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이 단독 과반도 아닌 단독 300석에 준하는 압승을 거둔다고 하는데...(글 자체는 최종결과가 나오기 전에 썼... 최종 294석이죠)


문제는 이게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도 300+였고, 그 전의 자민당도 300+였다는, 즉 이제와서 새로이 나오는 현상도 아니라는거죠. 거기에, 전전번 자민당 압승때의 고이즈미는 아베도 대놓고 하지않은 "815야스쿠니참배" 까지도 대놓고 하던 용자라는게...


아베 자민당의 승리로 갑작스레 일본이 극우화될 것이다, 라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아는데, 그에 대해서는 이런 면에서 볼 게 좀 많지 싶네요.


300+ 의 승리가 어느 한쪽이 이어졌다면 사회가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게 번갈아 이뤄지고 있다는 점(2009총선당시의 민주당은 화해세력이죠)을 본다면, 오히려 방향성의 상실, 비전의 상실이라는 점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세번의 총선을 이어서 보자면...


2005년 총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현직 총리가, 기존의 일본정치의 관행에 대한 파괴자로 등장하는 한편, 우정민영화를 고리로 소위 "족의원(특정한 업계에 붙어 이익을 취하는 집단으로서의 의원)" 들을 "족" 친다, 라는 이미지로 당내에서 구파들을 대거 몰아내고, 고이즈미 키드들을 잔뜩 당선시키면서 압승했죠. 고이즈미 개혁의 특징은,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인데, 경쟁주의적이고, 서열파괴적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일본의 기존 사회문화와 맞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이미 십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경제불황속에서 상황의 혁파를 바라던 사람들이 이것을 적극 지지했죠.


그러나, 고이즈미는 개혁의 성과를 마무리하지 못한채, 2006년에 총리직에서 퇴임하여 그의 후임자들에게 넘깁니다. 이 때 자리를 물려받은게 바로 이번에 승리한 "아베 신조" 였죠. 그리고, 아베 신조를 필두로


후쿠다 야스오 - 아소 다로 -(정권바뀌고)- 하토야마 유키오 - 간 나오토 - 노다 요시히코 로 이어지는


"1년짜리 총리들"


의 시대가 이어져왔죠. 물론, 그 중간의 2009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300+의 압승을 거두긴 했는데... 이것은 정치계의 풍운아, 정치계의 파괴자 오자와 이치로라는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가능했죠. 백수십명의 오자와키드들도 태어났고... 어찌보면 2005년 총선이 고이즈미의 원맨쑈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2009년은 오자와의 원맨쑈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오자와 극장이라 불러도 될 만큼 그의 영향력이 컸다는 것인데...


고이즈미가 정작 이겨놓고 얼마안가 그만 두었던 것과는 좀 다르지만, 오자와는 원래부터 능력은 있는데 사람이 나쁘다! 인상이 나쁘다! 라는 이유로 인기자체는 정말 없었고 여러 태클에 태클이 겹치면서 결국 총리자리에 오르는데 실패합니다. 안그래도 민주당 정권 초기에 기자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이


"오자와상 이번에는 총리 하는겁니까?"


였기도 한데...


그 결과 이번 총선에서는 심지어 이슈도 화제도 없이(오사카 유신회의 하시모토 도루가 잠깐 떴지만 미풍에 그쳤죠) 지나간 낡은 인물인 아베 신조가, 그 어떤 능동성도 없이, 민주당 정권에 대한 피로감 만으로 압승을 거두는 데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본 정치는 현재 매우 심각한


리더쉽, 방향성, 비전, 지도력


의 위기를 겪고 있고, 이것이 문제해결력의 부재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즉, 구체적 이슈로서의 우경화 이런건 문제도 안 될 정도로 현재 일본은, 사회통합과 발전동력 자체가 부재하다시피 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거죠.


뭐, 원래부터 일본은 정치는 후진국, 이라 여겨져 오긴 했지만... 그래도 역대로 보자면


요시다 시게루 - 사토 에이사쿠 - 다나카 가쿠에이 - 나카소네 야스히로 - 오부치 게이조


등으로 이어지는 명총리(다나카는 그냥 실력자지만 카리스마는 있으니까)의 계보는 끊기지 않았어요. 그것이 지난 10여년간, 뚜렷한 정치적 방향을 잡은 총리의 부재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다소 인물론에 치우친 비판의 우려가 있지만 일본정치가 동맥경화를 보이고 있다는 방증으로는 삼을 수 있지 않냐 싶네요.



 이러한 상황이 아베정권에서 급격해 해결되리라 보기 어렵다는건, 이미 그가 퇴물인데 다시 나온 사람일 뿐, 리더쉽의 부재가 검증되었지만 반사이익으로 승리한 사람일 뿐이라는데에서 알 수 있다고 봐요. 우익성향 정치세력이 급대두했다고는 하지만, 사실 일본 사람들이 그러한 우익정치인의 화두에 큰 관심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피로감은 높아지고 있고, 정치를 대신하여 일본을 지탱했던 기업들은 꾸준히 약화되고 있으며, 관료세력은 더더욱 새로운 전망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지라...


이번 총선은 일본이 또 한번, 스스로 자구해내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입증한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그 런 상황에서 자신감만 꾸준히 약해진 일본은 대외적으로 스트레스풀한 행동을 보일 가능성은 충분히 높지만... 이미 경제 군사 정치 어느 면에서도 강호의 면모를 잃어가고 있는 일본은, 그것도 내부정치용 이상으로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압도적인 경제력을 갖고 있는 나라이니 경계는 해야겠지만... 당분간은 일본이 혼미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들을 대해야 하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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