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잠깐 말씀드렸던대로,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리는
임권택 전작전의 오프닝 필름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며칠동안 정신이 없었는데, 아직 마무리 작업이 남았지만 이제 조금 한 숨 돌렸네요.
만다라 복원판을 상영하는 개막식 영상에서도 틀 예정이고,
영화제 기간 중에 로비에 있는 tv모니터에서도 틀 거라고 합니다.
(근데 tv가 와이드라 쫌 걱정이네요. 완성된 영상은 4:3 스탠다드 사이즈인데.)
아마 영상자료원 홈페이지에서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될테니 올라오면 한번씩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보시면 "엥? 임권택 감독님이 이런 영화도 찍었어?!"라고 놀라실 장면들도 꽤 될 겁니다.
사실 오프닝 필름의 목적 중 하나가 그런식으로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렇게 많은 장면들을 넣었는데도 결국 넣지 못하게 되어서 아쉬운 컷들이 몇몇 있네요.
'신궁'에서 윤정희씨가 김희라씨를 목욕시키는 장면도 그렇고 (영화 '시'를 연상해보면 더 재미있죠)
'길소뜸'의 회상씬에서 두 연인의 뒷모습 누드 장면도 못넣어서 아쉽고...
'개벽'에서는 다른 좋은 컷들이 많이 들어갔는데, 제가 좋아하는 전봉준(김명곤)의 검무 장면이나
최시형(이덕화)와 교인들이 흩어지기 전 서로 맞절하는 컷은 결국 못넣었어요.
(이 장면도 좋지만 이 장면 전전 상황인 스님과의 대화도 좋죠.)
만다라의 엔딩도 타르코프스키의 모 영화를 연상시키는데, 아름다운 장면이긴 하지만 이건 제가 빼자고 주장했습니다.
오프닝 직후에 만다라 상영인데 이 장면을 넣으면 스포일러가 되어버리는 셈이기도 하고...
'나비 품에서 울었다'도 못넣어서 아쉬운 작품인데, 에로영화같은 제목에 속지 마시길. 이 영화 빔 벤더스(!!!) 분위기의 로드무비입니다.
대신에 '개벽'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최시형의 부인이 잡혀가는 장면이나
(이 장면에서 이혜영씨의 표정과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참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장군의 아들'에서 갓등 흔들리는 다찌마와리컷,
(저번에 관련글 올렸을 때 듀게 여러분들도 이 장면 많이들 좋아하시더군요.
사람 취향은 다 똑같은지 저희들 편집회의할 때도 이 장면이 들어갔습니다.)
이번에 처음 접하고 감탄한 영화인 '흐르는 강물을 어찌 막으랴'의 몇몇컷이 들어간 건 기분 좋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 영화에서 조용원씨가 정말 예쁘게 나와요. 얼핏 문근영같기도 하구요.)
하여간 영화제도 어느새 코 앞이네요.
전작 100편 중 최종 상영작은 70편.
70편을 다 챙겨볼 수는 없을테니, 뭐뭐를 챙겨봐야 할지 미리 리스트 좀 정해놔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