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 후보의 오늘 표정은 굳어 있었습니다. 그가 기자들과 만났던 때는 총 3번이었습니다. 오전 10시 10분에 종로구 공평동의 캠프 사무실에 도착했을때, 10시 55분에 캠프 5층에 잠시 들렀을때. 그리고 오후 4시부터 있었던 외부 행사당시. 물론 그 안에 광주MBC, 한겨례, 경향등과의 인터뷰가 잡혀있었습니다. 이 인터뷰는 어제 성사되어 오늘 이루어졌습니다. 단일화가 깨진날 안 후보측은 인터뷰를 잡았죠. 그리고 그 중간사이 그의 얼굴은 평소와 다르게 굳어 있었고. 딱딱한 어조였습니다. 


2. 오늘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리고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 사이에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 또 문재인이 어떤 말을 했는지 구구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러한 사건의 전개과정은 포털에서 검색어 한번만 누르면 나오니까요. 간단한 사건의 전개흐름만 보자면 안철수 측은 문재인 캠프측의 협상태도를 문제삼았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이에 대해 직접 나서서 사과한다고 했지만, 안철수는 본인이 나서서 "단일화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다간 단일화 해도 진다"고 말했습니다. 


3.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무엇이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중단하게 만들었을까요. 오늘 안철수가 무엇을 문제삼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두 가지 장면이 있습니다. 복기해 보죠. 첫번째 장면은 오전 10시 55분에 안 후보가 캠프 5층에 잠시 들렀을 때입니다. 이미 문재인 후보가 "내가 대신해서 사과하겠다"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했던 시점이죠. 안철수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그 얘기 대신, 내가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습니다. 한 30초간 침묵한 뒤 안 후보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의 첫 마디는 '실망스럽다'였죠. 

두번째 장면은 안 후보의 짤막한 입장표명 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을때입니다. 송 본부장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다가 "후보님도 말씀하셨지만, 우리는 손해 본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안 후보는 그 전까지 내가 손해보는 것을 알고있었다 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말하자면 송 본부장의 말은 안 후보가 손해를 감수하고 이렇게 결정했다는 것이 걸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왔다는 얘기입니다. 오후 늦게 나온 경향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언급은 재연됩니다. 안 후보 본인의 입으로요. 


4. 정치권 기자들이 잘하는 일 중에 하나가 '해석'입니다. 정치란 말들의 전쟁이기때문에 정치인의 말은 다양한 형태로 해석됩니다. 정치인들도 이를 즐기죠. 많은 부분에서 정치인들은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좀 다른 케이스입니다. 정치부 기자들인 안 후보를 처음봤을때 당황했던 것 중 하나는 이 사람은 정말 해석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말이 그대로 후보의 의중입니다. 따라서 오늘 있었던 안 후보의 모든 말은 '진심'입니다. 해석이 필요없습니다. 행동도 마찬가지죠. 


5. 여기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안 후보는 오늘 언론사 인터뷰에서 '총선 패배'를 강조했습니다. 본인의 책에서도, 그리고 출마 선언문에서도 그가 정치를 시작하는 근본적 원인은 이번 총선에서의 야권 패배입니다. 그리고 안철수는 이 패배의 원인을 야당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찾고 있죠. 틀린말도 아닙니다. 안 후보의 현실인식은 정확할만큼 냉정하죠. 그리고 안 후보는 오늘 한겨레.경향과의 언론사 인터뷰에서 그러한 패권 정치. 구태정치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6.바로 이 지점이라고 봐야합니다. 안 후보가 무엇에 열이 받았는지. 왜 단일화 협상이 중단됐는지가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그의 주장이 옳다 그르다는 따지지 않겠습니다. 제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 후보들의 행동 패턴과 심리 상태이기 때문이죠. 총선 패배로 정치를 시작한 안철수 입장에서는 구태정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받아들여진다면 총선때와 똑같은 상황이 연출된다고 생각할 법합니다. 안철수가 오늘 한 말 중 "이대로 가단 단일화해도 진다"가 그의 생각을 함축적으로 대변해줍니다. 


7. 위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두가지 장면은 안 후보의 이런 시각에서 탄생합니다. 첫째. 안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겨냥하는 대상은 어디까지나 민주당입니다. 구태정치를 계속한다는 민주당이죠. 그런 안의 입장에서는 문재인이 사과를 여러차례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압니다. 안철수는 무의식적이던, 의식적이던 문재인과 민주당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오늘 기자의 질문에 안 후보가 몇십초 가량 침묵한 이유가 이거였다고 봅니다. 문재인에 대한 질문에 안철수는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준비해온 답하곤 다른 문제죠. 안철수는 여기에서 어디에 포인트를 맞춰야 하는지를 고민하다 민주당 비판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오늘 안철수측 워딩을 보면 문 후보를 직접적으로 비판해는 내용은 없습니다. 


8. 두 번째,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이 말한 손해를 감수한다는 지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후보가 문 후보보다 유리한게 무엇일까요. 여론조사상에서 안 후보가 유리하다는 것 그것 하나밖에 없습니다. 근데 그 지지율이 빠지는걸 각오하면서 까지 이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안 후보가 지지율. 또는 룰 협상 이상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물론 평범한 정치인들은 손해 보지 않으려 아둥바둥 대면서 손해를 본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죠. 하지만 안철수는 다릅니다. 그의 말은 진짜로 그의 생각입니다. 


9.안철수는 오늘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양보는 없을 것. 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담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로써 담판을 통한 양측의 협상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결국 안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내일 문재인 후보가 무슨 언행을 할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에서 예상하는 것만큼 여론조사쪽으로 단일화를 결정짓지 않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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