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바낭] 근황 그리고..

2013.01.07 11:10

러브귤 조회 수:2958

#  대선 이후 멘붕의 나날을 겪느라고 연말연시를 힘겹게 보내다가 그래도 굳건히 살아야겠지, 라고 다짐하며

 한 해를 시작합니다.

 어쨌거나 살아지겠지요.

 트위터에서 본 글귀인데(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았다고 나라가 망할 가능성은 확률상 크지 않다. 나만 '네'가 망할 수는 있다.

 '네'가 망하는데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될 확률이 크다는 거다.] 라는 글을 보고 정말 '열심히 살아'도

 겨우 살아내는 한 해 한 해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집안 내, 정치적 입장은  나 혼자 vs 집안 전체  이다 보니, 말 꺼내봤자 좋은 소리가 돌아오지 않는 터라

 함구하고 눈 감고 입 닫고 귀 막으며 사는 5년이 될 것 같습니다.

 

# 어쨌거나 시간을 흐르고 있고 재작년 큰아이와 함께 여행다녀왔던 기억으로 올해에는 둘째와'만'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집친구와 큰아이의 불쌍한 고양이 눈빛 때문에 올해에는 큰애,둘째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홍콩-마카오(잠깐들를예정)-싱가폴-말레이시아(레고랜드때문에 들를예정) 여행은 이제 고작 한달 열흘여밖에 남지 않았어요.
준비할 것이 많아서 불현듯 '괜시리 애들 데리고 자유여행한다고 꼬장피우는건가' 라고
생각했다가 - 에이 몰라, 둘 중에 하나 잃어버리고 오지만 않으면 되는거야. 라고
긍정적으로(뭐임마?!) 생각하고 있습니다.


 빡세게 일정을 짰다가 애들도 나도 고생할 것 같아서
... 홍콩(여유롭게 그냥 놀자)-마카오(슬쩍 구경만 하자)과 싱가폴(약간 빡세긴 하지만 그래도 말레이시아에서

하루 자려고 했던 계획은 수정)과 레고랜드(말레이시아) 로만  계획을 짜기로 했습니다..

예산은........ 집친구 얼굴이 좀 하얘졌지요.. 원래 하얗지만. 흠..

며칠 전 '싱가폴 여행간다' 는 글을 보고 참조하기도 했고요. 여러분들이라면 초등학교 저학년1인과 올해 초등학생이 될 미취학

아동 1,,그리고 성인여자 1인 이렇게 셋이 위의 스케쥴로 여행을 간다면, 어딜 가시겠어요?!... 

1. 절대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

2. 정신상태를 의심해 보겠다.

3. 위로해 주겠다.

4. 본인의 의견. ㅠ_ㅠ .. 

흑흑흑
 

#신나게 종일 놀던 아이들은 40분쯤 책을 보는 것으로 본인들의 할 '의무'를 다 했다고 여깁니다.

종일 놀아도 저녁이 되면 '아,,오늘 너무 심심했어 .. 진짜 놀지도 못했어' 라고 말해서 사람을 빡치게 만들죠..

종일 쉬지도 않고 움직이던 아이들을 드잡아서 욕실로 넣어 탕속에 박아넣고
15분여간 몸을 불리라고 했더니, 지들끼리 놀다 싸우다 하느라고 집이 떠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한 명씩 꺼내어 때 밀고 머리 감기고 목,얼굴,귀뒤 등등을 꼼꼼히 씻기고 나니
40분쯤 이 흘렀고,, 제가 제일 많이 땀을 흘린 셈이 되었지요.
아이들을 씻기고 나서 뭉친듯한 근육을 풀어지듯 소파에 누워 있은지 얼마 안되어
욕실에서 집친구가 또 나를 불렀습니다.
나는야 이 집의 전용 때밀이........................................ 돈내놔 이것들아.

# 둘째가 쇼핑 중에 스티커북을 사 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나 저게 필요하단 말이야아아아~ 아아아앙~"
- 저게 왜 필요한데?
나의 말에 대답하기를. "꾸미고 싶으니까아아아아~"
아이의 대답에 집친구는 귀엽다는 듯 웃었지만 저는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랴는 듯 말했습니다.
- 그럼 너도 나 돈 줘. 난 돈이 필요해. 왜? 쓰고 싶으니까아아아!
 

아이는 좀 어이 없어했지만 아이와 저는 곧 deal 을 했어요.
 
- 나는 돈이 필요하고 넌 스티커 북이 필요하지? 그럼 이렇게 하자
너는 용돈을 모아. 그래서 삼천원이 되면 넌 나한테 삼천원을 줘.
그럼 나는 너한테 스티커 북(2천원)을 줄께. 그럼 공평하지?

아이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곱살 등쳐먹기.

# 큰 애가 개그콘서트를 보다말고 내게 '핫도그 먹고 싶다 엄마' 라고 했습니다.
사실 식사한지 두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갈비찜에!!) 핫도그라니..싶었지만
요즘 입이 짧아져서(안그래도 작은데) 좀 걱정이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옳다쿠나 '오케이 핫도그다!' 라고 소리치며 주방으로 달렸지요.
집에 있는 일식용 젓가락에 목우촌 소시지를 꽂아 전자렌지에 돌렸습니다.
대부분 돌려놓고 '땡~' 소리가 날 때까지 TV를 보거나 자리를 비우는데
어제는 캔맥주를 따느라고 잠시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갑자기 렌지 안에서
'타다닥!' 소리가 나면서 불꽃이 이는거에요!!!
깜짝 놀라 렌지를 끄고 생각해보니, 젓가락 끝부분에 장식용 호일이 달려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 못했던 것이죠.
나는 불이 활활 붙어 있는 젓가락을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얘들아! 이리와봐! 불이 났어!

애들은 놀라 달려왔고, 내게 '어쩌따 불이 난거냐!' 며 소리쳤습니다.
저는 말했지요.
 -젓가락 끝에 호일이 붙어있었어. 이것봐. 호일같은 것들이 있는 것을
전자렌지에 돌리면 이렇게 불이 붙는거야!!

그러자 큰애가 나를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보며 말했습니다.


 " 그러게. 그걸 왜 전자렌지에 넣냐고요! 엄마도 참... 
...이색히가.

 

 

시간은 이렇게 또 아무렇지 않은 듯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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