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누굴 탄핵한다니 어쩌니 하는 거대한 똥을 배설하고 퇴장한다면서 퇴장 안하고 또 끄적입니다. 창피해서 여기다 글 남길 면목이 없는데 아마도 이게 마지막이 될듯

 

냉장고에 있는 알콜이 든 음료수를 퍼마시고 듀게에 똥을 투척한 후 심야로 레미제라블을 봤습니다. 원래 이런 뮤지컬 영화 안좋아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데 볼만 하데요. 배우들이 별로 노래를 잘하는거 같지 않고 (원래 이런 영화들이 다 그런건지) 자꾸 배우 얼굴 클로즈업해서 기~~~~일게 잡는 연출이 거슬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은건 첫째로 심리상태 때문에 묘하게 감정이입이 되었던거 같고 둘째로 역시 원작의 힘이... 원작이 위대하면 영상화는 70점은 먹고 들어가는거 같습니다

 

극장을 자주가는 편은 아니지만 관객들이 눈물 훔치는걸 본 기억이 없는데(그보다 최루성 영화는 역겨워서 아예 안보는 것도 있고) 이 영화는 종반으로 갈수록 훌쩍훌쩍 손이 얼굴로 슥슥 지나가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저는 뭐 보는 동안에는 안울었어요. 그정도로 대단한 영화는 아닌거 같고. 다만 초반에 나는 누구인가 라며 새로운 삶을 기약하면서 열창하는 장면에서 살짝 울컥하긴 했지만

 

영화가 거의 끝나서 바리케이드에서 죽은 청년들과 장발장의 영혼(?)이 합창하고 짠! 하고 끝났는데 무릎에 고개를 쳐박고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물론 영화가 준 감동도 있겠지만 그냥 도무지 어디에 하소연하수도 없고 한풀이 할 데도 없고 나를 둘러싼 공기 자체가 목을 조이는데 탈출구가 전혀 없는 그런 절망적인 기분에서 별로 맥락상 닿지 않는거같은 영화 스토리에 감정이입을 심하게 한건지... 엉엉 막 울고 얼굴이 엉망이되서 나와서 담배를 피워 무는데 기분이 좀 낫더라구요 이 울음이라는게 참 신기합니다. 사람은 똥이든 오줌이든 눈물이든 땀이든 뭔가를 밖으로 배출함으로서 스스로를 치료하는거같습니다 울면서 치료가 좀 됐네요

 

전에도 그런 글을 쓴적이 있지만 당선자 이명박과 당선자 박근혜를 받아들이는 심정이 다른 것은 전자는 내가 타협할 수 있는 '돈' '이해' 차원의 저질이라면 후자는 좀더 가치적이고 근본적이고 이념적인 차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은 돈과 이해같은 차원의 저질이었기 때문에 좀더 실체가 있는 구조적 퇴행을 일으켰지요 박근혜는 거기서 시계를 더 거꾸로 돌려서 의식적 퇴행으로 국가를 이끌겁니다. 장담컨대.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솔직히 말해서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누가 되었든 복지나 경제 문제에서 큰 개선은 가능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박근혜의 시대를 절망스럽게 여기는건 박근혜가 부자 배불려주고 나같은 장삼이사를 동사 아사시킬까봐서가 아니라 박근혜와 박근혜를 둘러싼 정치세력=5공과 유신 세력의 수준으로 우리네 사회와 정신문화를 역주행시키리라는 확신 때문이죠. 박근혜가 차라리 국민대통합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이 절망감이 덜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대통합은 관용이나 이해같은 의미가 아닙니다 그건 '어떤 세력의 잘못된 의식화 교육에 의해 망가진 사고관과 의식을 가진 국민을 교정시켜서 '나 박근혜=위대한 박정희'로 상징되는 정상적이고 건실한 가치관으로 되돌리는' 통합이죠. 제 말이 이빨인지 진짠지는 5년동안 겪으면서 실컷 보시도록 하고...

 

이번 선거가 앞으로 거의 영구에 가까운 한나라당의 집권을 보장할 어떤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세대 대립을 이야기하는데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세대는 점점 더 비중이 커져갈 것이기 때문에 승패가 명약관화한 싸움입니다 75.8이 나와도 노인과 아줌마와 아저씨들은 그들이 원하는 권위적인 전제군주를 왕위에 올리고야 맙니다. 그리고 더 근본적인 본질은 '지역'에 있지요. 경상도 사람이 수가 더 많다 결국 이거 한문장 뿐인데 뭔 정책이 어쩌고...흐흐.... 이명박 5년을 보내고도 다시 한나라당을 집권시키는게 경상도민의 정의라고 주장한다면 말리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부산경남을 뚫어보려는 시도가 있으니 희망이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요 여튼 앞으로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듀게에서도 슬금슴글 기어나와서 '호남을 홀대하는 민주당의 영남패권주의 친노를 심판해야 한다 참고로 난 호남사람임^^' 같은 일베충만도 못한 난닝구 코스프레들이 출몰하는걸 보면 그리고 이번에 한화甲류의 너저분한 놈들이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경험을 제공한걸 보면 앞으로 경상도는 계속 정치에 있어서 유일무이하고 가장 강력한 상수로 존재하고 오히려 한쪽 축에서 간신히 지탱하던 전라도에서 균열이 시작될거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그건 뭘 의미하냐면 한나라당의 영구집권이죠 뭐.

 

앞으로 답이 안나오고 일본수준의 완벽한 정치후진국이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 또 한가지 이유는 이번 선거가 준 깊은 무력감... 해도 안된다는걸(그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귀에 잘 안들리죠 사실) 깨달았을때 누가 하겠어요 안하지. 보통은 '정치인 집안'이라는 가문이 의원직을 세습하고 다이내미즘을 갖지 못한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나아가는게 맞는거 같은데 우리나라는 놀랍게도 그 역의 케이스를 보여주게 될 거 같아요. 해도 안되는데 왜 하겠어요. 그리고 고령층에 대한 적대감 걱정하는 한가한 분들이 있던데 걱정 붙드세요. 지금 상황이 상황이니까 말로나마 한풀이해보자는거지 결국 돈과 권력을 쥐고 2030을 지배하는건 늙은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니까요 결국은 고개 수그리고 밑에 들어가서 '피도 안마른 어린놈의 시끼'의 삶을 계속 살테니까... 열받는데 말이라도 좀 해보자는데 거기서까지 도덕선생님만야 훈계하는 꼴이란.

 

그리고 박근혜 지지자들께... 승리의 기쁨과 '인터넷에서나 까부는 기분나쁜 놈들'의 절망을 실시간으로 구경하며 오르가즘에 준하는 쾌감에 몸서리치는 것에 만족하시고, 남의 상처를 굳이 후벼파거나 심지어 '어허 그러게 자네들은 잘못 생각한 것이외다'하고 훈계하려는 개같은 짓거리는 자제효.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박근혜여사와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고 있을때 가장 아름답다' 왜 문재인 민주당은 안되느냐에 대한 매우 그럴듯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전개하다가 끝맺음이 '그러니까 박근혜'로 맺는 가히 불가사의한 논리력에 박수를 보낼뿐....  아마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박근혜 지지자들은 '왜 문재인 민주당은 안되냐'와 '그러니까 박근혜'를 논리적으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데 실패하겠죠. 그냥 차라리 박근혜가 내 스딸이야 중년 여성의 미가 아름다워 라고 한다면 그건 취향으로 존중이 가능할텐데.... 안타까운!

 

그리고 내가 지금 남 걱정해줄 처지도 아닌데 지난 1년간 총력을 다해 뛰었던 김어준 김용민 주진우 이넘들은 우짠대요. 그들을 고소 고발해서 기어이 감옥에 쳐넣겠다고 이를 가는 공주님이 보위에 오르셨는데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이민가는게 나아 보여요. 민주당이라는 정치세력의 (알량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정치인들이라면 모를까 일개 잡놈에 불과한 김어준 김용민이나 기자나부랭이인 주진우는 누가 지켜주나요. 정봉주 감옥 간거는 쨉도 안되죠. 박근혜를 수백만이 듣는 인터넷 방송으로 자근자근 밟는데 노력을 기울인 양반들인데 이건 잡아서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일텐데. 옛날에 아빠는 김지하 이새끼만은 죽이고말겠다고 일본도를 어루만졌다는데... 나꼼수 이것들은 죽이고 말겠다고 핸드백을 어루만지려나...

 

정권 바뀌면 제대로 다시 파보자고 벼르던 천안함은 어쩐대요. 선관위 디도스는 그냥 이대로 충정으로 거사를 일으킨 애송이들의 우발적 상황극으로 마무리되는건가요. 제주대만 정우택은요. 터널홍어좆 김태호는요. 셀프감금 국정원은? 악중의 악을 총결집시킨, '악마화'라는 말조차 민망한 그냥 악마 그 자체인 악의 세력이 그대로 권좌를 차지했는데 캬... 하나하나 열거할수록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그만 하죠 뭐

 

영화나 한번 더 보러 가려구요 근데 확실히 노래가 주는 울림이란게 있긴 있더라구요. 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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