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2 17:46
덜컥 연말이라니요.
겨우 2kg가까운 감량일 뿐인데 근 몇 년사이 최저의 몸무게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체력과, 몇 년 주기로 확 늙는다는 노화의 효시가 확연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얼굴로, 듀게에 말섞을 기운도 없어서 밤이면 밤마다 유투브의 발레동영상만 눈이 빠지도록 들여다보며 맥없이 보낸 몇 달이었네요.
중간중간 말 섞고 싶은 정치적인 주제가 몇 있었지만, 그 방면으로 워낙 일천한 배경지식에, 무관심으로 일관한 세월이 길어 제대로 된 안목과 판단력이 제게 있을까 싶어 그만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것으로 들끓는 충심과 애정을 정제하여 마침내 그날이 오면 내가 가진 한 표를 거룩히 행사할까 합니다...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하여 그 분께서 부디 대선 재수 또는 삼수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정치에 둔하고 순진한 제 심정을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요즘 저의 일상 중 심야를 온통 지배하는 건, 난방이 골고루 돌지 않는 책방에서 밤마다 손이 시리도록 마우스를 붙잡고 찾아보는 발레동영상입니다. 그 중 제 나름의 큰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발레리나가 있어, 취중 팬심으로 보낸 제 쪽지를 바젓이 자신의 마음과 같아 이해받는 느낌이라는 멘트를 달아 다이어리에 올려 공개한 것을 본 순간, 내 신춘문예 등단평과 소감문을 신문에서 읽게 되면 이럴까 싶은 기분이 들더군요(응?). 어쨌든 예술도 인생도 가장 반짝거릴 때가 있을 터, 사람으로든 춤으로든.
그리하여 보고 또 본 것들,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찾아 세상 모든 발레리나의 춤을 다 찾아보기라도 할 태세로 몇 달째 도피 중입니다. 머릿속 비워내기에 제겐 이만한 게 없다고 자위하다가 저는 어떤 발레 캐릭터에 가장 가까운 지 생각하기에 이르렀지요. 발레 좀 보시는 분들 계신 듯하여 누구누구라고 말하기는 정말 못할 짓이라 거론은 않겠습니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저는 절대로 지젤 패전트는 추(되)지 못할 거라는, 처음부터 제겐 그런 시절이 없었고 그래서 결코 돌아갈 수도 없는, 애초부터 부재했던 무엇이라는 암담함.
갖고 있는 모든 감정과 에너지가 분산되지 못하고 온통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삶을 사는 것은 대단히 고약한 참을성을 요구하는 삶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 지금. 대책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