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글은 등록되지 않으면 날라갈 겁니다. 어제 오늘 계속 멘붕 중인 친동생들이 밤늦게 전화를 해 대는 통에 잠시 들었던 잠 계속 깼습니다.

그만큼 뻘소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구요. 어쩌면 한가한 소리일지도 모르겠지요.

 

1. 사람은 얼마나 믿어야 할까요.

 

   20 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서울에서 상근 생활하던 저에게 어느 동료가 아주 진지하게 물어 본 적이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들이 회사의 탄압에 의해 자꾸 빠져 나가면서 노조는 완연히 소수가 된 상황이었습니다. 제 대답은 이랬습니다.   "믿을만큼 믿으면 됩니다" .제 본심은 "정확하게 믿거나 정확하게 믿지 마라 이거나 믿을 부분만 믿어라"였지요.

 

  오랜 기간 동안 이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믿음을 잘 주지 않는 성격이지만 한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믿었습니다. 저는 '배신'이라는 걸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아니요 그들은 배신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일들을 보였으나 저는 그조차 제가 준 믿음에 비해서 판단했으므로 당연하다라 생각하였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제 생각은 40대 중반에서야 비로소 변하기 시작합니다.

 

2. 어떤 사람은 왜 그렇게 변해가는 걸까요

 

   우리에게 배신감을 주는 것은 아마 요즘 같은 시대에선 다른 무엇보다 흔히 어떤 가치체계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이는 경우나 그 가치체계 내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케이스들입니다.  소위 말하는 '변절' '훼절' 이런 것이 전자라면 흔히 진보라고 일컬어 지는 신념을 표명한 사람들이 보이는 '불통' .'선민의식' 같은 것이 후자일 겝니다. 예를 들어 공모 작가 나 이모 대선후보 같은 사람들은 후자고  전자야 워낙 많이 알려져 있으니 더 거론할 필요가 없겠죠. 사실 저는 공모 작가나 이 모 후보는 처음 볼 때부터 주위 사람들에겐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변해가는(?) 혹은 본색을 드러내는 것은 제가 보기엔 '권력'의 문제입니다.  40대 중반 이후 사람을 보는 눈이 변한 부분이 이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는 권력을 맛봅니다. 한국같은 곳에선 우선 나이와 짬밥이라는 자연스러운 권력이 있죠. 지역도 권력이고 남녀도 권력이고 심지어 아이조차도 이 권력을 발생시킵니다.  자신에게 자연스럽게 온 것이든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만든 것이든 가지게 된 크던 작던 간의 권력은 반드시 그를 '물들게'  합니다. 작으면 작은 만큼 크면 큰만큼.  듀게같은 커뮤니티에선  흔히 '네임드' 라고 하지요? 그것도 다 일종의 권력입니다. '쫄지마' 는 저항의 언어지만 '닥치고'는 작지만 권력의 언어입니다.

 

   문제는 그 권력을 권한만큼 조절할 줄 아는 지혜입니다. 저번에 울산에서 홍세화 선생을 보았을 때 뒤풀이 자리에서 그런 말씀하신 걸 기억합니다. "보잘것 없는 책을 썼다는 '상징자본'이 있다면 여러분께서 마음껏 쓰십시오"  역시 그답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불교에선 중생고의 원인을 탐(욕심),진(노여움),치(어리석음)라 합니다. 특히 진은 입 구변에 진리 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 입이 말하는 것이 옳다는 것들이 충돌할 때  노여움이 일어난다는 거지요. 권력이라는 탐심이 진심을 수반할 때 어리석음으로 빠집니다. 어리석음은 곧 어두움(무명)입니다.

 

3. 깨어있는 시민에서 깨어있는 마음으로. 시대의 어둠과 세대 그 나름의 우을을 넘어서.

 

   저는 제 기준에서 문재인씨를 좋게 보았습니다. 권력과 함께 할 때 거기에 물들지 않았고 후보일 때의 그에겐  권력과 권한의 조절 능력이 보였어요. 정당은 아예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제가 가진 '좌클릭'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그를 주변인에게 적극 추천했습니다. 딱 그 정도면 제일 중요한 기준은 넘었으니깐요. 요즘 회자되는 깨시민이라는 말 있지요?  제 20-30대를 회고해 보건대 제가 딱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답이 아닙디다. 그걸론 부족했어요.

  

   요즘처럼 대선이야기로 게시판이 쏠리지 않았을 때  제 기억으론 흔히 '우울증' 증세을 호소하시던 분들이 하루에 몇 분씩 있었어요. 시대의 어둠이 그 위에 덮친다면(이미, 아니죠 늘 그랬었나요?) 좀 시간이 지나면 몹시 어려운 분들이 부쩍 늘어날 거에요. 날선 공방도 더 심해질 꺼구요. 별로 글 안쓰시던 분들이 대선과 관련하여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는 것은 정말 아프다는 이야기거든요.

 

   이럴 때는 정말 깨어있는 시민으론 부족해요. 깨어있는 노동자로도 부족해요. 멘토.힐링?, 그런 거로도 부족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다시 패배하고 싶지 않거든요. 다시 패배하지 않으려면 우선적으로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비가역적'으로 변해야 하거든요. 저들은 이미 '비가역적'으로 변해 있잖아요. 그걸 물리적으로 섬멸할겁니까?

 

  저는 이 비가역적 변화, 시속과 트렌드에 부유하지 않고 그냥 자기 갈길을 가게 만드는 변화를 지금은 '깨어있는 마음' 이라는 어찌보면 종교적 표현으로 잠정지어 부릅니다.

 

    먼저 스승과 어른을 찾으세요. 아프면 아플수록 더욱 더 간절히. 가까이만 있어도 스스로 삼가는 마음이 들게 하는 분들이 스승과 어른입니다. 그런 분들을 만나야 비로소 마음이 안정되고  마음이 안정되어야 아래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래야 더 아픈 사람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선 이후 벌써 2분이나 되는 노동자분이 돌아가셨어요.

 

    그게 힘든 조건이라면 미뤄뒀던 일상을 다시 챙겨 보세요. 마음이 아프거나 병들 때는 거기에 물들지 말고 몸과 일상속의 내 삶에서 의미있던 부분의 도움을 받으세요. 마음이 진흙탕 일때는 휘젓지 말고 걍 나두세요.  스스로 가라앉게.

 

    술  좀 작작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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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무는 바 없이, 원하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 연하여 있으되 물들지 않는 마음에 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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