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씨,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2012.11.23 22:14

poem II 조회 수:2881

저는 문재인씨의 트윗에 똑같이 동의합니다.

지지자들의 허망하고 속상한 마음 정말 이해가 갑니다. 저도 안철수 회견을 보고 뭔가 뜨뜻한게 올라왔으니까요.

 

정말 며칠동안 속이 상해서 잠도 안 올 정도였는데

오늘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나 보다가 사퇴 회견을 보고 놀랐습니다.

생각해 보니 담판보다는 사퇴가 오히려 안철수씨에게도 문재인씨에게도 최악은 면한 결정이었을 것 같네요.

어차피 저런 지저분하고 번갯불에 콩 구어먹은 여론조사의 결과는 어느 지지자의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힘들었을테고, 담판 역시 서로가 파트너쉽을 깊게 인정하지 않는 이상 지지층 결집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을 테니까요.

 

제가 안철수씨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어째서 어차피 도움을 받아야 할 파트너쉽의 입장인 민주당에 대해 하나같이 전통적인 야권지지자들에게 상처만 주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는지였습니다. 또한 단일화 협상에서 하나하나 주판 두들겨 보고 결론을 내린 듯 더이상은 리스크를 감당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 혹은 상대적으로 덜 호전적인 상대방에게 과도하게 피해의식을 갖는 것같은 소극적인 자세는 그 진의를 알수야 없지만 정치아마추어이거나 독불장군의 단점을  여지없이 드러내주는 것으로 여러모로 정치인으로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부족한 것인지 원래 사람이 그런건지는 아직까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에 대해선 안에게 더 책임을 묻는 형편이지만 안철수가 자기를 통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했던 그 진심은 인정합니다. 사퇴회견의 결단과 태도에서도 그런 것이 있으니까 가능했겠지요.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 타협이 어렵다고 봤으니 어찌보면 잘 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로서는 아직까지 본 바에 의하면, 지도자로서 믿고 신뢰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라는 점은 남네요. 타협의 지점을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과 리스크를 감당할 때 역시 저의 상식과는 벗어난 다는 점에서요. 지금껏 관계가 그리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일을 계기로 민주당이 안철수를 품에 안고 안철수는 정권교체의 파트너로서 민주당을 돕는 화합적인 관계가 되길 바랍니다

 

우선 기계적으로 단일화는 되었지만 융합과 정권 교체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질 지도 모르죠. 하지만 바보같은 헛짓으로 지느니 이런 식으로 한번 싸우는 시늉이라고 하고 지고 희망의 바람을 기원하는게 훨씬 좋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야권은 항상 이렇게 눈물 쏙 빼고 뚜껑이 열린 정도로 복장이 터지면서 대선을 맞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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