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예매 전쟁 때 큰 맘 먹고 여동생이랑 같이 븹석 두 장 질렀는데(선예매 할인, 옥션 할인 덕에 그나마 싸게 샀어요.) 이제야 봤습니다ㅜㅜㅜ 7열 중앙에서 봤는데 샹들리에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자리 바로 뒤여서 좋더라고요.
그간 오페라의 유령을 책, 영화, 라이센스팀 OST로만 접해 왔어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노래는 좋은데 내용은 심하게 제 타입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팬텀, 크리스틴 모두 조울증 환자처럼 심리가 설득력 없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어장관리 러브 스토리가 도무지 와닿질 않았어요.
그러다 작년 초에서야 25주년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보고 '아, 내가 오페라의 유령이 가진 진짜 매력을 몰랐구나' 싶더라고요. 화려한 무대, 훌륭한 노래,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 실력이 더해지니 그 지루하기 짝이 없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 때의 흥분을 안고 엄청난 기대 하에 예매를 했던 거예요ㅜㅜㅜ
직접 와서 보니까 더더더 좋습니다ㅜㅜㅜ 비록 내한 캐스트인 브래드 리틀, 클레어 라이언, 안토니 다우닝보단 25주년 캐스트였던 라민 카림루, 시에라 보제스, 하들리 프레이저가 훨씬 제 취향이고(브래드 리틀은 이따금 힘에 부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충공깽 수준이었던 지킬앤하이드 내한 때보단 좋았습니다..), 블루스퀘어의 악명높은 음향 때문인지 배우들 역량 때문인지 몰라도 합창 때 몇몇 배우들 목소리가 완전 묻혀버리는 감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대만족입니다ㅜㅜㅜ 25주년 실황에선 여건 문제로 생략된 촛불 세트 등장이나 샹들리에 추락을 실제로 본 것도 좋았고요ㅜ
여자친구를 두고 동생이랑 본 게 좀 미안해서 엠디샵에서 목걸이도 사고, 어머니 드릴 키링도 사고, 플북도 사고, 했더니 동생이 산 것까지 합해서 엠디샵에서 거의 십만 원 쓰고 온 것 같네요... 아... 호갱은 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