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저렴한 동네에 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재미난 일들을 많이 보네요.

방금 두시가 넘은 새벽에 어떤 남자가 뭐가 불만인지 동네 사람들 상대로 시비를 거네요.

있는 힘껏 '야~~~~!!!!!' 소리 한 번 지르고 나서, '이 개xx들아!, 어느 집이야, 나와봐. 야!!!!' 이렇게 끊임없이 고성을 지르며 주변을 왔다갔다 하더군요.

첨엔 깜짝 놀랐지만 이 동네 오래 산 저로서는 '또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랬죠.

말소리가 또렷한 걸 보면 술취한 거 같지는 않은데 3~4분 저러고 있으니 짜증이 나길래 경찰에 신고를 해버렸습니다.

저야 뭐 크게 무섭거나 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겁을 먹고 있을 것 같아서 전화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끊자마자 1분도 안되서 다른데로 가버리는군요. 신고하는 소릴 들었나...


이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고성방가에 술먹고 서로 싸우는 건 예사이고, 부부싸움 하는 소리, 애한테 소리지리는 소리,

길고양이들이 단체로 싸우거나 갓난애기 소리로 울기 등등. 고양이들 단체로 아기 소리로 울 땐 가끔 전설의 고향을 보는 기분이 듭니다. 여긴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이 많지만

밤중에 퇴근하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후다닥 도망가거나 음식물 쓰레기 봉투 다 찢고 헤집어 놓는 걸 보노라면 길고양이들한테 오만 정이 다 떨어집니다.

아무튼 워낙 옆집 뒷집과도 방음이 안되지만 바깥 소리는 그냥 라이브나 다름 없어요. 아침을 깨우는 고장난 컴퓨터나 모니터, TV 산다는 아저씨 목소리는 이제 정겨울 정도죠.


그 중에 제일 짜증나는 일은 가끔씩 중고딩쯤 되는 애들이 집 대문을 있는 힘껏 발로 차고 도망가는 거죠. 저는 주택에 세들어 살고 있고

집 대문(대문 겸 현관문)이 바로 길옆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걸 냅다 꽝하고 차면 진짜 깜짝 놀라게 되죠. 차고 나서 바로 후다닥 도망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뛰쳐나가봤자 이미 멀리 도망치고 있을 것 같고 도망치는 뒤통수에 대고 뭐라고 하면 더 재밌어하거나 아니면 나중에 어떤 해꼬지(창문을 깨고 도망간다거나)를

당할지 몰라서 열받지만 그냥 당해도 참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 더 당하니 나중엔 열받아서 막대기를 대문 안쪽에 비치해 두고 한 번만 더 하기만 해봐라 하는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그걸 알고 있는 듯이 더 이상 차고 도망가는 일은 없더군요.


제가 남자라서 그렇지, 여자라면 벌써 이사갔을 듯 싶네요. 저도 이 동네에 슬슬 질려가고 있는데 어서 주택생활 청산하고 원룸이라도 이사하고 싶군요.

골목이 많은 동네인데 저녁 퇴근시에 앞에 여자가 가고 있으면 추월하기도 겁나요. 오해할까봐서요. 안그래도 제가 걸음이 빨라서 천천히 가기도 답답한데.

사실 동네뿐만 아니라 집도 문제인데 따로 겨울에 물틀어놓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온이 내려감에 따라 온수관(-5도) > 난방관(-8도) > 냉수관(-10도) 순으로 얼어버립니다.

얼마전에 보일러를 잠깐 가동 안했더니 바로 난방관이 얼어서 조그만 전기오븐으로 방안 난방을 해야 했고, 오늘은 설겆이 하고나서 물 틀어놓는 걸 깜빡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찬물이 안나오는군요. 온수관은 다행히 화장실쪽 수도를 틀어놔서 안얼었지만요. 아침에 뜨거운 물을 받아다 식혀서 씻어야겠네요.


이 동네의 좋은 점은 한 가지 있네요. 바깥에 재활용 쓰레기나 못쓰는 물건 갖다 놓으면 누군가가 금방 수거해 가는 것 말이죠. 이 동네에서 박스류는 보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내놓자마자 사라지고 고장난 물건들도 마찬가지. 언젠가 고장난 가정용 에스프레스 머신을 버리려고 5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에 넣고 나머지 공간에 쓰레기를 채워서 내놨는데

어떻게 알고는 봉투를 풀고 기계만 홀라당 빼서 가져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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