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거의 어떤 게시판을 막론하고 거의 안 쓰기 때문에 망설이긴 했습니다만... 

그냥 쓰겠습니다. 써도 되는 겁니까? 써도 되는 거겠죠? 

(라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전에도 쓴 적이 있군요.)


저는 결혼에 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혼 제도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서, 그냥 귀찮은 일과 책임이 많아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고 만사가 다 싫어지는 겁니다. 

상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결혼에 대한 고민 때문에 일도 못하고 앓아 누운 적도 있습니다... 라는 건 뻥. 


암튼 책임을 회피하는 것 자체야 선택의 문제니까 이기적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 때문에 연애에도 적극적이기 않게 되고 그냥 여자 없이 살려니 하는 (암울한) 전망을 하게 되더군요. 


최근 들어서 개인사적으로 안 좋은, 그러나 연애와 무관한 일로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러면서 '나란 놈은 어떤 인간인가?' 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 부분은 "글러먹은 놈" "되먹지 못한 놈"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이건 기운 빠지는 이야기고 결혼관과는 크게 관련 없는 이야기이니 패스 하겠습니다. 


저의 결혼관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정리하면서 많이 읽었던 책들은 주로 만화책(...) 이었습니다. 

활자로 된 마음의 양식 따위야 평온할 때 읽어도 되니까요. 

이때 많이 읽은 책들이 주로 연애만화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기간 중에 꽂힌 만화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겁니다. 

대충 정리하면 이렇더군요. 


1. 이성간의 완전한 결합을 다룬다. (연애물이니 당연하지만) 

2. 그러면서도 현실적일 부분이 명확하며

3. 판타지적인 요소는 가능한 없어야 한다. 


여기에서 1, 3번은 극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꽂힌 연애물을 면밀히 분석해보니, 모든 만화에서 이런 모순점이 발견되는 겁니다. 

결국 1, 3은 완전히 양립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좋은 작품은 어느 수준까지는 그럴 듯하게 묘사합니다. 그것 자체를 부정하려는 건 아니고요. 어쨌든. 


그런 패턴을 보니까 어쩌면 저 자신이 결혼 자체를 거부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다만 결혼 상대에 대한 기준이 엄청 높아요. 

착하면 좋겠고, 나 자신의 결점을 모두 받아주고 이해해주면 좋겠고, 이쁘면 좋겠고, 몸매도 좋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밤에도 화끈하면 좋겠고 등등등.

제가 써놨지만 답이 없네요. 


그렇다고 제가 여자를 만나는데 적극적인 것도 아닙니다. 

당연히 보통 남자처럼 처음에는 외모를 보지요. 

문제는 아름다운 여성이 저에게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없다고는 안 하겠습니다. 비참하니까.) 낮은데다가 이쁘다고 쳐도 그 외 조건들이 충족될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는 좋다고치는데, 그닥 타협한 생각도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청 예쁘고 참한 여인이 저에게 몸을 던져주길 바라고 있는 겁니다. 

이래서야 어린아이가 보채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좋다고 치겠습니다. 

그냥 혼자 조용히 살면 여성들에게 피해 줄 일은 없는 거지요. 

하지만, 진짜 운이 좋아서, 마치 정자가 난자가 만나듯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여성이 저와 만나준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가정 하에 뇌내 시뮬레이션을 돌려봤습니다. 

그래서 과연 예쁘고 참한 여성이 나 좋다고하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이냐?

당연히 처음에야 잘 하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관계 자체가 지겨워져서 서로 피곤해질 것 같습니다. 

몇번 안 되는 연애를 거치면서 그런 상황들이 반복 되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애당초 가능성을 차단하고 


"훗. 결혼 그거 귀찮은 거라능. 나는 혼자서 멋지게 잘 먹고 살 거라능." 


라면서 홀로 중2병 폭발시켰던 거지요. 


이런 결론에 도달하니까 뭐랄까... 저 자신에 대한 신뢰가 산산히 깨졌습니다. 

사실은 애초에 그닥 믿을만한 마인드의 인간은 아니였지만서도, 마지노선마저 넘었습니다.  

저는 무종교이고, 사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내심 비웃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람은 홀로 정신적으로 자립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내심은 완벽한 누군가에게 기대고 안정을 찾고 싶었던 거지요.  

실은 현실을 거부하고 마음의 보호막을 치기 위해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겁니다. 


물론 자립하는 정신이야 좋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유아적이고 중2병적이라면, 애초부터 어그러져 제대로 된 결과나 나올 리가 없지요. 

모르겠습니다. 그냥 정신차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 

별로 자신은 없습니다만요. 

어쨌든 영양가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주절주절 말하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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