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는 2회를 제외하고는 매년 다녀왔는데 그 와중에서도 올해의 GMF는 역대급으로 재미 있었다고 여긴 차수였어요. 가장 좋았던 것은 3년 동안 무대에 오르지 못한 굶주림을 모두 씹어먹는 듯한 마이앤트 매리의 공연이었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무대를 보여주는 델리스파이스나 데이브레이크의 무대도 사운드가 잘 뽑혀져 나와서 매우 즐거웠으며 자신이 잘난 줄 잘 알고 있는 버벌전트, 검정치마, 몽니의 무대도 좋았죠. 뭔가 들뜬 듯해 실수를 연발하며 새침한 말을 내뱉던 윤하와 존박의 귀여움도 좋았죠. 물론 언제나 무대에 불만이 생기면 기분이 X같다는 넬의 자의식도 자신이 첫해 GMF MVP라고 말하는 불독맨션도 빼놓을 수 없고요. 사운드가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저분한 소리를 내는 공연은 거의 없었고 이 정도로 무대마다 사운드가 균질하게 양호하고 히트곡으로 꾹꾹 채울 수 있는 셋리스트를 제공한 페스티벌은 적어도 올해 제가 본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지난 GMF 통틀어서도 드물었기 때문에 즐겁게 볼 수 있었어요.

 

근데 밑에 올해의 GMF가 실망이었던 말은 이해가 되요. 운영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아쉬움을 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았거든요. 머천다이징이나 대기줄, 자리다툼의 문제는 심각 했었는데 사실 전 혼자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죠. 스탠딩 존은 언제나 적당한 인파만 있어서 다른 록페의 만원지하철 같은 불쾌함도 없었고 가방을 안들고 다녀서 가방검사 하느라 입장이 지체된 적도 없었고 빡빡한 스케쥴에 맞추어 막 뛰어다니는 것에 개의치 않았고 남자 화장실은 언제나 널널한 편이라 화장실 문제를 겪은 적도 없었죠. 빠듯하게 7-8시간을 공연장의 소리로만 즐거움을 만끽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물론 데이트를 위해 뮤직 페스티벌을 선택한다면 자라 페스티벌이 먹거리나 운영적인 측면에서 훨씬 낫고 연인들은 여기로 가라고 추천하고 싶지만요.

 

정말 대한민국 솔로 남성이라면 공연 보기 참 좋지 않나요? 레미제라블이나 오페라의 유령 같은 것도 예매전쟁 할 필요 없이 중앙 앞자리 하나 남은 거 예매하기도 쉽고 화장실 문제는 전혀 없으며 키가 큰 남자라면 스탠딩 공연에서 시야가 가릴 일도 별로 없죠. 혼자서 보기에 아쉬운 공연이 있으면 공연 좋아하는 이성 친구와 공연 보기도 힘들지 않고요. 오페라에서부터 데스메탈 공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공연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제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공연을 선택할 수 있는 즐거움도 있어요. 제가 오랜 세월 솔로 생활을 하면서도 별다른 불만 없이 즐거움을 만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연인 듯. 그래서 솔로는 소개팅을 멀리하고 공연을 보는 것이 낫습니다 라는 결론?!

 

PS : 오늘은 성시경의 라이브를 처음으로 보러 갑니다. 성시경의 감미로운 목소리를 팔짱 끼며 시크하고 들어야 할지 두손 모으고 초롱초롱 봐야 하는지 고민 중이에요. 공연이 취미인 남자로서 유일한 제약은 카드값 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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