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이 있지만 대선 결과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군요. 


30대 초반의 수도권 여성인데 박근혜를 지지했다는 사람과 잠시 온라인 상으로 대화를 나눴는데 


노무현 정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문재인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박근혜를 지지했던 집안 어른들과의 단편적인 대화속에서도 노무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불쑥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그분들의 말씀을 옮기자면, 


"뭘 할려면 누가 뭐라캐도 지긋이 해야지 왜 자꾸 이랫다저랫다 카노."  


"귀가 그렇게 얄바서 뭘 하겠노?"


"저렇게 줏대가 없으니 북한한테도 휘둘리지."


"대통령 시켜놨더니 맨날 시끄러봐 죽겠다." 


(네. 저는 경상도 출신입니다.)



결국 노무현 정권이 내세웠던 "권위주의 타파, "국민 참여 정부" 라는 모토가 


어르신들에게 미덥지 않고 낭비로만 보였나 봅니다. 



권위주의 타파나 참여는 제도와 방법으로서의 민주주의에 참으로 중요한 요소이지만


독재자든 뭐든 강한 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같이 달려서 이만큼 먹고 살게 되었다고 


믿는 어른신들에겐 민주주의란 입만 산 잘난 척 하는 사람들이 


실속없이 이전투구나 일삼는 걸로 여겨졌나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문재인님과 안철수님이 얘기하시던 "소통"이라는 것도 


실속없고 낭비적인 민주주의의 사치에 불과하다고 보셨겠죠. 



결국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선호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 아니라 "공화국"인 듯 합니다.


국민의 손으로 대표를 뽑지만 일단 뽑은 대표에게 모든 의사 결정을 전담시키고 


다음 선거까지 국민은 생업에만 열중하고 관심을 끄는거죠.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 통과되었을 때 노무현을 찍지도 않았던 어른들이 


"뽑아논 사람을 일도 하기 전에 끌어내린다고 카면 우야노?" 하면서 탄핵에 반대하신 것도 


같은 맥락인 듯 합니다. 


어르신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권위주의 타파를 집어던지고 딴지 거는 조중동과 검찰을 휘어잡고 


강하게 나가길 바라셨을 듯. 



박근혜가 3차 토론에서 사대강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공약을 어떻게 대놓고 반대하느냐고 했는데


그때는 맹한 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새겨보니


자신의 지지자들의 정서를 반영한 적절한 대답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장 바람직한 정치 스타일이라는 민주주의가 쉬운 제도는 아니죠.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면서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효율성이 떨어져서 일사천리의 일처리에 익숙한 사람들에겐 갑갑하기도 하죠. 




세계 경제 위기가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이는 이 시점에서 


세계 곳곳에서 "다함께 사는 평등한 민주주의 세상" 이 아닌 


"강력한 지도자를 앞세운 공화국"이 득세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고 두렵기조차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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