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22 01:34
전에 단독주택에 사는 게 어떨지 여쭤본 적이 있었지요.
고민 끝에 좀 춥고 덥더라도 젊어 한때 고생이지 싶어서 결정을 하고
살던 집을 세를 내놓고
오늘은 그 집을 계약하고 왔습니다.
한번은 갑, 한번은 을의 입장에서 연달아 계약을 하게 된 것인데
그러다보니 내가 갑인지 을인지 헷갈려서 지금 손에 들어온 계약서 두 장을 보니 내가 갑인 계약서는 내가 을인 것만 같은 특약만 가득하고
내가 을인 계약서에는 내가 정말 을이구나 싶은 내용만 가득하네요.
어째 갑질도 하던 사람이 잘 한다고, 내가 집주인(대리자지만)인데도 괜히 상대방 불편한 거 있을까 사소한 거 하나라도 신경쓰이고
내 태도가 그러니 부동산 아저씨도 들어올 사람 편의만 신경써준 것 같은 생각이 뒤늦게 들고
내 살 집 계약하러 갈 때는 계약서 도장 찍기 전에 뭐든 조건을 걸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내걸 말이 없고 그러대요.
그냥 기본적인 서류 내용 확인만 아는 한도 내에서 꼼꼼하게 했을 뿐
살 때 별 문제 없고 나올 때 무탈하면 괜찮겠지만 사람 일이 어찌 될 지 모르는 거라 이것저것 따져보는 것 아니겠어요.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저희가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집이 오래 되었으니 도배 정도는 해줘야지 했는데
들어갈 집에 바닥 장판 일부가 좀 망가진 데가 있어 그것만 좀 수선해주십사 했는데도 전세는 들어올 사람이 하는 거라고 딱 잘라 안 해주겠대요.
어머니가 그 말 들으시고 속상하신지 우리도 그럼 도배 안 해줘도 되는 거 아니냐 하시는데
이게 부모님 사시는 지방의 문화랑 서울 문화랑 달라서 그 지역에서는 전세여도 들어가기 전에 도배나 수리는 주인이 해주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서울도 당연히 그러는 줄 알고 해주마 하셨다고.
그렇지만 이미 계약서 쓸 때 부동산에서 특약사항에 넣어버린 거에요.
그것도 처음 대략적으로 뽑아준 거에는 없었는데 두번째 뽑아준 진짜 계약서에서는 적어놓았더라고요.
이 부분을 서류 작성하면서 부동산에서 추가로 언급하지 않아서 좀 그랬지만 그래도 뭐 말 꺼낸 거니까 싶어서 말았는데
이제 와서는 좀 후회되기도 해요.
서울 생활 12년차, 야박한 서울 인심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아직도 시골뜨기 티를 못 벗었네 싶기도 하고
계약서 쓸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어머니의 책망하는 말씀을 들으니 갑자기 덜컥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래도 이제 계약서 두 장은 완성되었고
무사히 이사 하기 위해 신경쓸 일만 잔뜩 남았습니다.
이사를 일반이사로 해야할지 반포장을 해야할지 포장이사를 하면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도배를 해주기로 했으니 업체 선정을 해야 할텐데 어디가 잘 해줄지
들어갈 집이 리모델링 되어 깔끔하긴 하지만 살던 사람들이 좀 더럽던데 돈 들여서라도 청소를 할지 그냥 좀 걸리더라도 혼자 하고 말지
큰 선택을 두 개나 하고도 남은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이네요.
살림집도 아닌데 짐만 그득그득 많아가지고 오늘 이사짐 견적 내러 오신 분이 생각보다 큰 금액을 불러서 낙담되는 밤입니다.
2012.11.22 01:38
2012.11.22 02:46
2012.11.22 01:58
2012.11.22 02:47
이사는 그냥 용달차 부르고 청소는업체불러서 하려는데 것도 정말 업체가 너무 많고 고르는게 일이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