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인 투표율, 그것과 상반되는 출구조사,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올라가는 개표율..

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우리들만의 성 안에서 눈가리고 술래잡기하며 희희낙낙 뛰놀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사실 지난 총선때도 좀 의아했거든요.

온라인, 팟캐스트, 주변인들과의 대화 등등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두둥, 하는 결과였습니다.

문제는 나같은 사람만이 아니라 이쪽의 전문가들 - 정치인, 평론가 등등 - 도 뚜껑을 열어보기 직전까지 그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투표만 하면 이긴다, 승리는 우리것이다, 라고 서로서로 힘을 북돋기만 했죠. 

게다가 그 결과가 나왔을때도 새누리가 선거를 너무 전략적으로 잘한다, 우리는 열심히 했다 수고했어요 여러분, 하고 황급히 다독이려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견딜수 없었을겁니다. 우리는 너무 주눅들어있었기 때문에. 


예전에 한참 촛불집회가 있을때 가까운 친구가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나도 다음 아고라(다들 기억하겠지만 일종의 '집결지'같은 곳이었죠)도 가보고 하는데, 나는 좀 이해가 안된다. 

자기들끼리 위안이 될뿐 그 안에서 그러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대충 이런 얘기였던것 같습니다.

그때는 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지요. 


이번 선거도 그랬던것 같습니다.

너희들은 모두 언론장악에 세뇌된거야 우리가 아는 것이 진짜인데, 라고 우리들만의 성벽안에서 그들을 비웃을 것이 아니라,

골방같은 커뮤니티들 안에 모여앉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끼리끼리 쑥덕거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당장 내 동료 내 부모님과 하루 20분씩 대화하고 길바닥에 찌라시를 뿌리며 거리로 나가야 했던 겁니다.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서로 힘을 내게 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교활하게 야금야금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공동체.

개표방송을 보면서 공동체라는 것을 생각해보았습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금 이 나라에서, 이말에 설레지 않은 사람이 51%라는 겁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남영동, 독재, 무능력 따위 상관없이 그쪽에 표를 주는 사람이 51%라는 겁니다.

다시는 우리 아이들이 옥상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는 김여진씨의 말에 공감하지 못한 사람이 51%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내 아이는 별일 없이 잘 살고 있으니까. 

내 남편 내 가족은 무사히 밥벌어먹고 잘 살아왔으니까.

광주에서 몇명이 죽어나갔든 내고향 내이웃들은 무사히 평화롭게 살아왔으니까.


그래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절반은 '공동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 아닐까.

죄를 지어도 벌을 받지 않고, 남의 눈에 눈물나게 한 사람들이 반질반질 멀끔하게 다니는 것이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괜찮다, 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 이웃의 절반이, 6인실이든 4인실이든 뭐가 그리 중요하나 당장 우리 부모는 병치레없이 건강히 잘 계신데, 하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이 사람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멘탈붕괴'라는게 이럴때 쓰는말이구나. 아하하 몰랐습니다.

부시 재선때 미쿸사람들보면서 어머 쟤네 뭐야? 웃었던거 미안. 그게 내 일이 될줄 몰랐어.


문재인후보에게 고맙고 미안합니다. 안철수가 나왔다면.. 하는 글들을 그분이 안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두운 시대에 피눈물 흘리셨던 분들께 죄송합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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