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것 같다고 하셔서 추석 전에 함께 검사를 받으러 갔어요.

그냥 따라간 저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어머니는 뭔가가 있다며 조직검사를 하셨고 결과는 유방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에 전거리 준비하고 콩나물 다듬고 있던 엄마와 저는 손을 놓고 함께 멘붕....

처음 얘기 들었던 순간에는 다른 세상 얘기처럼 하나도 와 닿지 않았다가 어느 순간에 쑤욱하고 밑으로 꺼지는 기분이었어요.

 

정밀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의 3일간은 정말 휘청휘청 너무 아득하고 무서웠어요. 

 

아무리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하는 암이라지만 겁나잖아요. 손에 커다랗게 잡히는 멍울이 전부 암조직이라니...

저희 가족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엄마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요.

그런 소중한 존재가 우리한테서 사라질지도 모를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안되더군요.

  

이때 정말 깨달은 사실은, 이런일이 생겼을 때 가족 중에 한사람 정도는 마음속에 단단하고 서늘한 뭔가를 가지고 있어서

이런 집단멘붕에 휩쓸리지 않고 똑바로 서 있을 수 있는 그런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정말 의지가 되요.

평소에 덧정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동생이 그랬어요.  저는 그런 점에선 하등 쓸모가 없는 인간이에요... 

얘기 들은 순간에 앞에서 질질짜기나 하고..ㅠㅠ 제가 읊어대는 위로나 희망의 말은 어느 것 하나 어머니의 마음에 닿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가 안계시면 이제 세상에 날 사랑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둥 그런 나약한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어머니께서도 당신이 가시면 엄마 바라기인 아빠랑 제 앞가름 못하고 있는 늙은 철부지 딸이 너무 불쌍하다고;; 우셨어요. 

그때 정말 가슴이 찟어졌어요..이런 순간에 버팀목이 되어드리지는 못할 망정 근심의 근원이 되다니....  

 

다행히 정밀 검사 결과 손에 잡혔던 건 그냥 유방알이었고 암조직은 따로 있었어요.

5센치 정도에 유두 가까이에 작은 것 두 개. 다른 장기로 전이된 건 없고.....자세한 병기는 수술 후에 알게 된다고 하네요.

첨엔 1센치라고 해서 가족 모두 완전 안심했다가 또 생각보다 커서 걱정이 밀려와요.

수술도 완전절개 한다고 항암 안해도 된다고 했다가,  복원까지 합하면 수술이 너무 큰일이 된다고 그냥 부분절개에 항암한다고 그러고...

지금 할 수 있는 제일 최선의 방법으로 해주실 거라고 믿고있지만 수술날이 다가올수록 너무 두려워요. 

항암치료 과정과 부작용, 2기 3기 생존율 이런 글 찾아보다가 또 혼자 미친 멘붕의 파도에 휩쓸려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별일 없겠죠?

수술 무사히 받으시고 힘든 치료과정도 잘 이겨내시고... 언제나와 같은 일상을 긴 시간 오래도록 이어나가실 수 있겠죠.

이번 파도가 지나가면 줄곧 엄마의 근심이었던 철없는 저도 인생의 기쁨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오늘 저녁까지만 휘청거리다 마음 다잡으려구요.  이제 내일 고향으로 내려가 가족들 모두 함께 곧 있을 수술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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