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집에 오는데 눈이 오더군요. :D 잠시 잠깐 왔습니다만, 즐거웠습니다.

 

 

1. 애니 '밤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저는 대략 십년 전쯤, 그 어린 나이에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답니다. 우울한 하루하루였지만 집을 어둡게 하고 티비에 비디오를 넣고 아름다운 로맨스에 심취하였죠. 검은 실루엣 애니메이션이라 그런지 빛깔이 조금만 더 들어가도 반짝반짝한 것이 어린 마음에도 그 황홀한 색감을 절로 느꼈습니다. 그뿐입니까. 그 애니메이션의 내용들은 모두 주옥 같았지요. 뻔하지 않은 동화에, 재기넘치는 전개. 그리고 마음을 아련하게 하는 불멸의 사랑 이야기는(뭐 꼭 그런 것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요) 십대 소녀에게 이 애니메이션만큼 아름다운 애니를 또 보긴 힘들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영화관에서 못 본 것이었죠.

 

    이런 지경이니 제가 일요일 날 출발 비디오 천국을 보다 '밤의 이야기'가 개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방 뛰지 않음은 말도 안 될 일이겠지요. 실루엣 애니메이션, 같은 감독, 같은 형식에 이번에도 동화의 해석. 사실 제가 소원 비슷한 게 있었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애인과 함께 보는 것이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손 잡고, 뭐 그런 낯간지러운 일들과 함께요. 그래서 저는 당장 애인에게 연락을 하였고, 오늘 예약을 해서 보고 왔습니다.

 

 

    여기서부터 좀 반전격이겠는데, 사실 좀 실망했습니다. 색감이나 기법이야 전보다 세련되지고 화면도 깔끔해졌어요. 그렇지만 내용이 영 전작의 아성을 못 따라갑니다. 자세한 내용 언급을 피합니다만, 전작을 봤을 때는 정말 내용 전개가 재기발랄했어요. 특히 마녀의 성과 관련한 에피소드에서 저는 정말 이러한 동화의 재해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것 뿐입니까? 냉혈 공주를 위한 진실한 사랑을 바치는 남자, 여왕에게 충성을 다하는 무화과 소년, 우스꽝스런 변신을 멈추지 않는 왕자와 공주까지, 전부 새로운 캐릭터들이었습니다만.

 

 

    밤의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글쎄요. 제가 나이를 들어 그런지, 옛날 감성을 잃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진부하고 안일해 보였습니다. 이야기들이요.

 

    그렇지만 눈요기하기엔 나쁘지 않았습니다. 허나 그렇다 해도 저는 이 작품은 굳이 영화관에서 볼 필요 없었다고 생각해요.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영화관에서 봤었어야 하는데, 그것만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러나 데리고 간 남자친구는 전작을 보지 못했는데,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람이 영화에는 상당히 까탈스러운데, 이러한 반응을 보니 어쩌면 제가 전작을 너무 좋아해서 너무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도 같습니다.

 

 

 

2. 오늘 오는데 지하철 노인석에서 두 노인의 이야기를 주워 들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아주 좋게 이야기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참 재미난 분들이셨습니다. 두 분 다 술에 거나하게 취하신 것 같았는데, 서로 모르는 두 분이 말을 섞으신 것 같았어요. 자세히 들어보니 이런 이야기들을 하시더군요.

 

(1) 노인 B : 박정희 대통령이 아니었더라면 여기 있는 애들(지하철의 젊은 사람들) 다 꽃거지 노릇했을거요

노인 A : (박정희 대통령이) 실패했으면 역적이었을 거요

 

(2) 노인 A : 아니 근데 그쪽 실연 당했어요?

노인 B : 이 나이에 무슨 실연입니까 차라리 그런 거면 좋기라도 하겠수

노인 A : 근데 왜 이렇게 거나하게 취했어

 

ㅎㅎ 그냥 좀 재미있는 대화였습니다.

 

 

 

3. sinead o'connor - house of the rising sun

 

이 여자분은 참 아름답죠. 노래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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