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번 썼는데 한국 근대사 강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금년에 처음으로 한국계 (코리언 아메리컨과 한국에서 유학온 학생 포함) 학생의 숫자가 30%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원래 일본사 강좌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들어오지만 한국학 강좌에는 한국계가 언제나 다수였었죠.  처음 가르치기 시작했을때 (1990년대 후반)  에는 70% 정도가 한국계 학생이었고 그때는 사실상 자기가 한국계니까 한국사를 하면 좀 쉽지 않을까 생각해서 수강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거저따먹자는 생각을 하고 수강하는 학생들은 전혀 없습니다. (물론 내가 독심술사는 아니니까 내심 깊은 곳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수강신청을 했는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도 이정도 훈장질하고 굴러먹었으면 내 통밥이 대충 맞습니다 ^ ^)

 

중간시험들을 놀랍게 다 잘 쳤는데 (일본사의 경우 다 죽을 쒔음 ^ ^ 학생들이 줄 교수 평가 점수가 뚝 떨어질 것이 예상됨...) 최고 점수는 아버지가 이집트분이고 어머니가 멕시코분이고 이슬람교도인 여학생이 냈고 이 학생은 한국에 단 한번도 가본 일 없을 뿐더러 한국인 친구를 사귀다 보니까 수강하게 되었더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한국 역사에 흥미가 생겨서... ;;;;

 

그밖에 러시아계, 이란계,  히스파닉계, 베트남, 중국도 타이완에서 부모가 이민온 1세대인 학생, 중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된 학생 등 엄청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자니 평소에 그렇게 민족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싫어하고 한다고 나발을 불고 있는 나 자신이 얼마나 자기 민족 중심으로 한국사를 접근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 한 둘이 아닙니다. 

 

한국계 이름이 달린 학생들한테 "너희들은 내가 무슨말 하는지 알겠지?" 라는 식의 안이한 접근방식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하죠.  심히 어리석습니다.  나자신이 창피하고, 계속 반성해야 됩니다.

 

[강남스타일] 이 아니더라도 코리안 컬쳐, 코리안 히스토리, 코리안 왓에버가 되었든지 한반도에서 생성된 그 무엇은  이미 한국 사람들이 자기네들이 쳐둔 울타리를 넘어서가고 있어요.  앞으로는 "우리" 들이 "남" 들의 "코리안 왓에버" 에 대한 사랑때문에 당황해하는 상황들이 점점 자주 발생할 것이고  그런 당황스러운 감각을 이상하고 추악하게 비틀어서 정치적으로 써먹는 놈들이 또 나타나겠죠?  그놈들이 푸는 바이러스에 대해 젊은 세대들에게 면역성을 길러주는 데 일조해야 할 터인데...

 

짤방입네다.

 

 

 

 먹고싶다... 그러나 먹으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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