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2 10:33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는 걸 우선 말씀드리고 싶고요
너무 빨리 지나가서 사진을 못찍었다는 건 너무 아쉬워요
저는 처음에 한 번만 지나가고 안올줄 알았는데
여러번 지나가더라구요ㅠ
한 번 지나가는 걸 보면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너무나도 우연인게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한 다섯 명 쯤?)
청소부원들까지 합치면 한 일곱 명..
저는 그때 허리라도 펴볼까 하고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무슨 새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쁘게 V자 모양을 그리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편대를 저 혼자 보게 되었습니다
놀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보려 했지만
아무도 하늘을 보고 있지 않았어요
저 혼자 이 엄청난 광경을 본 셈인데요
새들은 저 하늘을 정말 자유롭게 날아
자신의 고향 혹은 새로운 삶을 찾아 갔습니다
저도 오늘 갑자기 너무나 통속적인 문장이지만
새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저 하늘을 날아...
모든 삶을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아무것도 나를 붙잡지 않는 그런 상황을
꿈꿔보았습니다
2012.12.22 10:45
2012.12.22 10:48
2012.12.23 00:54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황지우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일제히 일어나 애국가를 경청한다
삼천리 화려 강산의
을숙도에서 일정한 군(群)을 이루며
갈대 숲을 이룩하는 흰 새떼들이
자기들끼리 끼룩거리면서
자기들끼리 낄낄대면서
일렬 이렬 삼렬 횡대로 자기들의 세상을
이 세상에서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간다
우리도 우리들끼리
낄낄대면서
낄죽대면서
우리의 대열을 이루며
한세상 떼어 메고
이 세상 밖 어디론가 날아갔으면
하는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로
각각 자기 자리에 앉는다.
주저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