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 몇 주 동안 박근혜가 대통령 되면 정치에 무관심한 게임중독 20대가 될 거라고 공언하고 다녔고,

대선 이후로는 게임중독 20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단 미리 질러둔 트로피코를 하고 있는데 뭐 그럭저럭 재미는 있습니다만 딱히 중독될 것 같진 않아요.

난 게임을 열심히 해야하니까! 이러면서 시간 날 때마다 한두시간씩 꾸준히 하고는 있습니다만 이건 약간 의무감 같달까요?

여전히 게임하는 것보다 낮잠 자는 게 우선순위에 올라오는 휴일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어제는 예전부터 저를 게임덕후로 만들고 싶어했던 친한 동기가 워킹 데드 에피소드1 아이패드 버전이 무료라고 알려줘서

워킹 데드를 해봤는데, 제가 아직 아이패드에도 익숙하지 않고 당연히 게임 조작에도 서툴러서 온갖 바보짓을 다 했습니다.

 

첫 좀비를 만나고 같은 장면에서 두번인가 세번을 무기력하게 죽고는 동기한테 카톡을 보내

자꾸 죽어요 경찰관이 좀비가 됐는데 총을 어디서 찾으란 거예요ㅠㅠ 이러니까 친절한 동기는

총알 집고 총 집고 머리 쏴 경찰차까지 가서 왼쪽에 총알 오른쪽에 총 -이라고 차근차근 알려주더군요.

전 또 총알이 안 집어진다느니 이러다가 아이패드를 집어던지겠다느니 징징 거리다가 마침내 좀비를 처치하고 기쁨의 카톡을 보냈습니다.

아 진짜 열받아서 발바닥에 땀이 다 났어요. 제가 이래서 게임을 안 했는데 말입니다.(지지리도 못하니까요)

동기는 모텔 갈 때까지 한참 더 헤맬 거라면서 남은 5년을 위해 익숙해져야지 이러고 낄낄거리는데 이것도 할 짓이 아니군요.

 

박근혜가 되면 담배를 피겠다던 친구는 담배까지 샀지만 차마 피지 못하고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고 하던데

저도 차라리 박근혜 되면 강백호 머리를 할테다! 이렇게 공언하고 다닐 걸 그랬습니다.

안 그래도 레 미제라블의 앤 헤서웨이 때문에 숏컷 충동이 드는 판이니 화끈하게 밀어버렸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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