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31 12:31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동생이고, 일년에 두어번 만나는 지인이예요.
최근 들어 고백을 받았고 전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이라 이 관계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었어요.
그 대답을 하려고 만난 자리였어요. 술을 좀 먹었고, 전 완곡하게 거절을 했고요.
화장실을 다녀와보니 직원이 테이블을 치우고 있더라구요. 다행히 핸드폰을 갖고 있었어서 전화를 했더니 먼저 계산하고 나가서 기다리고 있다더라고요. 테이블엔 제 가방이 없었고요.
나가보니 자기 가방만 들고 있더라고요. 제 가방 어쨌느냐 물어보니 못 봤대요.
지인은 제가 화장실 갈 때 들고 갔다가 놓고 온거 아니냐고. 근데 전 많이 취한 상태도 아니었고, 분명 테이블에 놓고 갔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 친구가 집까지 데려다줬고 제가 너무 상심해있으니까 위로해주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어요.
어제 그 술집에 가서 씨씨티비 확인했어요.
그 친구가 저 화장실 가자마자 제 가방 들고 일어나서 나오는게 찍혀 있었어요. 계산하고 나가는 것까지요.
바로 연락해서 씨씨티비로 본 것을 얘기하고 어떻게 된거냐고 물었어요.
당황해하더라고요. 미안하다, 기억이 안난다, 확인해보고 연락주겠다, 그러길래 일단 기다렸어요.
먼저 나가서 어딜 들른건지, 누굴 만나고 온 건지, 가방을 되찾을 수 있으리란 기대는 이미 없었고, 상황만이라도 알자는 마음으로요.
밤중에 연락이 왔어요. 너무 미안하다, 자기 실수다, 취해서 몰랐다, 기억이 안난다.
걔가 그날 많이 취했었나봐요.
너무 창피하고 미안해서 앞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 지갑이랑 안에 있던 것 해서 얘기해달라 최대한 피해없게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더라고요.
이 상황이 황당하고 민망해서 제가 다 미안할 지경이예요.
잃어버린 제 백은 친동생이 첫월급 받아서 선물해준 건데, 지금은 단종되서 구하기도 힘들어요 이게 제일 화나요.
화장품 파우치에 든 것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만원은 족히 넘을 것 같아요. 파우더, 파운데이션, 각종 색조화장품들, 리무버, 거울과 향수 등.
지갑도 꽤 고가였고, 현금이 십만원쯤. 안에 든 중요한 명함들, 사진, 메모, 편지 등, 생각하면 진짜 속상하고요.
그밖에 작업 중이던 원고. 다른 자질구레한 것들 빼도 소중한 게 너무 많이 들었어요.
가방 하나 사소해보여도 생각해보면 억울하고 화날 만큼이예요.
잃어버린 첫날 밤엔 잠도 못 잤어요. 하루종일 시름시름.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이고, 지금 제 상황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만 원상복구 시키기도 쉽지 않은 정도예요.
제 입장에선 가만히 있다가 도둑맞은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근데 그 친구도 악의로 어디 버리고 온 것 같진 않고,
차이고나서 홧김에 술김에 일부러 그런거 아니냐고 말하는 친구도 있는데, 그 정도의 인간은 아니란 믿음은 있어요.
지금 그 친구 입장을 생각해보면 제가 너무 민망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네요.
그렇다고 잃어버린 품목들 정리해서 액수 말하는 것도, 후아, 미치겠네요.
이런 상황에서 그깟것 대수롭지 않게 그 친구 덜 민망하게 다독여줄 수 없다는 자괴감이 커요.
일단 진짜 소중한 것들은 어차피 되찾을 수 없게 됐다는 게 제일 속상한데, 그건 어차피 보상받을 수 없는 거고.
금전적으로 쿨하게 괜찮아질 수 없다는게 참. 현실적으로 저한테 타격이 너무 크거든요.
어제 친구를 만나서 조언을 구했는데;; 제가 지금 어떻게 해도 그쪽에서 다시 저를 만날 수는 없을 거라더라고요.
그럴 것 같긴해요. 그래서 되려 제가 더 미안해져요.
뭐 이런 황당하고 민망한 사고가 다 있나 싶네요. 가방 잃고 관계 잃고;
어제 그 친구한테 문자받고 나서 아직 뭐라 답을 안한 상태예요. 제가 답이 늦어질수록 그쪽이 힘들거란 생각이 드는데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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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연락 끊으시는 게 가장 잘 배려하는겁니다. 잃어버린거 배상은 그쪽이 양심이 있다면 알아서 하겠죠.
물건 잃어버린 건 안타깝게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