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살고 있습니다.
계약기간은 내년 3월까지인데 며칠전 집주인이 가능한 빨리 나갈 수 있냐고 하더군요.
집주인이 들어와서 살건데 자기가 곧 출산이라서 몸풀기 전에 이사하고 싶다고요.
어차피 이사해야 하니 다음날 아침 바로 부동산에 갔고, 운 좋게도 마음에 들고 조건도 맞는 집이 있어서 바로 결정을 했죠.
그리고 이런 경우, 집주인이 이사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기에 통화를 했습니다.
50만원을 얘기했더니 뾰로통한 말투로 '그렇게 많이 드냐'하더군요.
그러면서 주긴 줄텐데 '가능한 빨리 이사날을 잡아달라. 당장 내일이라도 좋다'고 하지 뭡니까.
당장 내일이라니 굳이 그렇게 못된 발언을 할건
기분이 상해서 그냥 3월까지 버텨버릴까보다!하는 쫌스런 생각도 들더군요.
'집 가진 사람' 텃세가 이런건가.싶었지요.
그리고 오늘은 이사갈 집 계약을 했습니다.
집주인은 우리 엄마 또래였는데 집 명의는 저와 동갑인 아들 명의더군요.
서울 곳곳에 아파트 9개를 세놓고 있고, 자녀들 명의로 한개씩 해줬고,
명의자인 아들은 역삼 스타타워에 있는 외국계 e모회사에 다니는데
이 동네(문래동)는 변두리라서 싫다고 해서 역삼동에 전세 3억 5천짜리 집을 또 해줬다나요.
집주인이 저에게, 제가 하등 알 필요없는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본인은 이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니 세입자로서 걱정할게 전혀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거였습니다.
(스킵했지만 세 자녀의 이직 히스토리와 그들의 집값을 모조리 경청했습죠)
그러고는 뜬금없이 저에게 혼자 사냐며 돈 열심히 모았겠다고 하더군요.
의도를 바로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직관적으로 기분이 좋지않아 긍정도 부정도 안 했어요.
19세 이후로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고, 졸업후 보통 직장인 수준으로 돈을 모아온 것도 사실이지만 묘하게 기분이 상하더군요.
쓸데없이 엄마아빠 얼굴이 떠올라서 온종일 기분이 별로입니다.
"아닌데? 나도 우리 엄마가 돈 준건데요?"라고 할 걸 그랬나요!
걍 하는 소립니다^^
집 세 놓으러 간 집주인이 세입자 총각(의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자기 딸과 다리를 놓았다는 얘기를 알고 있습니다.
가끔 아주머니들이 그런 목적으로 만나는 미혼남성/여성마다 스캔뜨고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서울에 아파트 9개라면......아주머니 요즘 걱정이 많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