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고서.

2012.11.09 02:31

테르미도르 조회 수:3937

1. 며칠 전에 벼르고 벼르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드디어 봤더랩니다.
대체 몇 년 전에 보고자 결심했는지 기억도 안나요. 대학교 들어가기 전이니까 6년은 더 된 것 같아요.
아무튼 결론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는 것. 정말 통쾌했어요.
오히려 그 단어는 저 스스로가 무성애자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성적으로 무심해서였을까요, 아니면 너무 각오를 하고[...]가서 그랬을까요.
그 어떤 감흥도 없이, 무감각하게. 단지 '단어'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자신을 보고서 스스로 놀랄 정도였어요.
예전에 결심하게 해준 블로그 포스팅에 실린 원작자의 에피소드 때문이었는지도요. "아름다운 발음이네요." 아, 정말 그건 컬쳐쇼크였어요.

2. 공연진은 김세아씨, 낸시랭씨, 황정민씨였습니다.(가나다순이어요-)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그 유명하신 이슈메이커 낸시랭씨를 직접 보는, 아니 정확히는 처음 보는 기회였어요. 어떤 사람인지 전혀, 일절 정보가 없었거든요. 이슈메이커라는 것 말고는.
심지어 연극은 이번이 처음이라던가. 뭐, 저도 제가 직접 골라서 본 제대로 된 공연은 이게 처음이었지만요. 이거 말고는 고3 때 수능 끝나고 대학로에서 본 연극이랑, 얼마 전에 자리가 남아서(...) 어머니랑 어머니 친구 분들이랑 같이 본 시카고 정도. 심지어 콘서트도 가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참 좋았습니다. 황정민>낸시랭>김세아 순으로 만족스러웠달까요.
황정민씨가 나온 작품은 어쩌다보니 전부 본 적이 없어서 낸시랭씨와 마찬가지로 완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과연. 극 전체를 지배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낸시랭씨는 확실히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조금 어설퍼보이긴 했는데, '이 사람은 진짜 예술가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몸을 내던지더군요. 특히, 황정민씨가 대선배인데다가 뿜어내는 포스도 강렬할텐데 여기에 대해서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나가더군요. 인터넷에서 뭐라고 떠들고 평이 어떻던간에, 정말 이 사람은 크게 될 것 같았습니다.
김세아씨는 - 여기까지 설명하고서야 깨달았는데 생각해보니 세 분 다 사전정보고 뭐고 전혀 없이 부딪혔네요. 이 극을 통해서 전원 처음 본거죠 - 다른 두 사람이 워낙 기세넘치다보니 그 사이에서 치이고 있다는 느낌...도 느낌이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이 '이 공연'에 출연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완전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것 같아서 좀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다른 두 사람은 완전히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고 있는데, 혼자만 속옷만은 지키겠다!...면서 발버둥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대체 이 공연이 무슨 공연이라고 생각하는건지. 원.

3.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도 제법 특색이 있었던게, 남성이 제법 많았다는 거. 30%정도는 차지하고 있는 느낌이더라구요. 또 나이 좀 있는 부부분들, 그리고 노부부도 보여서 이채로웠어요. 한국도 굉장히 변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돌아와서 부모님께 추천드린 저만 할지 모르겠습니다마는....아, 이게 아닌가[....]

4. 그러고보면 듀나 게시판이라면 버자이너 모놀로그 관련 글이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의외로 없더라구요. 예전 게시판에도요.

음, 보는 분이 별로 없었던 걸까...



수정 - 정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냥 날려버렸습니다. 괜한 소리로 글 흐름을 망쳐버린 느낌이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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