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피웠는데, 그냥 호기심 차원이었어요. 죽일놈의 호기심..호기심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을 죽이네;

 

담배를 제 돈으로 산적도 없고 피우는 친구가 있으면 나도 한대 피워볼래 라면서 얻어서 몇모금 빨고 에이 이게 뭔 재미람..정도? 써놓고 보니 흡연자 축에도 못낄듯.

 

본격적으로 흡연자가 된건 군대에서... 어처구니 없게 들리시겠지만 소외감때문이었습니다.

 

군대라는 집단이 제가 본 그 어느 집단보다 흡연률이 높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울 정도. 우리 중대가 특이했던 걸지는 몰라도 간부는 중대장 제외 전원, 병사는 80%가 흡연자;

 

일반 땅개로 군복무 했던 분들은 다 아실거에요. 간부가 지휘하든 고참이 지휘하든, 작업하다가 쉬는 시간을 주는 타이밍은 항상 '야 담배 한대 피우고 하자'죠. 그러면 흡연자들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서 한군데에 모여요. 짬이 되면 멋대로 하겠지만 대다수의 쫄병들은 담배도 인솔-_-;하에 피워야 했죠. 두런두런 모여서 너구리굴을 만드는데, 비흡연자는 멀찌감치서 매우 어색한 자세로 구경을 하는거에요. 쫄병이라 어디 퍼질러 앉을수도 없고, 주머니에 넣지도 못하는 손은 어색하게 엉덩이 옆에 붙어있고, 시선을 어디 둬야 할지 몰라서 하늘만 쳐다보고..

 

그게 별거 아닌건데 미치겠더라구요. 그리고 동기들이 행정반 안경잡이 한명 빼고는 다 흡연자였어요. 쫄병때 유일한 위안은 고참들 눈치보다가 동기끼리 모여서 잡담 나누면서 서로 위로하는건데... 담배를 안피우니까 걔들하고 모여있을 때도 그 어색함은 계속 되더라구요.

 

어차피 담배 자체에 거부감도 없고 '담배 피우면 큰일나 폐암걸려 죽어' 이런 생각도 없었어요. 그것 뭐 피우면 피우는거지, 근데 별로 안땡길 뿐이지 정도. 그러다가 결국 연초받은 동기한테 야 전화카드 남은거 너 다 쓰고 그거 한갑만 줘. 라고 한게 저의 흡연의 시작이었죠.

 

근데 군 시절이나 전역하고 한동안까지도, 그닥 많이 피우진 않는 축이었어요. 한갑 가지고 길게는 3~4일도 피웠으니 적게 피운 거 맞죠?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끊으려면 지금 끊어라. 반드시 하루에 피우는 개비수가 늘어나게 되어있다... 근데 처음엔 정말로 '에이 왠지 몸이 안좋은 느낌이네. 피우지 말아야지'하면 나흘이상 안피워도 아무렇지도 않았으니, 전 코방귀를 꼈죠. 끊는게 별건가, 대수롭지않게.

 

 

 

 

그리고 전 지금 하루에 한갑은 기본에 내키면 두갑도 피우는 완벽한 스모커가 되었습니다 -_-

 

널럴하게 심신이 편할때는 좀 덜한데, 레포트를 쓰거나 발표 준비를 하거나, 특히 글을 써야 할때면 정말 줄담배를 피우게 되더군요. 아예 입에 계속 담배를 문채 키보드를 두드려요.

 

솔직히 몸의 변화를 느껴요. 위험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일단 냄새가 많이 나죠. 찌든 담배냄새... 뭔가 호흡계통에 이상이 생긴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도 들고.

 

이 지경이 되어서야 후회를 하지만, 너무 골초가 되어버린건지, 끊으려는 마음을 먹기 이전에 '끊는다'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공포가 엄청나게 밀려옵니다. 아... 내가 이걸 아예 두번다시 손에 잡지 않는 날들이라니..그런걸 상상만 해도 괴로워지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

 

아 진짜 한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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