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극이나 영화 속 대사들...

2010.08.09 21:47

DJUNA 조회 수:2502

전에도 말했지만 김수현 연속극에 제가 몰입하지 못하는 건 대사 때문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대사 표현 방법이랄까. 모든 사람들이 탁구 치듯 딱딱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추어서 똑같은 어투로 말을 하지요. 배우들끼리 그러는 건 괜찮은데, 심지어 엑스트라들도 그래요. 가게에 들어와서 뭐뭐 있나요, 다른 사람들이 올텐데 기다려도 될까요. 같은 말을 하는데도, 그 대사들이 주연 배우들의 대사들 사이에서 딱딱 아귀가 맞아요. 그게 너무 인공적이라 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더군요.


이끼 원작에서 대사는 상당히 좋은 편인데, 전 눈에 쉽게 들어오는 이장 대사보다는 주인공이나 검사의 대사 쪽이 더 눈에 들어오더군요. 사투리로 생생한 대사를 구사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죠. 진짜로 어려운 건 검사나 주인공과 같은 지식 노동자들의 대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건데, 원작에서는 이게 잘 되어 있었어요. 표준말로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면서도 '이러니까 당신 스타일이 나오는 건데...' 같은 대사로 살짝 능글맞은 속물성도 보여주고 말이죠. 유감스럽게도 영화에서는 이게 다 달아나고 없더군요. 모두 그냥 워드 프로세서에서 박아낸 대사들이더란 말이죠. 오로지 워드 프로세서에서 박아낸 대사만 쓰는 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냐,라고 물으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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