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을 믿습니다"

2012.12.01 01:10

공벌레 조회 수:1757

그저 논평자의 입장에서 쉽게 생각하고 내뱉는 말이긴 합니다만, 끝없이 노무현의 그림자로 문재인을 남겨두고 싶은 새누리당의 기본적인 전략에 맞서 남은 선거기간 중 문재인과 민주당에서 택할 수 있는 입장 중 하나가 바로 "국민들을 믿습니다" 인 듯 합니다. 예를 들어 TV 광고를 생각해보면, 여러 장면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아래의 메시지들이 들어갈 수 있을텐데 그 공통점을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을 믿습니다'로 잡는거죠. 


- 무시무시한 박정희의 18년 철권 독재를 무너뜨린  항거한 부산, 마산의 시민들, 

- 전두환 군사 독재에 목숨을 걸고 항쟁한 광주의 시민들, 

- 87년 6월 운동으로 민주화를 이끌어낸 그 시절의 대학생들, 넥타이 부대, 전국 방방 곡곡의 국민들, 

- 개방과 함께 찾아온 암울한 농촌의 현실에 손놓고 있지 않았던 농민들,


- 한나라당과 재벌체제가 끌고온 IMF 경제위기를 극복해낸 우리 국민들, 

-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맞서 촛불을 들고 나섰던 국민들, 


- 불통 이명박 정권, 만사형통, 환경파괴, 민생파괴 정권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촛불 소녀, 소년, 아줌마, 아저씨들, 

- 4대강에 쏟아부은 수십 조 허튼 돈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 

- 사학재단 비리 척결과 반값등록금 현실화가 학부모 학생 모두가 사는 길이라고 지지해주시는 국민들,

- 재벌자본이 생명으로 돈버는 의료민영화로 병원도 못가보는 미래가 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시는 국민들, 

- 알짜 공기업 팔아치우는 공기업민영화로 재벌과 먹튀 해외자본이 더이상 배불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시는 국민들, 

- 검찰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고, 필요하면 대검찰청 해체도 불사해야 한다고 믿고 계신 국민들, 

- 소수 재벌만 살찌고 서민들은 더 살기 어려워진 경제, 일자리 없는 경제발전은 더이상 대한민국에 도움이 안된다고 믿는 국민들, 


이대로는 안되는거 아닙니까, 

-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비리와 무능으로 얼룩진 지난 5년의 연속이 아닌 변화가 절실한 국민들, 

- 보편적 무상급식을 찬성해 주셨던, 모두 같이 살아보자는 데 힘을 보태주신 국민들, 

-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국민들,

- 사람이 우선이라고 믿는 국민들을 문대인재인은 믿습니다. 

- (다른 사람을 돕는 일로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복지 일자리 ***개, 환경파괴 안하고 녹색산업으로 일자리 ***, ... 이런저런 일) 하겠습니다.

- (.... 하는 대검찰청 없애고 ... 체제 만들겠습니다, 공수처 신설에 특권 축소 등등) 하겠습니다.

- 사람사는 냄새나는 5년 만들어봅시다. 



박근혜 자질 부족도 좋은 소재입니다만 결국 지난 5년과는 다른 정부가 필요하다, 다른 철학이 필요하다. 변화가 필요하다, 그걸 해낼 수 있는 건,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건 바로 우리, 저력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이런 메시지를 중심에 잡고 가는 건 어떨까요. 오바마 선거 메시지 전략도 결국 위대한 미국-변화가 필요하다-우리는 할 수 있다-나를 뽑아달라, 이런 흐름이었던걸 기억해보면 변화를 일으키는 대담한 정책을 내걸고 이건 이해관계로 얽힌 새누리당이 못한다는 걸 (지금의 민주당이 할 수 있다고 제가 믿는 건 아니에요) 보다 '국민의존적' 톤으로 호소할 필요가 있겠지요. 대립각을 좀 더 명확히 해줄 대담한 정책들, 이를테면 재벌 규제 강화, 보편적 복지 확대와 일자리 창출 연계 (아동보육-노인 및 병자돌봄 등 사회복지 관련 공공서비스 대폭 확충을 통한 대규모 일자리 증가), 주당 노동시간 대폭 축소와 일자리 나누기, 육아 관련 성불평등 해소 정책, 토목건설이 아닌 환경친화 산업 집중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한국 산업구조 재편, 대검찰청 해체,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원 특권 축소, 공직자 비리 수사처 신설, 뭐 이런 정책들이 떠오르네요. 이걸 가지고 '나라 말아먹는 복지'론에 대해 '산업구조의 미래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일자리 창출'론으로 맞서야 하지 않나, 그리고 대검찰청 해체-공수처 신설-국회의원 특권 축소와 정치 쇄신을 또 하나의 패키지로 끌고 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상대방이 나쁜 후보라서가 아니라 문재인이 좋은 후보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거죠. 


새누리당 지지자들이야 뭐라건 간에 정치에 조금 관심이 있지만 지지할 후보가 없는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할 큰 메시지를 던지고, 논란이 될만한 정책들로 뒤를 받치는 기본 전략 구조 위에서 가능한 어떤 변수들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뭐... 써놓고 보니 여전히 논평자의 입장이라 공자 말씀에 가깝지만요, 결국 누구에게 어떤 말을 걸어야 하는지를 확실히 해놓고 보면 우왕좌왕할 일은 조금이라도 줄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하는 대인의 풍모는 좋지만 그 이미지 위에 좀 더 명확한, 정책에 기반한 미래상을 보여주고 반이명박-비박근혜-비민주당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죠. 강력한 네거티브도 마음을 움직이긴 하겠습니다만 (슬프지만 큰 거 한 방이 선거를 좌우하니) 그게 투표 안할 사람을 투표장으로 끌고 오지는 못할 겁니다. 민주당이 지금 해야할 일은 투표장에 안 올 누군가를 나오게 하는거고, 박근혜가 되면 안된다, 이건 벌써 충분이 이야기가 된 내용이니까 다른 메시지, 보다 긍정적인 메시지가 필요합니다. 국민을 믿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 이게 그거 아닐까요. 이미지가 판 치는 선거라 정책도 이미지 구축에 활용될 뿐이니 이게 뭔가 싶은 마음은 눌러두고, 제발 정책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도록 하는 세련된 방식이 보고픈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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