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았어요. 그리고 무한도전

2012.12.20 12:40

shyness 조회 수:3380

죄송해요. 아직도 마음이 텅빈것같고 어딘가 풀데가 없어 듀게를 찾게되네요.


1. 얼마전에 제가 엄마 친구분을 설득했다고 듀게에 올린 글이 있어요.

     그러면서 콘크리트층을 잘 이해하고 설득시키면 된다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었죠.

     근데 그게 아니었어요. 제가 투자한 고작 몇시간에 바뀐거라고 착각한거였어요.

     그분들은 그냥 투표장에 가서 박근혜를 찍고 지금은 기뻐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알게됐어요. 박근혜,박정희라는 존재는 설득되는 가치가 아니었다라는것을요.

     그렇게보면 아마 신천지나 이런것들로 설득시킬려는 분들도 속았을꺼라고 생각합니다.



2. 저희 부모님은 이번에 저희 인생을 결정지은 전형적인 세대이자 PK지역의 50후반입니다.

     그리고 집 하나 달랑 있는 노후대책이 걱정되는 그런 세대이기도 하죠.

     어머니는 근데 외갓집의 영향-저희 외가가 전통적으로 PK에서 민주당을 찍는 희귀한 포지션-으로

     진보적이면서 마음이 열려있는 분입니다. 사실 배운거 하나없고 가난하게 큰건 마찬가지인데요.

     반면에 아버지는 전형적인 보수적인 분입니다. 자존심이나 체면같은걸 중요시여기고 여성이나

     자유 이런면에선 엄청나게 깐깐한 분이죠. 그런 저희 아버지는 나꼼수를 즐겨들으시고 이명박을

     욕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자신의 또래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XX들이라고 욕하셨습니다.

     그런데 전 알아요. 저희 아버지가 '박근혜'를 비토하는 가장 큰 이유중에 하는 여자가 어디서 대통령을...

      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렇기에 이런 사람들까지도 문재인을 찍은 판에서 졌다는게 뼈아픕니다.



3. 전 이번 선거를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1박2일이 비상식적이라거나 그런게 아니라요.

     문재인을 찍으신 우리 부모님들은 무한도전을 보시는 저를 보고 항상 물어봅니다.

     저게 뭐가 그리 재미있길래 그렇게 웃냐고요. 

     즉 부모님은 정신없이 지나가는 자막, 자막속에 들어있는 맥락 이런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세대입니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은 20-30대들이 열광하지만 그 위의 분들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거지요.

     반면에 1박 2일은 단순합니다. 좋은 곳에 놀러가서 지들끼리 그냥 노는거죠. 그걸 보고 부모님은 그냥 좋아합니다.

     전 한번도 부모님이랑 같이 1박2일을 보려고 하지않았기때문에 그분들이 왜 그걸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결국은 이번 대선에서의 세대싸움도 이런거 같습니다. 20-30대가 부모님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이해하려고 하지않았고

     그냥 그들이 좋아하는 무한도전에 열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분석은 1번의 분석과 상이됩니다. 그들을 설득할수있냐구요?

     모르겠습니다. 2번에 말했듯 보수 꼰대인 아버지가 나꼼수에 열광하고 문재인을 찍은게 변화된걸까요?

     그렇지만 그 진실이 여자대통령이 어디같은 꼰대마인드인데 이것이 변화일까요?


저는 답을 모르겠어요. 그냥 전 나름 이번 대선에서 누군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나봐요.

최선을 다한 대선이라고 했지만 저는 주변에 노무현을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30대 강남 새누리당 지지자-그리고 투표를

안하려고했던-에게 언니가 투표안하는게 저한테 좋지만 꼭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전 이걸 후회해야할까요?

자신의 원칙을 위해 이기기를 포기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밑의 만평처럼 하루가 지나도 마음이 공허합니다. 다행히 전 이런 공허함을 다시 채울 시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분들은

지금도 일터에 나가서 공허함 가운데 억지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버텨내고 있을꺼에요.

다들 힘들 내시길 바래요. 그리고 위로받으시길 빌어요.

저도 이제 살아남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사실 이명박 5년동안 전 제대로된 노동을 해본적이 없어요. 

물론 제 정체성 방황이라는 핑계를 대고 사회에서 저같은 이를 어떻게 취급하는지 겁이 났기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의 가치는 바꼈는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제가 알던 지인들은 변하지 않았기에 거기서 안도했는지 모르겠어요.


오늘 공허한 마음에 트윗들을 보다가 이런 트윗을 발견했어요.


한 평화운동가가 베트남전쟁 당시 백악관앞에서 밤마다 촛불을 들었다.

'혼자서 이런다고 나라정책이 바뀌겠나?'기자가 묻자,

'난 이나라의 정책을 변화시키겠다고 여기 있는게아니다.

이나라가 나를 변질시키지 못하도록 하기위해서 이일을 하고있다'.


저도 제가 생각했던 가치들이 맞다는걸 증명하기 위해 이제 이명박의 시대처럼 단지 냉소하고 외면하지 말고

싸워봐야겠어요. 아직 한발을 내딛지 못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도 혼란스럽지만 이건 그냥 저만의 다짐처럼 주문처럼 생각할려구요.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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