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고 싶어요.

2012.11.06 20:37

구름진 하늘 조회 수:3064

...제목은 약간의 훼이크

 

30여시간의 비행 끝에 아기와 저는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그 비행에 관한 이야기는 저로서는 해도해도 모자랄 것 같기에 과감히 생략.

도착한 후로 내내 소처럼 일만하고 있어요.

제가 가져온 태산 같은 짐도 정리해야 하고 기존에 있던 물건들도 새롭게 정리해야 하거든요.

 

예전 같으면 30시간 가까운 비행 뒤에는 일박이일쯤 늘어져라 잠을 자야

컨디션을 회복할 것 같았는데,

딸린 아기(ㅋㅋ)가 있으니, 그럴 수도 없네요.

도착한 날(저녁에 도착했어요)에도 3시간이나 잤나. 시차적응이 안되었던 거 같아요.

새벽녘에 깨어 심심해서 세제와 수세미를 들고 찬장정리를 했어요.

X개월간 남자만 살던 집 찬장에서는 개미들이 우글우글,

그릇장에 소금 자루가 놓여있지 않나 냄비장에 반찬그릇과 수저 두세벌이 놓여있질 않나

자리배치에서 몽땅 벗어나 있더군요.

그로부터 3일 정도 지나니 비로소 6시간 이상 잘 수 있었는데-아마도 긴 비행동안 아기를 책임져야 한다는 긴장감이

풀리지 않아서 더욱 깊이 잠들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조차도 밤중수유때문에 '쭉잠'은 잘 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집안 꾸미는 일은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리정돈, 설거지 등의 일은 질색이었어요. 할 수만 있으면 슬슬 피해가고 싶어했죠.

그런데 이번에 아길 데리고 저희 살던 외국으로 돌아온 이후로는

아침부터 설거지도 열심히 하고 행주도 싹싹 빨고 세탁기도 잘 돌리고 정리정돈도 열심히 해요.(저는 전업주부이니 당연한 일을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예전보다 훨씬 성실해진 것 같아요 ㅎㅎ)

차라리 아기보기 말고 집안일만 하라면 하겠어요.

복병은 제 아기...

낯가림이 시작되었는지 잠든 시간 빼곤 저 없으면 난리가 납니다.

화장실도 갈 수가 없어요. 아기가 울어대서.

지난 주말 약 3~40분만 저 혼자 나가서 커피 마시고 오기로 남편과 쇼부보고, 홀로 길을 나섰는데

몸과 마음이 너무 가벼워서 새털처럼 날아갈 것 같았어요.

커피도 어찌나 맛있던지.(이 나라가 원래 커피는 끝내주니까요!)

 

지금도 전철타고 중심가에 나가서 쇼핑센터도 둘러보고 싶고

예전에 홀몸일 때는 저녁무렵 남편을 만나러 가서 함께 저녁밥을 사먹던 중심 거리도 가보고 싶고.

아니 아니 하나못해 맥도날드 가서 감자튀김에 아이스크림이라도 사먹고 싶은데,

 

아기를 데리고 갈 생각을 하면 까마득해요.

아기띠하고 전철 갈아타며 나갔다가, 아기가 중심가 한복판에서 울어대면 어떡하나(별다른 유아 시설이 없는 장소에서라면 더더욱),

하다못해 아기 유모차 끌고 맥도날드 가서 감자튀김 먹었다가 ' 아니 아기엄마가 정크푸드를 먹다니! 저 아기의 식생활의 앞날은 뻔하군' 이라는 듯한

현지인의 눈총이라도 받으면 어쩌나<-이건 좀 지나친 걱정인가요?

 

아아

자유롭게 거리를 마구마구 돌아다니고 싶어요

집 나가고 싶어요.

지금은 아기 유모차 끌고 집 나가봤자 아기와 둘이 들어갈 수 있는 데가 마땅찮아서(오로지 마트 정도. 그런데 어제 아기가 마트에서 계속 칭얼거려서

그조차도 두려워졌어요) 집을 나가도 갈 곳이 없네요.

그냥 두런두런 넋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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