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적한 마음으로 TV를 보다 박후보 이름 옆에 확정이라는 문구가 뜨자 TV를 끄고 방으로 들어가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은 대런 에쓰모글루라는 MIT 경제학 교수가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였습니다.


이 책은 왜 어떤 국가는 가난하고 국민들이 불행한 국가가 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행복한 국가가 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는 다른 모든 이유보다 국가의 제도가 핵심적 이유라고 말합니다.


짧게 설명하면 수탈적인 정치 체제는 수탈적인 경제체제를 낳고 다시 이것이 정치체제를 강화하며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포용적인 정치 체제는 포용적인 경제체제를 낳으며 역시 선순환이 이루어 진다는 것입니다.


수탈적 체제의 국가가 포용적인 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듯이


포용적 체제의 국가도 수탈적 체제로의 전환이 가능한데요, 이 책에서는 베네치아와 로마의 몰락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에서는  로마의 몰락의 원인을 이민족의 침공등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로마 제정에서 찾고 있는데요.


다시말해 로마 몰락의 시작을 시저-옥타비아누스의 제정확립에서 부터 본다는 것입니다.


로마제정은 정치-경제 혁신을 가로막았고 소수의 사람들에게 부가 편중되게 만들었고


이때문에 부와 권력을 차지하고자 쿠데타가 발생하게 되었고, 사회혼란이 가중되었으며


이것이 로마의 몰락을 가져 왔다는 것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원주의와 민주-공화정의 정치체제와 사유재산과 개인의 창의, 혁신을 가능케 하는 경제체제가 성공한 국가를 이룬다는 것인데


베네치아와 로마는 고대사회로서는 놀랍게도 이런 것들을 이루었으나 수탈적 사회체제로 회귀하면서 몰락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탈적 체제에서 수탈적 정치체제와 포용적 경제 체제가 잠시 공존하다 결국에는 정치체제마저 포용적으로 바뀐 흔치 않은 예로 들고 있는데요.


저자는  수탈적 정치체제와 포용적 경제 체제가 잠시 공존은 가능하지만 결국에는 정치 체제가 혁신과 개인의 경제적 활동을 가로 막으며 경제발전마저 가로 막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에 독재정이 오래 유지되었다면 경제 발전은 궁극적으로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거지요.


박정희 등의 독재 정치와 경제발전의 연관성을 강력하게 믿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은 드물게 포용적인 정치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지만 얼마든지 과거 수탈적인 사회로 회귀할 수 있지요.


그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습니다. 부의 집중화, 기득권의 공고화, 독재에 대한 옹호와 찬양 등.


저는 박후보자의 당선이 무슨 악은 아닐지라도 조금씩이나마 역사가 회귀하는 한 징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비록 훼손되었을지라도 아직 법치국가이고 민주주의의 근본이 살아있는 국가입니다.


과거에 생각치도 못했던 인권, 복지, 자유 등 많은 부분이 현재의 국민들에게는 보편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잘못된 정치가들과 기득권 세력이 역사를 과거로 돌리려 한다 해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이러한 가치를 더욱 강하게 부르짖고 널리 퍼뜨려 국민들에게 상식이 되게 하는 것일겁니다.




긴 싸움입니다.


프랑스도 혁명이후 왕정복귀와 수많은 혼란속에 지금의 체제를 갖출 수 있었고 다른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긴 안목을 가지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며 버텨 나가는 것이 중요할 듯 싶습니다.


앞으로의 5년은 어떤 분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생사가 판가름날 시기일 것이고, 그런 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까지 버텨온 것쳐럼 5년을 제 나름의 방법으로 버티겠습니다.


문후보의 당선이 우리 모두에게 승리가 아닌것처럼 박후보의 당선이 모두의 패배도 아닙니다.


그러기에 모두 품었던 희망을 잃지 말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나 열심히 활동하셨던 여러분들에게 다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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