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연달아 올해의 화제작 중 '아무르'와 '로얄어페어'를 봤어요.

 

 

1. 아무르는 정말 좋았습니다.

 

과장 없이 말년의 육체적 쇠락을 담담하고 섬세하게 담은 게 좋더군요.

 

그다지 특별하진 않지만 노부부의 모든 몸짓과 대화에 집중하게 한

 

감독의 연출력, 두 배우의 호연도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니 노인들과 흔히 결부되곤 하는 어떠한 '괴픽한' 면이

 

가슴 아프게 이해되더군요. 평소엔 '젊은 사람의 감각'으론 이해가 안되던 것들이었지만

 

지금것 쌓아온 역사, 추억, 길고 긴 삶이 단지 육체의 쇠잔함으로

 

무너져가고, 주변의 동정과 심지어 연인의 보살핌도

 

육체가 무너뜨린 자존심을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 짐작 가더군요.

 

음악이 중요한 영화인줄 알았는데, 음악이 부재한 영화였어요.

 

음악 교사인 노부부는 일생을 음악과 함께했을 테지만

 

영화에서는 책장 가득한 레코드판과 거실의 그랜드피아노만

 

노부부의 과거, 음악으로 채워졌을 삶을 짐작하게 하고,

 

정작 영화 내내 음악은 거의 나오지도 않아요.

 

영화는 맨 앞을 빼면 내내 노부부의 작은(?) 아파트

 

안에서만 진행되요.

 

이 작은 공간을 카메라는 아주 미세하게

 

훑고 또 훑는데

 

이 때문에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이 더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아마 부부의 자식보다도  관객이 그 아파트 구석구석을 더 잘 알지 않을까 싶네요.

 

한편으론 협소한 공간감을 통해서 노부부의 고립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했던 것 같기도 하구요.

 

(한편 노년 자체를 이렇게 관조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는 건

 

프랑스가 그만큼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여서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로얄 어페어는 생각보다 실망했어요.

 

전적으로 평론만 믿고 간 터라 기대치가 높아서 실망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영화가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진부하게 풀어낸 듯 합니다.

 

영화 시간이 짧지 않은데도 캐릭터들에 동감하기 어려웠고

 

연출도 마치 평범한 TV용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도 잘 몰랐던 덴마크 역사의 단면을 '학습'하는덴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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