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친은 박통때 20년동안 군에서 근무하신 분입니다.

강직한 성품이시지만 그 향수는 남아 있어서 이번 선거에서 1번에 투표하기로 오래 전에 마음을 굳힌 분이시죠.


그런 분에게 해외에서 설득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만나서 얘기하는 동생말로는 고집세서 안들으신다고 말하다가 속만 터진다고

언니가 좀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가족용 카페가 있어서 거기서 가족 의사소통이 이뤄지거든요. 물론 활발하진 않습니다.)


처음에는 일단 박정희 탄신제 굿판 사진과 박정희 김일성 동상 비슷한 거 보여드리면서 말씀드렸습니다.

철저한 기독교인시거든요.


근데 반응이

옛날 사람은 그럴 수 있다.(굿이나 탄신제)

박통의 공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 안이 조금 맘에 들었는데 사퇴해서 할 수 없다.

세상은 어차피 썩은 거

되도록 51%지지보다는 70%이상 지지 받는 사람 선택할란다


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아버지 의견을 존중해서 더 이상 말을 안해야겠다 싶었는데

제 맘이... 도저히 안되겠는 거예요.


한 표 한 표가 소중한 이 순간 아닙니까.


잠이 안 오면서 계속 부모님 생각이 나길래 새벽에 일어나서 다시 글을 썼습니다. 


아래 글이예요. 사적인 부분은 살짝 삭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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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와서 아침에 일어나 아빠한테 편지를 써요.

사실 아무 말 안하려고 하다가 맘이 너무 괴로와서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의 글은 잘 읽었어요.

역시 우리 아빠다싶게 사실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하고 계시다는 생각도 들었고 자부심도 느껴졌고.


아빠,

박근혜가 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훌륭한 리더라는 거 인정해요.

아마도 새누리당으로서는 그분 말고는 아무도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게 불안한 점이구요. 그 외에 아무대책도 없다는 거.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들이 다 3공 5공때 분들이라는 거.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리더가 필요해요.

바로 안철수같은.

정보화에 능하고 수평적인 리더쉽있고

권위주의 없는.


그 안철수와 문재인이 거국내각을 구성하기로 한 거 들으셨나요?

제가 알기론 보도가 안된 걸로 알고 있어요.

지금 언론 상황은 유신보다 심한 독재예요.

언론사에 있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상황이 이렇게 엄혹한 적이 없었대요. 

엠비씨는 수백명의 해고자를 예약하고 있고

케이비에스는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나서고..

물론 방송에는 안나옵니다...


민주화가 뭘까요.

표현의 자유잖아요. 


외국에서 살다보면 한국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를 들을 수 있는데요.

한국이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거 대부분 인정해요.

북한이랑은 비교도 안되죠.

그러면서도 한국을 벼락부자 중국보다도 훨씬 높이치는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제 주위는 그런 편이니까 오해 없으시길...)


바로 민주화랍니다.

아시아의 거의 유일한 민주화국가라는 평가를 받아요.

87년 이후 이뤄온 민주주의는 아시아에서 드물게 귀한 경험이예요.

이건 엄마 아빠같은 깨어있는 기독교인의 힘도 크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소중한 민주주의, 언론자유, 인권이 지난 5년동안

얼마나 바닥까지 떨어졌는지 아시잖아요.

아마 이번 선거의 결과에 따라 한국도 별수없다, 북한과 똑같다는 평가가 제 주위에서 나오겠죠.



아빠, 지금 한국에 젊은 세대들의 목을 옥죄이는 무력감, 이민이나 가야겠다, 살 수가 없다라는 절망감이 있어요.

당장 같이 사는 딸과 사위에게 물어보세요. 젊은이들의 절망감이 어느정도인지.

딸과 사위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아빠에게 달렸어요.

제가 역이민 생각할 수 있도록 훌륭한 나라, 칭찬듣는 한국 만들어 주세요.

해외교민 투표율이 왜 그렇게 높은 줄 아세요.

밖에 나와 살면 더 뼈저리게 국격을 느껴요.

세계 만방에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가능성 이번에 조금이라도 열어주세요.


손자 손녀들이70년, 80년 살아야 할 나라예요.

제 아이들이 가서 연애도 하고 공부도 해야할 나라예요.

쳐다보고 싶지도 않고, 창피한 나라 만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요.


아빠 딸이 왜 멀리 나와 사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비민주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환경과 사리사욕에 가득찬 조중동 언론이 너무나 싫었어요.

(좀 쑥스럽고 좀 과장도 있는 이민자의 변입니다...)


몇년 전에 이곳의 한 한국기업에서 잠깐 일할 때

그 돈많은 사장이, 노무현되고 나서 엄청 불만이 많았죠.

사적인 청탁 하나도 안된다고

청와대 전화 한통 걸어서 다 되던 거 이제 하나도 안된다고

저는 속으로 웃었죠. 겉으로는 아 그래요...했지만.


그렇게 그 때 분위기는 공정한 기회를 사람들에게 주려고 애를 썼던 거죠.

무능력으로 실패를 했지만 적어도 시대정신은 그랬어요.

지금은 어떠냐구요.

잘 아시겠죠. 비리가 얼마나 더 늘었는지.


세상은 이놈 저놈 다똑같은 데가 아니예요.

그럼 저도 이곳까지 찾아오지 않고, 여기서 사회정의 같은 거 배우고 실천하려고 애쓰지 않고

돈 잘 벌리는 데서 되는 대로 살았겠죠.

나라마다 분명히 차이가 있어요. 지도자들의 시대정신이 공정한 기회, 인권 수호인지

말은 그럴 듯 하지만 기득권 유지에 급급할 뿐인건지.



아빠는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자식들 교육을 최고로 시키셨죠.

세상보는 눈도 길러 주셨죠.

그런 자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거

아빠의 능력을 아빠가 스스로 인정하는 거랍니다.

아빠가 키운 아이들이잖아요.

우리가 멍청한 애들 아닌 거 아시잖아요.

우리 미래를 위한 일인데 고민 많이했을 거라는 거 아시잖아요.


아빠, 혹시 제 말이 무례하다면 용서를 바랍니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


아빠, 엄마를 믿습니다.


그러나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는 엄마, 아빠 사랑해요.



격동의 2012년

()()에서 큰딸 드림.



추신)70퍼센트 이상의 지지를 받을 사람은 문-안이에요. 

민심이 천심이라고 하셨죠. 방송만 봐서는 잘 모를 수 있지만 지금 분위기는 그렇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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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아세요?


잠못이루며 애원하듯 호소하는 사랑하는 우리 딸 고맙다. 내가 얼마나 살겠다고 고집을 부리겠니 아빠 엄마가 한표보태겠다. 
보아하니 민주당은 유명무실하고 새누리도 야당이되면 한풀꺽일거고 국민연대가 새로운 당을 만들어 약자를 존중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것을 지켜보련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분이 하나님이고 어짜피 세상나라에서 하나님나라로 가치관이 바뀌었기에 내 편협한 안목과 세계관으로 잘못된 시각을 고쳐보련다.






듀게 여러분~~~!


울 아버지 딸인 제가 충분히 자랑할 만 하죠? 네, 자랑하려고 글 올립니다.

혹시 부모님 설득중인 분 있으면 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자랑 좀 했어요.


우리 모두 화이팅입니다.

마지막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고 한 표 한 표 챙겨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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