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우연히 첫 시집을 발견한 적이 있다.

가격표 아래 2천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볼까 봐 가방에 넣었다.

그날 나는 자신의 시집을 훔친 시인이 되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시집을 훔쳐본 경험은

시를 쓰는 동안

머쓱한 궁리를 물리치는 힘이 되고 있다.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그사이 첫 시집은 절판되었고

더 이상 어디에서도 첫 시집을 구할 수 없었다.

내가 몰래 훔쳐온 그 시집 한 권만이 남아 있었다.

복간이 된 첫 시집을 받아보며

나는 이 시집을 또 어디선가 훔칠 것인가 상상해본다.

그대가 제때 버려주었으니

내가 지금껏 구석을 모른다고는 할 수 없으나

슬하에 구석이 이만큼 다정도 하다

데리러 갈게......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2012년 가을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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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을 잃어버리고 내내 찜찜했는데, 다시 나와주니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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