

겨울엔 저 뚤린 천장을 비롯 곳곳에 고드름이 맺혀서 꽤 장관이라고 하긴합니다만 

너무 춥고 고드름에 맞을 위험도 있어서 스릴이 더 배가 된다고 아저씨가 그러셨어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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