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3.01.01 19:05

겨자 조회 수:1173

1. 잠시 익명할게요 님의 2012년 6월 17일 글을  6개월 전에 읽었습니다. 이때 저는 로난 패로우라는 인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래서 로난 패로우의 유투브 클립을 몇 개 보았니다. 이때 제가 감명을 받았는데요. 로난 패로우의 "젊은 세대들의 실업률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다"라는 메시지와, "폭력이 아닌 방식으로 대화를 해야한다" 라는 메시지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생산요소는 land, labor, capital, + innovation이 아닙니까.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labor로 시장에 진입하고 나중엔 capital ( 연금이든 주식이든) holder가 되든지 아니면 land holder (부동산 등등)가 됩니다. 지금같은 경우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경쟁력있어지려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젊은 세대들의 불만을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그룹에는 평균 이상의 그룹이 있다면 평균 이하의 그룹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에서 왔다갔다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들은 innovation을 감행하기 더 좋은 육체적 여건을 갖고 있고, 여기에 자본주의의 미래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화 The social network가 제가 쇼크를 받았다면, 자본이 아니라 innovation이 더 많은 economic rent를 가져가는 순간을 봤기 때문일 거예요.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아마도 이것이 정치일 것입니다. 오맹달님의 글에 나온 댓글을 읽었는데, 여기에는 박근혜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지지세력을 거스르지 않아야하는 것처럼, 노무현 지지자들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건 쪽수 면에서 무시하지 말라는 메시지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쪽수로 해서 졌습니다. 선거가 표를 가져오는 - 합법적인 매표 - 행위라는 걸 생각하면, 우리는 쪽수로 자신들 신념의 깊이를 겨루기보다 서로 대화를 해야합니다. 넓이가 필요합니다. 


2. 서산돼지 님이 첫번째 포스팅에서 부동산에 대한 본인의 기대를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저는 이 포스팅을 눈여겨봤는데, 그건 stardust님의 예전 포스팅과 연결해서 봤기 때문입니다. stardust님이 예전에 안철수의 부동산 발언에 대해서 부정적인 코멘트를 하셨습니다. 안철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집이 없으신 분들은 집값이 떨어져야 구매하실 수 있지만 중산층 중에서 평생 모은 돈으로 집을 장만하신 분은 집값이 떨어지면 평생 모은 것을 잃게 된다", 이는 hubris님이 파악한 현재 한국 중산층의 욕구와 같습니다. 집값은 그대로 유지되고 자본이자율은 오르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이자율이 오르려면 기업의 생산성이 더 좋아져야하겠고, 집값이 유지되려면 새로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의 구매력이 유지되어야하겠지요. 부동산 값이 떨어진다고 칩시다. 그러면 젊은이들에게 과연 좋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이 놈의 세상 망해버려라, 주택값이 헐값이 되면 젊은 사람들이 싼 값에 비싼 집을 살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는 댓글을 저는 다음 아고라에서 꽤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일이 되어질까 저는 의문입니다. 계속 주택값이 내려가는데 사람들이 집을 구입할까 하고요. 전세를 살지 집을 구입하지 않지요. 수요가 줄어들 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가격이 내려갈 수록 수요는 더 내려가지요. 


3. "하지만 저같이 30년 가까이 사회생활한 사람은 잃어버리면 아까운 것이 너무 많아요. 당장 처자식, 내 집, 예금 이런 것 말고 학연,지연 같은 인맥말고 일하다 알게된 지인들, 일하다 알게된 책에는 나오지 않는 경험과 노우하우 등등 직장은 옮겨도 하는 일은 바꿀 수 없어요. 나이 50 넘어서 생판 처음보는 일을 하라면 20,30대와 비교하여 제가 나은 것이 어디있겠어요? 그냥 정리해고 대상일 뿐이지요."


"자식 하나 있는 것 사교육비가 월 200만원 들어가더군요. 그것도 초등학생이! 주변에 있는 사람과 비슷하게 시키는데요. 옆집 5학년짜리는 월 400만원씩 사교육비 쓴다고 마누라 한테 핀잔받았지요."


서산돼지님의 이 포스팅 내용과 댓글을 저는 새겨두었습니다. 저는 386에 전 386과 후 386이 있다고 생각해요. 85학번 이전과 이후입니다. 85학번 이전 386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 지금 20대 초반 10대 후반입니다. 이들은 부모의 아낌없는 사교육비 지원을 받았고, 그러나 이전 세대에 비해서 (벡터로 봤을 때...즉 소득의 증가세로 봤을 때) 생산성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세대예요. 인풋에 비해서 아웃풋이 효율적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하여간 아웃풋이 나온 세대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 세대들에 대해서 저는 아주 잘은 모릅니다. 그런데 전 세대에 비해 씀씀이가 크다는 건 알아요. (또한 덧붙이자면 글로벌 경쟁력은 높고 self confidence는 낮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증가했더라도 과연 문재인 후보가 이겼을까 모르겠습니다. 이는 윤여준이 박종인과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토론한 내용과 상통합니다. 윤여준은 이렇게 말합니다. 


"◎ 윤여준 > 글쎄요. 얼핏 생각하면 전통적으로 늘 젊은 세대는 야당성향이 많다고 그랬죠. 지금도 일반적으로 그런 속성이 있긴 하나 제가 보기에는 20대와 30대는 많이 다른 것 아닌가 싶어요. 20대는 과거처럼 이렇게 뭐 무조건이라면 좀 지나치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야당성향이라고 하긴 좀 다른 것 같은.

◎ 손석희 > 그렇게 느끼시는 모양이죠?

◎ 윤여준 > 조사를 정밀하게 해봐야 되는데 저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수치나 통계적인 근거를 가지고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제가 평소에 20대를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집단으로. 만나는 편인데 얘기를 들어보면 그걸 느낄 수 있어요. 20대가 무조건 야당 지지하는 건 아니구나,

◎ 손석희 > 실질적으로 무엇을 줄 수 있느냐를 생각한다는 말씀이신가요?

◎ 윤여준 > 그렇죠. 그런 게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태도 같은 것도 20대는 상당히 북한에 대해서 동정적일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북한을 이해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 같죠? 반드시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20대가 나름대로 우리가 말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걸 많이 인식하잖아요. 그런 기준으로 볼 때 북한은 그 기준에 새카맣게 못 미친단 말이죠. 그런데 그런 걸 보고 실망하고 어떻게 보면 수치감 같은 것도 느낀다는 것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북한에 대한 평가나 인식도 과거 20대하고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돼요. 그래서 야당이 선거 전략을 세울 때 특히 20대가 전처럼 그냥 덮어놓고 야당을 지지하는 세대가 아니다 하는 걸 인식하고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습니다.

◎ 손석희 > 김종인 위원장께서는요.

◎ 김종인 > 그런데 20대 30대 이렇게 40대 논하는데 30대만 되더라도 생활인으로 변모되는 사람들이고 그러니까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그런데 20대는 이제 30대 보다는 그 점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자기 나름대로의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세상을 갖다 판별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누가 앞으로 미래에 내가 좀 추구할 수 있느냐 라는 이런 점에 보다 더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20대, 30대가 투표성향이 똑같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주: 이건 아주 좋게 말씀하신 것이고 복심을 다 털어놓은 건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4. 마지막으로... 이번 대선에 원로들의 내공을 많이 느꼈습니다. 윤여준, 박종인의 토론을 보고 있자니, 당신네들이 대통령에 나와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박승 총재, 남재희 장관도 그렇구요. 교회나 골프연줄로 미는 늙은이들이 아니라 진짜 내공 있는 어르신들이 오래오래 사셔서 국가에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진심입니다. 


모든 건 신년맞이 술 때문에 하는 소리에 불과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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