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리메이크 버전이요. 강제종영 당한 오리지널 드라마나 소설, 영화 버전과 달리 1999년 리메이크작은 예상을 깨고

해피엔딩으로 끝났죠.

 

일단 1978년도에 '반인륜적이고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국에 의해 조기종영 당한

mbc주말드라마 버전의 결말은 윤희와 동우가 세차게 쏟아지는 눈발을 맞으며

"나만 이렇게 당할 수 없어!라는 동우의 대사로 비극을 암시하고 끝납니다. 동우가 먼저 잘못한거긴 하지만

윤희가 저지르는 복수의 과정을 보면 서로가 잘 될 수 없다는 결말입니다.

 

영화판도 비극입니다. 영화판에선 복수하려는 윤희 때문에 열받은 동우가 윤희를 죽이기 위해 계곡으로 끌고가

익사시키려 하죠. 윤희가 죽었다고 생각한 동우는 비오는 산길을 미친듯이 차를 몰고 가다가 죽은 딸의 혼을 보고 혼비백산 하여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죽습니다. 윤희와 영국의 사이도 비극으로 끝납니다. 이런 식의 복수 과정이라면 좋게 끝나는게

비현실적이죠. 드라마가 강제 종영 당하자 김수현 작가가 소설로 다시 만들어서 어설프게 마무리 지었던 드라마와 달리 명확한 결말을 냈고

이를 다시 영화로 만든건데 소설도 영화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모두가 좋게 끝납니다. 서윤희는 노영국과 결혼해서 아이 낳고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부잣집 사모님으로 새 삶을 살게 되고

영주와 동우는 비록 결혼도 못하고 헤어져야 했지만 멋 훗날 다시 만날것을 기약하고 끝나죠. 동우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 야망을

쟁취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전히 영주와 연락하는 사이고요.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도 이런 해피엔딩이 찝찝한건 해피엔딩으로 가기 위한 마무리가 억지스럽다는겁니다.

아무리 서윤희가 노영국한테 동우와 거의 사실혼 관계였던 과거를 밝히지 않고 영주나 동우도 이런 숨겨진 사실을 감춘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사실이 발각될게 아닌가요. 동우와 영주, 윤희만 입 다문다고 해결될 수 있는 비밀도 아니고요.

동우와 윤희가 애까지 낳으며 사실혼 관계였다는건 한두사람 입 단속 한다고 묻을 수 있는 비밀도 아닙니다.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극 전개상 윤희의 과거가 밝혀지면 영국과의 관계도 끝장이 나는것인데 이런 엄청난 비밀을 몇 사람 입단속으로 해결 보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식의 결말, 누구 한명 완전히 무너지는것 없기 마음을 추스리고 잘 살았다는 결말은

작위적이에요. 언제라도 탄로날 과거이고 비밀 아닌가요.

비밀이 밝혀지면 그땐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 하더라도 영국의 마음은 변함 없을까요?

영국이 굳건하다 하더라도 윗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전처럼 윤희를 구원의 천사로 대해줄까요?

이런 당장은 힘들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결혼할 생각을 하며 계속 연락하고 지내는 동우와 영주는 그들이 원하던 대로

인연을 맺을 수 있을까요?

 

방영 당시에도 종전의 버전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것이 해피엔딩을 위한 해피엔딩처럼 보여 게운치 않았어요.

당장 눈 앞에 닥친 급한 불 끄고 그걸 해피엔딩으로 우기는것처럼 보였죠.

그 당시 김수현 작가가 오랜만에 대성공을 하고 명예도 회복해서 분위기에 취해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끝낸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측은하고 좀 불쌍하다 할지라도 이런 식의 전개라면 처음처럼 비극으로 끝나는게 구성상 자연스러운 마무리일것같습니다.

오리지널 드라마판이나 영화 버전의 결말이 깔끔했던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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