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스포츠가 물론 같지는 않기 때문에 스포츠에 100% 대입하는건 물론 말이 안되지만, 그래도공정한 경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스포츠를 예로 들겠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든 종목에는 당연히 룰이란게 존재합니다.

어떤 구기종목에선 공의 중심이 라인의 중심을 벗어나면 아웃인데 반해 다른 스포츠에선 라인에 조금이라도 걸쳐 있으면 아웃이 아니고, 어떤 격투종목은 쓰러진 상대를 공격할 수 있고 어떤 종목은 쓰러진 상대는 건들지 않고 일어날때까지 카운트를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룰들이 정말로 공정한가를 따지면 배구의 룰은 확실히 키가 큰 선수에게 유리하고 씨름의 룰은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수에게 유리하죠.

즉 각각의 종목은 룰에 따라 일부 체형이나 특질에 유리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운동경기에서 공정성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공정성이 아닌 주어진 룰북 안에서 규칙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의미에서의 공정성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주어진 룰에 충실한 이상에야 경기중에 이를 두고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 팀은 키가 작으니 이번 경기는 형평성을 위해 헤딩 금지~, 그럼 우리 팀은 체력이 약하니 교체 3명 말고 6명~식으로 경기 도중에 룰을 바꾼다거나 혹은 경기 시작 바로 전에 상대와 나의 장단점을 보면서 규칙을 수정한다는 것은 곧 공정성의 상실의 의미합니다.

친구들끼리 놀때야 실력이나 이런저런 여하에 따라 핸디캡을 주고 가는게 가능하지만 적어도 프로세계에선 안될 일이죠.

 

다시 말해 규칙이 공정하게 느껴지기 위한 조건은 규칙이 사전에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번 단일화 소동의 경우 근본적인 문제는 경기의 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경기를 시작해야 하는 형국을 맞이하게 되었다는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 자신은 안캠이 제시한 안이 박근혜에 대적할 후보를 뽑는데 더 맞는지, 아니면 문캠측의 안이 더 적합한지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합니다.

안철수가 대선주자가 되는 경우 민주당 표야 거져 먹고 무당파와 보수층 일부까지 끌어안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도 박근혜 대항마로서 더 경쟁력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다자구도 및 박근혜와의 1:1 가상대결에서 모두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을 따라잡거나 역적시킨 상황이라 문재인 필패론, 무조건 안철수여야 된다는 주장도 힘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또한 지난 총선에서 비록 국회는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말았지만 전체 득표수는 야권이 오히려 조금 앞섰다는 점에서도 저는 어이없게 3자구도만 나오지 않으면 안이든 문이든 박근혜와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편입니다.

즉 어떻게든 둘이 공정한 경쟁을 거쳐 누군가 아무나 단일후보가 되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제 입장이었는데, 그런데 말했다시피 어쩌다 보니 양 후보는 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경기장에 입장하고 있는 마당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논의가 몇달 전에 이루어져, 이미 야권 단일화에 대한 방법적인 부분은 한참 전에 결론이 났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 이미 그림이 대충 나온 상태에서 룰을 정해야 한다고 하면 당연히 안캠과 문캠 양쪽 다 빤히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룰을 쉬이 포기하긴 어려운 일이었고, 그러다보니 의견 대립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던 것이죠.

개인적인 시각에서, 이처럼 단일화와 관련된 협상이 자꾸 미루어지게 된 이유, 규칙에 대한 논의가 미리 이루어지고 룰이 사전에 정해지지 못한 상태로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야 급히 룰을 협의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 이유는 안캠측의 행보 때문이었다고 볼수 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문이고 안이고 단일화만 되면 된다는 입장이었던 제가 점점 안캠쪽에 짜증이 나기 시작한것이, 분명 단일화 규칙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여 양측 다 수용할 수 있을 합의점을 도출해 낼 시간이 존재 했음에도 안캠측의 느릿한 행보로 인하여 그럴 수 있는 시간이 다 소모되어 버리고 점점 막바지에 몰리면서거든요.

이러다 3자구도로 가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었는데, 정작 늦장을 부리던 안캠이 이처럼 막판까지 규칙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문캠의구태정치탓으로 돌리는 것은 참으로 사리에 맞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이 바라던 최선(아름다운 단일화)은 이루지 못했지만 안철수 전 후보의 결단으로 인해 3자 대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고 차선의 길이 열린 상태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안철수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었다면 박근혜와의 대결에 있어 문재인처럼 박빙이 아닌 확연한 우위를 점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아직까지는 이미지의 정치인이다 보니 새누리와 보수언론의 네거티브 포화에 이미지가 깎이는 순간 무너져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말했듯 지난 총선에서 야권이 패배를 하기는 했지만 득표수만 계산하면 여권보다 약간 더 많은 표를 얻었다는 점에서 문재인 필패론은 당초 이해가 안가고 말이죠.

서형욱 해설위원이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더군요.

[이동국이냐, 박주영이냐. 한국 축구 잘되길 바라는 사람이면 주전 원톱 누가 나을지 논쟁하는건 자연스런 일. 하지만, 일단 한 명 결정되면 헐뜯는건 무의미. 열심히 뛰어 결승골 넣도록 응원하는게 순리 아닐려나. 안느의 도움이 문느의 골로 연결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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