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듀나님이 링크하신 일다의 글을 보니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주의자들은 남녀의 성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군요. 그 글에 있는 문단 하나를 인용하겠습니다.

"여성은 이러하고 남성은 저러하다는 규정을 생물학적 결정론이라고 하는데, 보통 이렇듯 이분법적으로 성별을 구분하여 성향이나 특성을 다르게 규정하는 ‘성별 분리’는 여성주의에서 적극적으로 경계해오고 있는 통념들이다. 그러나 또한 여성주의는 역사 속의 뿌리깊은 성차별의 결과로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달리 키워졌으며, 다른 문화를 형성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기도 한다. 이때의 여성성, 남성성이란 생물학적 개념이 아닌 사회문화적 개념이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위치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힘을 인정하려는 것이지, 생물학적으로 인간을 두 종류로 분류해 어떤 성질을 갖는다고 규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기서 글쓴이가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말을 약간 자의적으로 사용한 면이 있는데, '여성은 이러하고 남성은 저러하다'는 건 규정이라기 보다 현상에 대한 설명이며 또한 통계적 사실에 대한 설명에 가깝죠. '생물학적 결정론'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적절치 않습니다. 그보다 더 눈여겨 봐야할 것은 위의 글을 볼 때, 글쓴이는 남녀의 차이는 사회적으로 달리 키워짐으로서 발생한다는 기존의 여성주의자 또는 사회학자들의 생각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 같습니다.

과연 남녀는 신체적 차이 말고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사회적으로 이렇게 키워진 거라고 믿는 걸까요? 아니면 약간의 남녀간 차이는 인정하지만 사회가 그 차이를 극단적으로 키운 결과로서 현재의 차이가 발생한 거라고 믿는 걸까요? 어느 쪽이든 현대 진화생물학, 진화심리학, 동물행동학, 뇌과학 등의 학문이 밝혀낸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성차는 태어날 때부터 나타나는 것이며 인위적 사회화를 통해 바꾸기도 극히 어렵습니다. 여자아이에게 인형을 쥐어주고 남자아이에게 장난감 권총과 칼을 쥐어줬기 때문에 성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아이이기 때문에 공주 인형을 잡고 남자아이이기 때문에 장난감 권총과 칼을 집는거죠.

남녀의 서로 다른 생물학적 본성을 온전히 이해할 때 지금보다 더 나은 여성주의 운동의 방향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여성주의자들이 성폭행을 남녀간의 불균등한 권력관계의 문제로만 규정하고 그것에 접근하고 해결해 나가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녀 문제에 있어서 남녀의 생물학적 본성을 무시하는 접근 태도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더 요원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여성주의도 남녀 성차에 관한 지식을 업데이트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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