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3 12:55
가끔 아이들이 싸움이 붙었을 때, 누군가 외칩니다.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편 우리 편."
물론 대부분은 뜯어 말리지만 실제로 싸움을 즐기고 이왕이면 이기는 쪽을 편 들어 승리의 기쁨을 누리려는 아이들이 실제로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자라면서 저런 정서를 잊고 살다가.. 대학교 때 쯤 문득 이런 얘기를 들었지요. 한창, 좋아하는 야구팀이 어디인가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원래 오비 응원했는데, 이번 해부터 LG로 바꿨어."
"왜?"
"응, LG는 잘 이기니까."
"..."
축구 경기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어딘가 나라의 국가 대표팀과 평가전이었죠. TV에서 보는 것보다 시야가 너무 확보 안되고 집중이 안되어서 축구는 역시 집에서 보는 게 낫겠다 싶다고 생각할 때,
누군가 골을 넣었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 누군가가.
"우와와!!!!!!!"
함성이 울리고 모든 관객이 다 벌떡 일어났어요. 그런데, 바로 앞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가 뒤늦게 벌떡 일어나서 양팔을 번쩍들고 사방을 둘러 보는 제스처를 취하고 앉더니,
"그런데, 누가 넣었어? 골 넣은 것 맞아?"
네.. 다른 짓 하느라 골 넣는 것도 모른 채 있다가 사람들이 환호를 하니 일어나서 골의 기쁨을 같이 만끽했던 것이죠. 과정 없이 그냥 환호와 제스처만.
저는 이런 것들이 그 때에는 매우 얌체같은 의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냥 이기는 기쁨을 느끼고 싶은 거에요. 과정을 같이 하고 노력을 응원하고 싶은 게 아니라.
어느 다른 커뮤니티에서 왜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보수 정당 - 우리 나라에선 ㅅㄴㄹ - 를 지지하고 표를 주는가.. 에서 하나의 이론인 정체성과 가치관과 동일시 하고 싶은 대상에게 투표한다.. 는 얘기가 나왔는데, 저는 이 동일시가 성격이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이기는 편, 성공하는 편에 서고 싶은 마음도 어느 정도씩은 있는 것이 아닌가.
써 놓고 보니 바낭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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