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차려주는 남편

2012.11.09 13:04

오늘만 조회 수:4448

듀게에서 결혼 이야기가 흥하면 정말 결혼이란 끔찍한 현실인가 싶을 정도로 뒷걸음치게 되는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뭐 이게 듀게 뿐이겠습니까, 회사에서도 결혼한 사람들이나 결혼 앞둔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내리는 이야기의 절반이 시댁이야기와 육아 이야기니까요. 저 역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해서 좋다는 것 보다는 다 나중에 해라, 후회다, 행복한 가정은 다 가식이다 이런 말이 넘쳐나죠.

 

 

전문직으로 일하던 친척언니가 아이 둘을  2년 터울로 낳으며 지금은 일을 그만 둔 상태입니다.

 

형부는 아침밥으로 토스트도 구워주고 애 둘에 치여서 밥 한끼 잘 못먹고 지내는 언니가 안타까워 밥 꼭 챙겨 먹으라며

물반 감자반 양파반인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간답니다.

첫째 아가 요플레에 냉동 블루베리도 미리 넣어서 적당히 해동 되어 먹기 좋게 그릇에 덜어 두고 식탁위에 올려 놓고 출근한답니다. 

 

가끔 있는 일이 아니라 거의 매일을 그렇게 챙겨 준다고 하니 정말 결혼은 이런 걸 수도 있겠다 싶어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형부의 이유는 아내를 끔찍히 사랑해서 유난을 떨고 있는게 아니라

우리 두 아이를 위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 언니에게 한없이 고맙고 미안해서 라고 했다는데요,

 

아침 챙기는거 뭐, 토스트는 기계가 구워주고 된장찌개 그거 그냥 된장 넣고 냉장고 채소 넣어서 가스렌지인지가 끓여주던데? 하며

쿨하게 말하는 형부가 멋지기도 하지만 이런 결혼 생활로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아껴주는 부부도 있다는 걸 곁에서 보면서

결혼, 해보고 싶은 평생 연인과 가족의 유혹이 되기도 합니다.

 

굳이 아침밥을 차려주는 남편이어서라기도 보다는 부부의 관계 속에서로를 위해주고 배려하는 모습이 보여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언니네 시월드 세상이 형부 만큼 달콤 살랑 하진 않지만 그래도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다 내 마음대로 만족되는건 없다는게 언니의 말,

대한민국 결혼만 불평등한 제도이고 평생 골치 아픈 시댁과 힘겨루기를 해야하는 고달픈 삶이겠냐면서, 회사생활도, 인간관계도 경제생활도

그 외에도 여러부분 끊임없이 인생사 매번 평등한 위치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게 몇 % 되겠냐고 하네요.

 

 

결혼, 너무 꿈 같은 환상 속에서 그리는 것도 문제지만 미리부터 그렇게 현실적으로 보는건 좋지 않다는게 언니의 위로였죠.

 

 

듀게 글을 읽으며 결혼이란 이 두 글자가 너무 꽉 막혀서 답답하게 느껴지던 차에 형부 같은 착한 남편도 있다는 사실,

한해 한해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더 행복하다는 지인의 말에 숨통이 트이느 기분 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7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6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541
65327 내가 살인범이다 봤어요 [3] 감자쥬스 2012.11.09 2880
65326 2013년 CGV VIP 공지가 벌써 떳네요. [7] 달빛처럼 2012.11.09 2947
65325 (망상) 결혼관과 인생. 저는 극히 이기적인 인간이네요. [2] 뚜루뚜르 2012.11.09 1859
65324 결혼, 출산과 육아, 남녀불평등에 대해 [17] svetlanov 2012.11.09 2484
65323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 초연 동영상 몇개 [3] 쵱휴여 2012.11.09 1985
65322 결혼문제에 대한 쓸모없는 잡상들 [13] 데레데레 2012.11.09 2199
65321 시월드는 남녀 평등의 문제인가? [35] 미재 2012.11.09 2907
65320 빵횽도 이제 좀비 잡으러 다닌다는... [13] 자본주의의돼지 2012.11.09 2094
65319 우리의 소원인 통일을 포기하고, 남한과 북한이 완전 독립하면 남한 정치는 좀 나아질까요? [7] DH 2012.11.09 1605
65318 [듀나in] 김포공항에서 서울교대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 좀 알려주세요. [11] 꾸미 2012.11.09 3054
65317 아침밥 문제의 본질은. [32] 웃면 2012.11.09 3173
65316 상황은 좀 다르지만 예술은 시월드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줬죠. [8] 뚜루뚜르 2012.11.09 3208
65315 백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까요 [6] 가끔영화 2012.11.09 1680
65314 [희곡모임] 오이디푸스왕 [4] brunette 2012.11.09 1397
65313 쥬라기공원, 20주년 기념으로 3D 개봉 [5] 부기우기 2012.11.09 1450
65312 영어 번역 좀 도와주세요 ㅜ [3] 토끼토끼 2012.11.09 1140
65311 위대한 시인 김지하는 ‘신(神) 들린 통찰력’(the divine insight)을 가진 사람임. [1] chobo 2012.11.09 1647
65310 성이 바뀌면 어떨까요? 남편이 전업주부라면? [8] 고양이콧구멍 2012.11.09 2053
65309 수목장 [8] 익명2009 2012.11.09 1834
» 아침밥 차려주는 남편 [30] 오늘만 2012.11.09 444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